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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 AI(챗GPT) CEO 샘 알트만이 지난 6월9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K-스타트업과 OPEN AI(오픈에이아이) 간담회에 참석하는 모습.
 Open AI(챗GPT) CEO 샘 알트만이 지난 6월9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K-스타트업과 OPEN AI(오픈에이아이) 간담회에 참석하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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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손가락이 몇 개라고 생각하는가? 여기 한 광고는 사람의 손가락을 20개로 그려냈다. 총 20개의 손가락, 진흙 마냥 무너지는 입 모양, 불에 타오르는 맥주, 허공에서 떠다니는 유리병. 이렇게 나열된 말도 되지 않는 문장들이 어린 아이의 낙서를 설명한 것이 아닌 광고 속 장면이라는 것이 믿겨지는가?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 사용자인 피자레이터(PizzaLater)는 지난 봄, AI(인공지능)기술만으로 피자 광고를 만들었다. 제작자는 텍스트를 영상으로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광고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는 소스 비디오나 참조 이미지 없이 텍스트 입력만으로 비디오를 생성해낸다. 광고 제작자는 해당 광고를 위해 Chat GPT에게 피자 광고용 스크립트를 부탁했고, 광고 속 피자와피자가게의 외관 인테리어 등은 AI 드로잉 프로그램인 미드저니 프로그램으로 생성했다. 광고 속 나레이션은 가장 성우와 비슷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음성 AI 플랫폼인 일레븐 렙스(Eleven Labs) 프로그램을 통해 입혔다.

영국의 광고 제작 업체 'Private Island'는 AI 기술만으로 맥주 광고를 만들어냈다. AI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경험을 통해 개선하도록 훈련하는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전형적인 맥주 광고의 이미지를 구현해 냈다. 다소 기괴할 정도로 희번떡이는 사람의 눈동자와 20개가 넘는 기이한 등장인물의 손가락은 시청자에게 놀라움과 공포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한편, 프랑스 버거킹은 핼로윈을 맞아 AI가 구현해 낼 수 있는 기괴함을 광고에 담았다. 핼로윈 분위기에 맞는 공포감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식욕을 떨어트려 광고의 본질을 해치며, 이전 광고와의 차별화를 느끼지 못하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AI를 이용한 광고는 기존 광고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의 3분의 1만으로 광고를 완성할 수 있다는 뛰어난 장점이 존재하지만, 과연 AI가 새롭고 혁신적인 광고만을 제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일상 곳곳에 침투하는 AI

AI의 활약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네이버웹툰은 '2023 네이버웹툰 지상최대공모전'을 개최했다. 네이버웹툰은 AI를 이용한 작품의 출품을 허용하며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아마추어 작가들과 웹툰 독자들은 이에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아마추어 작가들의 창작물 업로드 공간인 네이버웹툰의 '도전만화'에 AI 웹툰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AI 작품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AI 기술이 기존 창작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다는 점에서 저작권 침해의 우려가 존재한다는 점도 이들이 우려하는 점이다. 네이버 웹툰은 이에 응해 공모전 2차 접수 단계에서부터는 생성형 AI 기술을 통해 제작된 작품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네이버웹툰은 이용약관에 게재된 콘텐츠는 네이버의 AI 기술 연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해당 공모전을 참가하기 위해서는 이 약관에 필수적으로 동의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이미 공모전 참가를 위해 게시한 1차 작품이 생성형 AI 학습 및 개발에 이용될 여지가 남아있어 작가와 독자들 모두 AI 작품에 비판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웹툰 중 몇 작품들의 AI 논란이 제기되며 해당 웹툰은 최하위 평점을 받는 등 독자들의 차가운 반응을 야기하기도 했다. 웹툰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은 컷마다 배경이 바뀌고, 손 또는 귀 등 사람 신체의 표현이 어색하거나, 등장인물이 있어선 안될 곳에 올라가 있고, 한 영화의 비인간 캐릭터와 똑닮은 인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웹툰 제작사 블루라인 스튜디오는 웹툰 마무리 작업 단계에서 AI로 보정 작업을 진행했으며, 창작에 AI가 관여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AI가 창작이 아닌 작업 효율성의 측면에서 용이한 점이 존재하기에 AI 기술이 예술계에서도 가치를 띠기도 한다. 그림을 자동으로 채색해주는 'AI 페인터', 이미지를 웹툰체로 바꿔주는 '툰필터'가 그 예시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술들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에서 독자의 몰입감을 깬다.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네이버웹툰의 AI 작품 허용 후 '도전만화'에 공개된 웹툰 '팝콘예술고등학교'에는 교실에 앉아 있는 인물들의 하반신이 모조리 사라진 장면이 등장한다. 사람이 그렸다면 나오기 힘든 말도 안되는 장면의 허점으로 AI 기술의 사용이 모조리 들통난 것이다.

이 작품 또한 AI의 사용 논란이 제기된 후 별점이 수직 하락하며 독자들이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인물의 신체 일부가 잘리거나, 부자연스러운 것과 같은 AI의 허점을 제외하고는 사람과 AI의 결과물을 구분하기 어렵다. 만약 광고 및 영상물 제작, 웹툰, 소설 등과 같은 창작물에 AI 기술 사용을 제한한다고 해도 AI의 사용 여부를 명확하게 판가름할 수 있는 기준도 부족하기에 AI 사용에 대해 구체적 규제를 내리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내가 어릴 적 상상하던 미래 세상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타고 로봇이 차려주는 밥을 먹으며 집 밖을 나가지 않아도 건강과 정서에 문제가 없는 모습이었다. 2023년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은 로봇이 밥을 하기도 하고, 집에서도 원격으로 공부와 일을 해낼 수 있는 세상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로봇이 영화를 만들고 웹툰을 그리는 세상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도달하지 못하는 생각의 전환을 이뤄내기도 하고, 인간에게 턱 없이 부족한 시간 안에 임무를 빠르게 완수하기도 한다.

4차 산업시대에 AI의 존재감이 인간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앞선 여러 논란들을 보면 과연 AI가 인류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아니오'일 것이다.

사람이 인공지능과 경쟁하게 된다면 그건 이미 끝난 게임이나 마찬가지인 게 아닐까. 대학교 1학년인 지금은 나에게 AI가 그저 과제 수행에 도움이 되는 일개 프로그램에 불과하지만, 3년 후 취업준비생이 되어 AI 기술을 마주한 내가 여전히 AI를 웃으며 반길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인간이 최선의 역할을 할 수 있게끔 AI를 잘 '이용'하고 인간의 영역을 지켜내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태그:#AI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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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조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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