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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날 빅스케치 시간에 그린 인도에서 온 스케쳐 수바쉬(Subhash). 모자와 수염이 멋지다. 그 주위에 있는 한국 스케쳐들도 그렸다. ⓒ 오창환

추석 이후 며칠간을 긴장된 상태로 보냈다. 10월 4일 수원 아시아 링크 오프닝 행사에서 학춤을 추기로 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어반스케쳐스 조직은 매년 한 도시를 정해서 전 세계 어반스케쳐들이 모이는 행사를 하는데 이를 심포지엄이라고 한다. 2010년 미국 포틀랜드부터 시작한 심포지엄은 2019년 암스테르담까지 잘 진행되었으나 코로나로 3년간 개최될 수 없었고 올해 4월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개최되었다.

그런데 심포지엄은 대부분 유럽이나 미주 쪽에서 하는 경우가 많아 아시아 스케쳐들은 거리나 비용 문제로 심포지엄 참여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아시아 스케쳐들이 모이는 작은 심포지엄을 만들자는 아이디어에서 아시아링크 스케치 워크(AsiaLink Sketch Walk)를 만들었다. 심포지엄이 올림픽 게임이라고 한다면 아시아링크는 아시안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시아 링크는 2016년 방콕에서 처음으로 개최되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베트남 하노이 대회 이후 3년간은 코로나로 개최되지 않았다가 올해 드디어 경기도 수원에서 4년 만에 아시아 링크를 개최하게 되었다. 10월 4일부터 7일까지 수원 컨벤션센터와 수원 화성박물관에서 진행되었다.

어반스케쳐스 수원은 서울 챕터 다음으로 오래되었고 젊고 활발한 운영진이 있는 데다가 해외 스케쳐들과의 교류도 활발해서 이런 행사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챕터다. 나는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최대한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첫째 날. 수원 컨벤션 센터 강당에서 진행했는데 각 스케쳐들이 미리 신청한 스케치패스를 받고 개막식이 진행되었다. 4개 팀이 개막 축하공연을 했는데 우리 '춤패연'은 두 번째 순서로 5학이 동래 학춤을 추었다.
 
아직은 무대에 오르면 떨린다. 얼마나 공연을 더 해야 떨리지 않을까? 게다가 이렇게 아는 사람이 많은 데서는 더 떨리게 마련이다. 요점은 떨리지 않는 척해야 한다는 것. 10분짜리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내려왔다.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를 보고 나도 기분이 좋았다. 이후 대회가 끝나는 날까지 국내외 스케쳐들로부터 멋진 공연이었다는 인사를 수없이 받았다.
 
마리나 그레차닉(Marina Grechanik)이 개막식 행사를 그린 작품. 학춤과 부채춤, 케이팝 댄스 등이 재미있게 그려져있다. ⓒ Marina Grechanik
 
수원 시장님의 축사가 이어졌고, 프로그램과 워크숍 작가들 소개도 있었다. 이번 대회는 외국 스케쳐들이 약 200여 명이 왔고, 한국 스케쳐들도 250명 정도가 신청을 해서 약 450명 정도가 진행하는 대규모 행사다. 게다가 국제행사라 통역이나 티켓팅등 준비과정이 매우 복잡해서 주최 측에서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둘째 날.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작가 15명이 참여해서 워크숍과 스케치 데모를 진행하였다. 워크숍은 작가의 강의가 중심이고 데모는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워크숍 패스가 오픈하자마자 바로 신청하였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마리나 그레차닉(Marina Grechanik, 이스라엘)의 워크숍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설레는 마음으로 마리나의 워크숍에 참여했다. 거리에서 실제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을 그리는 이유와 방법이 감동적이었고 그녀의 멋진 스타일 역시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스케쳐들의 국제적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오후에는 다른 스케쳐들과 함께 지동 시장을 그렸다.

셋째 날. 이날 워크숍은 동화 작가 에비 셀비아(Evi Shelvia, 인도네시아)와 함께 했다. 그녀의 놀라운 작업 노트를 볼 수 있었고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하여 이야기를 전개 발전시키는 방법을 배웠다. 

오후에는 수원 컨벤션 센터에서 북토크가 예정되어 있었다. 최근에 어반스케치 관련된 책을 낸 나와 얼레지 작가 낭만화객 작가님 셋이서 자기가 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자리다.

나는 '어반스케치 저널리즘'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는 신청자가 적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하려고 했는데 점점 신청자가 늘어서 50명 정도가 모였다. 강좌를 끝내고 보니 미처 못한 말이 많아 조금 아쉬웠다. 북토크까지 끝내니까 부담이 없어 날아갈 것 같다.

넷째 날. 마지막 날에는 스케치패스를 끊지 않은 사람들도 같이 참여한 빅 스케치가 있었다. 전국의 스케쳐들이 모여들었는데 나는 고양 챕터와 함께 화홍문 인근의 용연 주변에 자리를 잡았다.
 
고양 챕터와 함께 화홍문 인근 용연 주변에 자리를 잡았다. 소풍 나온 세 친구분께 허락을 받고 그렸다. ⓒ 오창환
 
이번에 마리나 워크숍에서 배운 것이 있는데, 거리의 사람들을 그릴 때 그 사람들에게 그리겠다고 허락을 구하고 그리면 된다는 것이다. 단순한 이야기 같지만 나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소풍 나와서 잔디밭에 자리 잡은 여성 세 분에게 그려도 되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즐겁게 그릴 수 있었다.

기념 촬영을 하러 2시에 화서문으로 가니 전국에서 모인 스케쳐들이 그림도 그리고 인사도 하고 사진도 찍고, 진짜 열광과 흥분해 도가니다. 축제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나는 멋진 모자와 인상적인 수염을 기른, 인도에서온 스케쳐와 싱가포르에서 온 스케쳐를 그렸다.
 
위 사진은 마리나 워크숍에서 그린 그림이고 아래는 화서문에서 그린 싱가포르 스케쳐. 표정과 자세가 재미있어서 그려봤다. ⓒ 오창환
 
폐막식은 수원 컨벤션 센터로 자리를 옮겨서  했다. 그동안 행사를 준비한 운영진과 기획팀 그리고 자원봉사자를 소개하고 경품행사를 했다. 폐막식의 가장 중요한 순서 중 하나가 다음 아시아링크 지역을 발표하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페낭이 2024 아시아 링크 호스트 도시로 발표되었다.

나는 한 번도 안 가본 곳이지만 멋진 곳이라고 한다. 게다가 멋진 어반스케쳐들이 모이는 곳이니까 내년에는 꼭 가볼 생각이다. 우리 학춤 팀에 나 말고도 어반스케쳐가 1명 더 있다. 기회가 된다면 둘이 같이 가서 학춤 공연을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화서문에서 진행된 빅스케치 현장. 축제란 이런 것이다. ⓒ 오창환
태그:#아시아링크, #어반스케쳐스수원, #수원컨벤션센터, #수원화성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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