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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당시 행방불명된 희생자의 신원이 74년 만에 제주 밖인 대전 낭월동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에서 확인됐다. 한국전쟁 전후로 희생된 민간인 유해가 임시 봉안된 세종 추모의 집에 안치되었던 유해 중 1구가 세종 은하수공원 화장장에서 화장되어 5일 제주로 옮겨진다.
 
2023년 10월 4일 세종 추모의집에서 행정안전부와 세종특별시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유해를 인수받는 제주 4.3희생자 유족. 오른쪽부터 고 김한홍 선생의 며느리,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고 김한홍 선생의 손자 김준수, 행정안전부 관계자,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
▲ 추모의 집에 임시 안치된 유해 2023년 10월 4일 세종 추모의집에서 행정안전부와 세종특별시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유해를 인수받는 제주 4.3희생자 유족. 오른쪽부터 고 김한홍 선생의 며느리,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고 김한홍 선생의 손자 김준수, 행정안전부 관계자,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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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생사를 알 수 없던 행방불명 4·3희생자의 신원이 제주도 외 지역에서 확인된 최초의 사례라고 밝혔다.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에서 제주4‧3희생자가 확인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 골령골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 사이에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와 대전·충남 지역에서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들이 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 학살돼 최대 7천여 명이 암매장된 곳으로, 2007년부터 2023년 초까지 다섯 번에 걸쳐 1441구의 유해가 발굴된 곳이다.
 
2021년 9월 대전 낭월동 골령골 유해 발굴 현장
▲ 골령골 유해 발굴 현장 2021년 9월 대전 낭월동 골령골 유해 발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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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대전형무소 재소자 1800여 명 이상이 충남지구 CIC(방첩대)와 제2사단 헌병대, 대전 지역 경찰 등에 의해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집단 살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골령골 학살은 주한미국 대사관 소속 육군 무관 에드워즈(Bob E. Edwards) 중령이 작성한 골령골 학살 정보 보고서 <한국에서의 정치범 처형>(Execution of political prisoners in Korea)과 미국 극동군사령부 주한 연락사무소(KLO)의 총책임자 애벗(Leonard J Abbott) 소령이 촬영한 학살 현장 사진을 통해서도 확인 되었다.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2021년 골령골 제1학살지 A구역에서 발굴된 유해로 74년 전 불법 군사재판에 의해 작성된 수형인명부에 의하면 1949년 7월 4일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대전형무소에서 복역한 사실이 등재돼 있다.

신원이 확인된 고 김한홍 선생은 제주시 조천면 북촌리 출신으로 4·3 당시 토벌대와 무장대를 피해 마을에서 떨어진 밭에서 숨어 지내다 1949년 1월 말 자수하면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소문에 자수하고 주정공장수용소에 수용된 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됐다고 유족들은 밝혔다. 고 김한홍 선생의 사돈도 대전형무소에 같이 수감되었으나 유해를 찾지 못했다.

손자인 김준수씨는 4‧3 당시 대전형무소에는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가 같이 수감되어 있었으나 이번에 할아버지의 신원만 확인이 되었고, 외할아버지의 신원은 확인되지 못했다. 어머니는 기쁜 마음도 있지만 친정 아버지의 신원이 확인되지 못함에 안타까운 마음도 함께하고 있다"며 4천여 행방불명 유가족의 아픔을 대변했다.

올해 진실화해위와 제주4‧3평화재단이 추진하는 유전자 검사는 한국전쟁 전후에 희생된 민간인 유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경북 경산 코발트 광산과 대전 동구 산내 골령골, 경남 산청 와공리, 경남 진주 진성고개 등 전국에서 발굴된 3900여 구가 세종 추모의 집에 임시 안치되어 있는데 이 중 유전자 시료 채취가 용이한 2000구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하고 있다. 현재 70구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완료하였다.

제주4‧3평화재단은 제주 4‧3 당시 대전으로 끌려간 희생자 유가족 50%를 이미 채혈하여 유전자를 확보하였고, 이번에 세종 추모의 집 유해 중 70구를 검사한 결과 1구가 4.3 희생자 유가족과 일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전자 검사는 아들과 손자까지 채혈하여 신원을 확인했다.

안타깝게도 고 김한홍 선생의 아들은 아버지의 유해를 확인하지 못한 채 지난 2020년에 사망했다. 

제주4‧3평화재단은 지금까지 발굴된 유해 유전자와 행방불명된 희생자 후손의 채혈로 141명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제주에서 발굴된 유해 중 신원이 확인 안된 유해는 273구에 달한다. 

 
2021년 9월 대전 산내면 낭월동 골령골에서 발굴된 많은 유골들
▲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골 2021년 9월 대전 산내면 낭월동 골령골에서 발굴된 많은 유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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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한홍 선생의 유해를 유가족과 인수 받으러 온 제주4.3희생자유족회 김창범 회장은  "그동안 제주도를 중심으로 유해 발굴과 유전자 검사를 통해 신원을 확인해 왔으나 이번 골령골 유해의 신원 확인으로 제주 4‧3희생자들이 수형되었던 전국의 형무소 주변 학살된 현장에 대한 유해 발굴과 함께 국가 차원의 유전자 검사가 시급히 진행되야 한다"고 요구하였다.

대전 골령골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추념 행사를 이끌어 온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전미경 회장은 "신원 확인이 너무 늦어 먼저 가신 유족이 생존에 계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가슴을 적신다. 하지만 제주에서 오신 아버님들이 산내 골령골에서 억울하게 학살당하였다는 명확한 사실에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되니 위안이 된다. 앞으로 유해를 중심으로 하는 유전자 검사도 계속 진행이 되어야 하지만 희생자들의 유가족을 대상으로 채혈하여 많은 분들의 신원이 확인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정부와 정치권에 도움을 청했다.
 
2023년 6월 27일 진행된 대전산내사건 피학살자 합동위령제에서 유족 대표로 인사하는 전미경 회장
▲ 골령골 합동 위령제 2023년 6월 27일 진행된 대전산내사건 피학살자 합동위령제에서 유족 대표로 인사하는 전미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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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난 9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의원 시절부터 대전 골령골 발굴 유해에 대한 유전자 감식과 제주4·3 유해 발굴 및 유전자 감식사업과의 연계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는데, 이번에 도외 지역에서 행방불명 4·3희생자의 신원을 처음으로 확인하게 돼 무척 뜻깊다"라며 "도내 지역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뿐만 아니라 광주, 전주, 김천 등 도외 행방불명인 신원 확인을 위한 유전자 감식 사업도 타 지자체 등과 협업을 통해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주4.3희생자들은 1948년과 1949년 불법적인 군법회의로 대전형무소에 298명, 서대문형무소 90여 명(주로 여성 수형인), 마포형무소 470여 명, 인천형무소 344명 등 2700여 명이 전국의 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다가 한국전쟁 당시 희생되었다.

고 김한홍 선생의 유해는 세종 추모의 집에서 행정안전부 관계자와 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등이 입회한 가운데 제주4·3희생자유족회에 인계 되어 세종은하수공원 화장장에서 제례 후 화장되어 청주공항으로 출발했다. 
 
2023년 10월 4일 세종 은하수 공원 4번 화로에서 화장하여 유골함에 담겨져 제주로 옮겨지고 있다. 왼쪽부터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고 김한홍 선생의 며느리, 고 김한홍 선생의 손자 김준수,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 양성홍 전 4.3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 회장
▲ 골령골에서 발굴되어 화장된 유골 2023년 10월 4일 세종 은하수 공원 4번 화로에서 화장하여 유골함에 담겨져 제주로 옮겨지고 있다. 왼쪽부터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고 김한홍 선생의 며느리, 고 김한홍 선생의 손자 김준수,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 양성홍 전 4.3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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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유해는 6일 고향 제주로 봉환되어 유가족 및 제주도지사 등 관계자들이 직접 맞이한다. 이후 고향인 북촌으로 운구 이후 유해 봉환식과 생가에서 노제를 지낸 후 제주4.3평화공원 유해 봉안관에 안치될 예정이다.

제주4.3평화공원에서는 제주도지사, 제주도의회 의장,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등의 추도사와 신원확인 보고회도 진행될 예정이다.

태그:#골령골, #세종 추모의집, #신원 확인, #유해 발굴, #유전자 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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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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