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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저스티스 소속 학생이 온라인으로 교육이 금지 당한 아프간 여성들에게 영어 수업을 가르치고 있는 화면. 2023년 9월
▲ 아프간 소녀들을 위한 온라인 영어 강의중 일부 모습  프로젝트 저스티스 소속 학생이 온라인으로 교육이 금지 당한 아프간 여성들에게 영어 수업을 가르치고 있는 화면. 2023년 9월
ⓒ 프로젝트 저스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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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슬픔 앞에서도 용감해야 합니다. (We must be intrepid in the face of sorrow)"
"우리는 삶에서 성장하기 위해 대담해져야 합니다. (Don't be intrepid to grow in our life)"

"저는 강인한 여성을 존경합니다. (I admire potent women)"
"우리나라에는 유력한 여성들이 있습니다 (My country has potent women)"

"저는 우리나라의 여성의 미래가 밝다고 봅니다. (I am cheery about  women future in our country)"

 "그녀는 가장 우울한 날에도 항상 너무 쾌활했습니다. (She was always so cheery, even on the gloomiest of days)"


여성의 삶이 전 세계에서 가장 열악하다고 평가받는 아프간 소녀들. 필자는 한국의 국제 인권 단체 '프로젝트 저스티스'가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온라인 수업을 9월 2번 청강할 기회가 있었다. 25일 진행된 이 영어 어휘수업에는 3개 단어가 유난히 내 눈에 띄었다. 위의 문장들은 교사가 제시한 단어들: Intrepid (용기있는, 두려움을 모르는), Potent (유력한, 강력한), Cheery (유쾌한)로 아프간 여학생들이 수업중 만든 문장들이다.

그녀들이 써낸 힘차고 밝은 문장들은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처한 어둡고 냉혹한 현실과 너무 대비가 되어 가슴 한 끝이 아렸다. 당시 수업을 진행했던 '프로젝트 저스티스'의 양해람양은 연신 "뛰어난 선택 (Excellent choice)", "잘했어요 (Good job)", "아주 정확해요 (Absolutely right)" 등의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학생들을 격려하며 능숙하게 수업을 꾸려갔다. 

2021년 여름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의 재집권이후 여성의 교육과 사회활동이 금지된 상황에서 보여준 아프간 소녀들의 이런 긍정적인 태도도 놀라웠지만, 이 수업들을 진행하는 교사들이 모두 한국의 입시지옥에서 힘겹게 고등학교 생활을 하는 학생들이라는 점도 무척이나 놀랍다.
  
작년 고등학생들이 결성한 국제 인권 단체, '프로젝트 저스티스'. 그들은 어떻게 이런 신박한 연대활동을 하게 되었을까. 현재 이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조예원 학생(용인외대부고 2학년)과 지난 토요일 (9월 23일) 줌으로 만나 이들의 흥미롭고 고무적인 국제 인권활동에 대해 물어보았다. 
 
프로젝트 저스티스는한국 고등학생들이 결성한 국제 인권 단체다. 2022년에 처음 10명 이하의 학생을 결성했지만 이제는 40명이 넘는 큰 인권단체로 발전하였다. 국제인권 이슈에 적극 개입하여 실질적인 행동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작년부터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 청소년 국제 인권 단체 프로젝트 저스티스의 조예원 대표 프로젝트 저스티스는한국 고등학생들이 결성한 국제 인권 단체다. 2022년에 처음 10명 이하의 학생을 결성했지만 이제는 40명이 넘는 큰 인권단체로 발전하였다. 국제인권 이슈에 적극 개입하여 실질적인 행동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작년부터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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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히 단체 소개 부탁드린다.

"한국 고등학생들이 결성한 국제 인권 및 사회 운동 단체다. 2022년에 처음 용인외대부고에서 10명 이하의 학생을 결성했지만 이제는 40명이 넘는 큰 인권단체로 발전하였다. 국제인권 이슈에 적극 개입하여 실질적인 행동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은 학생들이 만나 캠페인, 펀드레이징, 봉사등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모색해나가고 있다. 디자인부, 엔지니어부, 봉사부, 마케팅부로 나눠서 활동하고 있는데 지금은 중동 여성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 중동지역 여성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있다면.

"원래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이 교육을 탄압 받았다는 뉴스를 접하고 관심을 가져 조사를 하던 중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미국출신의 국제 인권변호사, 킴벌리 모틀리의 테드 강연 '내가 어떻게 법률 규범을 방어했는가(https://www.ted.com/talks/kimberley_motley_how_i_defend_the_rule_of_law)'를 우연히 접했다. 이 강연은 내게 영감을 주었고 저도 직접 행동을 취하여 변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직접 사회 운동에 참여하고 다른 친구들도 적극 개입시켰던 사건은 바로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 사건으로 진정으로 중동 여성 인권의 실태에 대한 심각성을 깨달았고 이제 행동을 취하게 되었던 거 같다."
 
9월 16일 2023년 테헤란로에서 2시간 동안 마흐사 아미니 의문사의 1주기 시위에 재한이란인네워크와 함께 참여하고 있는 모습.
▲ 프로젝트 저스티스의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 의문사 1주기 시위 9월 16일 2023년 테헤란로에서 2시간 동안 마흐사 아미니 의문사의 1주기 시위에 재한이란인네워크와 함께 참여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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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간 소녀들을 위한 영어 온라인 강좌 아이디어는 참신하고 실용적이다. 어떻게 기획하게 된 것인가.

"중학생 때 다문화 과정 아이들을 줌수업으로 가르친 경험이 있다. 그래서 현재 교육을 금지당한 아프간 여성들을 위해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하여 교육을 제공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종 글로벌 엔지오에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을 정말 백 군데 보냈던 거 같다. 그러다 보니 소개의 소개로 아프간 현지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와 연락이 되어 몇 달간 공동기획을 해나갔다. 처음에는 실험 수업으로 몇 달간 5명의 아프간 소녀들과 수업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진행도 잘 되고 현실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저희 단체의 일부 학생들이 교사 역할을 맡아 대략 50명의 아프간 여학생들과 작년부터 꾸준히 매주 실질적인 수업을 하게 되었다." 

- 주로 어떤 이들이 대상이고 반응이 어떤가. 

"일주일에 네 번 다른 선생님이 들어가서 영작, 독해, 말하기, 어휘의 4가지 분야로 수업을 하고 있는데 고등학생이 가장 많고 몇 명의 대학생들도 있다. 특히 교육에 열성적인 학생들은 그간 공부를 진지하게 해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학교를 못 가게 된 상황이기 때문에 줌수업으로 교육을 자발적으로 지속할만큼 학교가 그립고 교육에 대한 욕구가 남아 있는 것 같다. 설상가상으로 아프간 여성들은 지금 사회생활 대부분이 금지 당했기 때문에 '이 수업만을 위해서 일주일 내내를 기다린다'고 말할 정도로 외부와 교류하는 거의 유일한 사회 활동으로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 같다. 가끔 보충수업을 한다고 했을 때 학생들이 너무 좋아한다."

- 카메라를 끄고 수업을 해야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저는 문화적인 요인으로 이해하고 있다. 비록 온라인상의 수업이지만, 자신의 얼굴이 낯선 타인들에게 노출되는 이런 환경에 대해서 무척 예민해하고 불편해하기 때문에 배려차원에서 이런 방식으로 수업을 해오고 있다."   
 
박지은의 작은 불꽃의 빛: "이 작품에서는 어린 학생, 히잡을 벗은 여성, 다리가 불편한 남성 셋이 촛불을 들고 주변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대표하며 그들의 촛불이 밝힌 곳이 수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 동참하는 기회가 됨을 나타냅니다."
▲ 9월 ‘청소년의 렌즈로 세상 속 인권’ 전시회 모습 박지은의 작은 불꽃의 빛: "이 작품에서는 어린 학생, 히잡을 벗은 여성, 다리가 불편한 남성 셋이 촛불을 들고 주변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대표하며 그들의 촛불이 밝힌 곳이 수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 동참하는 기회가 됨을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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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국제 인권 단체 <프로젝트 저스티스>는 ‘청소년의 렌즈로 바라보는 세상 속 인권’을 미술작품으로 재창작했다.
▲ 9월 ‘청소년의 렌즈로 세상 속 인권’ 전시회 모습  청소년 국제 인권 단체 <프로젝트 저스티스>는 ‘청소년의 렌즈로 바라보는 세상 속 인권’을 미술작품으로 재창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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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외에도 이란 히잡시위에 동참하기 위해 이달 8일~10일간 토크 콘서트 및 전시회를 연 것으로 안다. 어떤 내용이었나.

"서울 광진구에서 건물 지하를 빌려 진행했다. 저를 포함, 두혜린, 탁우현, 지세빈, 박지은, 나하진, 정유빈, 박주남, 조연서 등 다른 학생들이 '청소년의 렌즈로 바라보는 세상 속 인권'을 미술작품으로 재창작했다. 이란 여성의 인권과 자유를 위한 토크 콘서트도 전시회 첫 날 특별 행사로 주최했었다."

- 여름 일주일 정도 캄보디아 봉사활동을 갔었다. 거기서도 여성인권 관련한 활동을 했던 건가.

"한마디로 캄보디아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이었다. 저희는 기본적인 숫자, 알파벳, 인사말 등을 영어로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방학 때마다 진행해왔다. 방학 전에 인원 모집을 시작하여 미리 회의로 교육 프로그램을 짠다. 처음에는 캄보디아의 깜뽕치낭, 껀달, 따께오의 꺼쩐 중고등학교와 팟따꼴 초등학교에서 가르쳤고 그 이후에는 씨엠립에 위치하는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했다. 교육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은 한국 학생들과는 대조적으로, 잘했을 때 저희가 주는 스티커 하나에도 행복해하는 현지 학생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이 인상적이었다." 

-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구체적 캠페인이 있는지. 

"청소년들이 단지 수동적으로 공부하는 인재가 아니라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 이들이니까 진정한 공동체 의식, 글로벌 시민 의식을 키우는 취지로 '리더십 경진 대회'를 주최하려고 한다. 장소와 시간은 아직 미정이다."

- 입시지옥을 사는 한국 고등학생이 여러 사회활동을 하는 것은 시간부족과 체력소모등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 

"집회를 고등학교 때 처음 참여했었다. 전에는 제 주장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겁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 사건을 계기로 마음먹고 처음 집회에 참가했을 때 시위대와 경찰, 시위대와 다른 시위대 간 갈등이 일어났던 순간들이 있었다. 순간 인권활동에 많은 의구심을 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계속 집회에 나가고 더 다양한 사회운동에 참여해 보니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저는 처음에는 단순히 도움을 주고 목소리를 함께 내기 위해서 집회를 시작했지만 점차 제가 청소년으로서도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같다. 아프간 여성들이 수업에 참여하면서 저희에게 하는 말들이 무척 감명 깊었다. 어느 학생은 '이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해준 것이 자기 인생의 빛'이라는 말을 전했다. 이 말을 듣고 제가 아직 청소년이지만, 용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서면 충분히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 수 있고, 직접 타인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최근에 저희가 중동여성의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주최했었는데 언론 기사로 나가는 것을 보면서 저희가 하는 활동에 사회가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한국 고등학생이어서 공부와 사회운동간의 균형을 맞추는 게 너무 힘들지만 할수록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되는 거 같다."

- 한국 사회에 바라는 게 있다면.

"한국 청소년들에게 봉사나 이런 사회 운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일차적으로 마련해 주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본다. 그리고 거기서 나아가 청소년들이 쉽게 사회 운동이나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연결고리, 그런 시스템을 도입해 줬으면 한다.

저희도 처음에 인원이 별로 없었지만 그 몇 명이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하는 모습에 다른 친구들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참여할수록 친구들이 자기가 사회 변화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모습이 보인다. 얼마 전 함께 인권시위에 참여했던 친구가 첫 시위에 나가는 것이라 두려워할까 걱정이 되었는데 오히려 시위를 함께 한 이후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고 다음번에 또 같이 하자는 말을 해 뿌듯했다.

그리고 한국사회가 무조건 학생들에게 '성적순이 행복순'이라는 식의 말을 많이 하는데 그렇게 성적으로만 가치를 매기는 사회적인 관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한 가지의 인재상만을 양성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태그:#프로젝트저스티스, #조예원, #교육, #이란, #아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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