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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야 꺼야 할꺼야 혼자서도 잘 할거야."
- 혼자서도 잘해요 주제가 中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 자랐다면 <딩동댕유치원>, <티비 유치원 하나 둘 셋>, <혼자서도 잘해요>, <뽀뽀뽀> 이 중 하나는 반드시 봤을 것이라 장담한다.
 
딩동댕유치원 뚝딱이
▲ 딩동댕유치원 딩동댕유치원 뚝딱이
ⓒ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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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의 내용은 유치원생 생활백서. 옷 입는 법, 인사 잘 하는 법 등 착한 어린이를 위한 사회생활 도우미였다.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아침 시간의 주가 된,어린이가 귀해짐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20, 30대들에게 '나를 바르게 자라게 해준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삐약이와 늑돌이라고 말할 사람은 없겠지만, 매일 나의 아침을 책임지던 TV유치원 친구들이 어린이 예절교육에 적어도 3할은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TV유치원들에서 직접 가르쳐준 것 외로도 내가 배운 것은 '눈치'와 '토론 능력'. 형제가 있고 그들의 취향이 각기 다르다는 것은 매일 아침의 채널 전쟁을 의미한다. 나는 눈치 빠르게 상황을 살펴 삐약이를 만났지만 잠시 후면, 형제들의 저항이 있었다.

이때 발휘된 것이 토론능력, 우리 집 말로는 '세 치 혀'다. 나는 방송 주제, 방송 시간, 가정 내 티비 점유율을 들어 채널의 현상 유지를 주장했고 그때마다 부모님은 '저 세치 혀로 굶어 죽지는 않을 거'라며 웃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채널은 돌아가곤 했다. 그때 배운 게 바로 꺾이지 않는 마음. 여러모로 나를 키워준 tv유치원들이다.

내가 이번에 TV유치원을 주제로 삼은 것은 고전문구에 막 입문한 '문린이'들에게 고전문구 탐방 매너를 가르쳐주기 위해서이다. 여기서 문방구 탐방(아래 문탐)이란 문구점에서 고전문구를 찾는 것을 말한다.

처음 쓴 고전문구 기사에서, 문탐을 하는 사람들이 매너가 안 좋다는 댓글이 달렸었다. 그걸 보고 사람들이 고전문구를 찾는 법과 문탐 문화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른들도 모르면 배우면 되는 법. 오늘은 고전문구에 입문한 사람들에게 약간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인터넷 고전문구 유치원을 열어보고자 한다.

인터넷 고전문구 유치원
오늘의 주제 : '삐약이 파우치 찾기를 통해 문방구 탐방 배우기'

 
혼자서도 잘해요 삐약이 파우치
▲ 혼자서도 잘해요 삐약이 파우치 혼자서도 잘해요 삐약이 파우치
ⓒ 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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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적절한 문방구를 선정하자.

간판이 세련되거나 규모가 큰 문구점에는 고전문구를 찾으러 들어가지 않는 편이 좋다. 직원이 많은 경우는 더 그렇다. 재고를 주기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고전문구들이 쌓여 있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주로 초등학교 앞 문구점(인터넷에  나오더라도 폐업했거나 오픈 시간이 유동적인 곳이 많으니 주의하자)이나 오래된 아파트 상가의 문구점이 유리하다. 감이 오지 않는다면 유리문에 색바랜 인형이나 딱지 상자가 있다면 그곳을 선정해도 좋다. 상자의 내용물은 다르더라도 그 문구점은 오래된 재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예시) 30여 년 된 아파트 앞 상가의 지하에 있는 문구점을 선정.

2. 적절한 TPO를 갖추자.

재고로 있던 오래된 물건을 원하는 이상, 어느 정도 먼지를 뒤집어 쓸 각오를 해야 한다. 따라서 더러워져도 괜찮을 편한 옷과 손이 지저분해질 때를 대비한 손수건, 물티슈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시간. 초등학교 인근 오래된 문구점은 어린이들의 등교, 하교, 점심시간을 대상으로 오픈 하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생들의 방문 패턴에 맞추는 것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문탐을 위해서는 해당 시간에 맞추거나 혹은, 약간 앞서거나 아예 지난 편이 좋다.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은 사장님께서 들어가실 확률이 높으니 주의하자.

예시) 점심시간이 지난 1시 반 또는 모든 학년의 하교가 끝난 4시 반에 편한 티와 청바지를 입고 문구점을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3. 중요한 것은 나 하기 나름(예의.예의.예의!)

문탐을 위한 방문이 많이 없던 문구점은 어른이 문구점에 와서 먼지를 풀썩거리고 두리번거리며 구석을 뒤지는 게 좋게 보일 리 없다.

들어가면서 소리 내 인사 하는 것을 추천한다. 누가 인사를 안 하나 싶겠지만 의외로 매장에 들어와 말없이 계산만 하고 가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문탐의 경우, 인사 없이 어른이 들어와 구석으로 들어가 물건을 뒤지는 것은 도둑과 행동이 똑같다. 일단 인사를 해서 뭘 몰래 들고 갈 의지가 없다는 점을 밝히고 문구점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이때, 사장님의 반응에 따라 해당 문구점의 문탐 경력 여부를 알 수 있다. "오래된 거 찾아요?"라고 물어온다면 추천을 받을 수도 있다. 붙임성이 좋다면 문구점의 역사를 물으며 오래된 걸 모은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리고 혹시 가능하면 고전문구 외에도 살 물건을 생각하여 고전문구를 찾지 못하더라고 물건을 사서 나오도록 하자. 헛걸음을 막을 수 있고, 또 낯을 가린다면 상황설명없이 해당 문구들을 찾으며 고전문구들을 살필 수 있다.

일반적인 문구점에서 고전문구는 재고이기 때문에, 인기 상품들을 피해 찾는 게 좋다. 즉, 요즘 유행하는 문구나 완구 아래쪽 받침대 쯤에서 마시마로, 떠버기, 발렌 등을 만날 확률이 높다.

예시) 문방구 구석 신발주머니를 쌓아둔 곳 맨 아래에서 혼자서도 잘해요 삐약이 파우치 발견.

4. 찾는 것보다 중요한 건 정리하는 것.

문방구는 기본적으로 어린이들이 물건을 사는 사장님들의 사업장이다. 따라서 평소 건드려지지 않던 곳을 건드려 먼지나게 만들고 정리까지 않고 떠난다면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러니 번거롭더라도 하나를 구경하고 나면 바로 하나를 제자리에 두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만약 이것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면 문탐을 추천하지 않는다(문탐 외에도 중고거래 등을 통해 고전문구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마지막으로 오래된 문구점은 카드리더기가 없는 경우가 있으니 현금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예시) 신발주머니들을 모두 제자리에 돌려 놓고 계산을 하고 찾은 고전문구 '혼자서도 잘해요 삐약이 파우치'의 먼지를 닦아내고 사진으로 기록하며 문탐을 종료.

처음 몇의 문탐에서 고전문구 찾기에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위 오늘의 고전문구 유치원의 수칙들을 잘 지키다보면 곧 추억이 담긴 문구들을 발견할 것이다. 

그 자리에서 추억을 담고있던 문구들이 인사를 건넬 날이 올 것이다. 이 기사를 읽는 독자분들이 부디 문탐매너를 갖춰 각자의 추억을 만날 거라 믿는다. '혼자서도 잘할 거'라고 믿는다.
 
혼자서도 잘해요 오프닝
▲ 혼자서도 잘해요 오프닝 혼자서도 잘해요 오프닝
ⓒ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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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고전문구, #문방구, #추억, #문탐,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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