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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대학교에서 열린 '뉴욕 디지털 비전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대학교에서 열린 '뉴욕 디지털 비전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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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인공지능(AI)활용을 강조해왔다.  AI 개발 관련 규제를 도입하고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규범을 만들기 위해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노력하고, 이를 위한 국제기구의 설치도 제안한 상태다.

윤 대통령은 해외순방 중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 자리를 몇 차례 열었는데, 1년 여 전 미국 뉴욕대에서 열린 디지털 비전 포럼을 시작으로, 올해 1월 다보스포럼, 4월 하버드대학, 6월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도 비슷한 행사를 열었다.

윤 대통령이 이렇게 AI 관련 규범에 천착하는 이유를, 대통령실은 "EU,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이 각기 다른 수준과 방식으로 디지털 규범 정립에 접근하면서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룰 세팅에 앞장서면서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표준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20일 최상목 경제수석)라고 설명한다.

정부는 세계 각국의 인사들이 참여하는 AI 글로벌 포럼을 구성해 디지털 규범의 정립과 AI 거버넌스 구축 논의를 주도해 나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21일 뉴욕대에서는 또다시 디지털 비전 포럼이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 질서'가 될 '디지털 권리장전'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동시에 5대 원칙을 밝혔는데 ▲자유와 권리 보장 ▲공정한 접근과 기회의 균등 ▲안전과 신뢰 ▲디지털 혁신의 촉진 ▲인류 후생의 증진 등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AI와 디지털의 개발과 사용에 있어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이 절대적 가치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AI와 디지털의 오남용이 만들어내는 가짜뉴스의 확산을 막지 못한다면 자유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또 자유 민주주의에 기반한 자유시장질서가 위협받게 되며 우리의 미래와 미래 세대의 삶 또한 위협받게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마치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가짜뉴스 제재라는 '동전의 양면'을 조화시킬 수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보면 윤 대통령의 관심사는 개인의 자유보다는 가짜뉴스 대응에 방점이 찍혀 있다.

가짜뉴스 대응 내세워 언론 압박하면서 '디지털 권리장전' 만든다?

2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금까지 심의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인터넷 언론사의 온라인 콘텐츠에 대해서도 심의를 확대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정보통신망법에 의거해 인터넷 언론사의 콘텐츠에 대해 가짜뉴스 관련 불법·유해정보 심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신문과 인터넷신문은 신문법 등 언론관계법에 따른 규제를 받게 돼 있다. 방송법, 정보통신망법에서 심의위원회의 심의사항으로 정한 사항만을 심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되지도 않은 인터넷신문의 콘텐츠를 심의한다는 대목에서부터 인터넷신문을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 방송통신위원회는 '가짜뉴스 근절 추진방안'을 내놨는데, 방송사가 심각한 위반을 하면 재허가·재승인 기한을 3년 미만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가짜뉴스를 보도한 언론의 폐간을 결정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도입, 가짜뉴스 보도 매체 사업자와 종사자의 다른 매체로의 이직 방지 등을 입법하겠다고 밝혔다.

이 모든 대책에서 가짜뉴스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은 정부다. 정부가 가짜뉴스라고 판단하면 언론사를 문 닫게 하고 더이상 언론 활동을 못 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입법이 필요하므로 당장 현실화되진 않겠지만, 정부가 이같은 대책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언론사는 정부 비판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가짜뉴스보다 기업·정부 규제에 초점 맞춘 유럽연합 AI법

한국의 대통령은 인공지능 개발에도 가짜뉴스 대응 규범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고, 이와 동시에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가짜뉴스 대책은 언론의 자유를 크게 후퇴시킬 우려가 큰 상황. 한국 정부의 가짜뉴스 대책을 본다면 개인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할 좋은 '디지털 권리장전'이 한국 정부에 의해 마련될 거라 생각하긴 어려울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제기구를 만들자고 하지만, 이미 도입을 앞둔 AI 관련 국제 규제는 존재한다. 지난 6월 유럽연합(EU) 의회를 통과한 '유럽연합 AI법'의 주된 규제 대상은 기업과 정부이다. 

기업이 개인의 정보를 함부로 사용하거나 저작권을 침해해 돈을 벌지 못하도록 하고, 정부가 치안을 명목으로 AI를 사용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로 ▲감정 인식 AI 금지 ▲공공장소에서의 실시간 생체 인식과 예측 치안 금지 ▲소셜 스코어링(사회적 활동 데이터에 기반해 어떤 사람을 특정 유형으로 일반화하는 것) ▲대형 언어모델의 학습에 저작권이 있는 자료의 사용을 금지 ▲소셜 미디어의 추천 알고리즘 규제 강화 등이 주 내용이다.   

태그:#AI규범, #인공지능, #인터넷신문, #권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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