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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에는 지역사회의 변화와 시민의 삶을 바꾸기 위해 땀흘리시는 많은 분이 있습니다. '파주시민에게 듣는 희망리포트'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파주시민의 권익증진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정치가 시민속에서 어떻게 기능해야 할지 모색하고, 주민 직접 정치와 자치가 활성화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새로운 모델을 연구하고자 합니다.[기자말]
파주시청 인근 자리잡은 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 집에서 김현호 신부를 만났다.
 파주시청 인근 자리잡은 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 집에서 김현호 신부를 만났다.
ⓒ 안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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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의 집(SHALOMHOUSE)은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일하는 센터다. 성공회 사회선교기관으로 시작한 비영리민간단체이다. 경기도내에는 현재 3개 지역 4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파주에서는 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 집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이주민 대상 임금체불, 산업재해, 의료사고 등 이주노동자 대상 상담과 한국어교실과 심폐소생술교육, 국가별 공동체 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다.

얼마 전 샬롬의 집은 파주시 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와 함께 외국인노동자들의 숙소실태를 조사한 바 있다. 이들은 모두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을 조금이나마 개선시키고 더 나은 노동조건에서 즐겁게 노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똑같이 존중받아야 할 사람들
 
사진제공 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 집
▲ 찾아가는 이주민 네트워크  사진제공 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 집
ⓒ 안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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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소개와 자기단체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대한성공회 소속 사제입니다. 이곳 파주 지역에 부임한 지 1년이 돼가고 있습니다. 전에는 동두천의 작은 마을, 기지촌이었던 턱거리마을에서 9년 남짓 사목활동을 했습니다. 2014년부터 순례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전국의 아픔의 현장을 직접 걸으며 순례를 해오고 있습니다.

샬롬의 집 소개를 좀 드리면 공식 명칭은 '파주 이주노동자 센터'입니다. 샬롬이란 평안, 평화를 말합니다. 종교나 인종의 벽을 넘어 평화롭게 공존하는 삶을 한번 만들어 보자는 뜻을 담아 샬롬의 집이라 합니다. 샬롬의 집은 파주에만 있는 게 아니라 성공회에서 운영하는 모든 이주민 관련된 시설들을 말합니다.

이주노동자에겐 일과 관련된 문제들이 많습니다. 법적 보장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보험에 가입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병원 한번 못 가요. 여전히 힘들고 위험한 일자리 현장 속에 이주노동자가 있습니다.

저임금 노동이면 더욱 그렇지요. 고용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입맛에 맞게 채용하고 내보내면 그만이라는 행태가 여전 하지만, 이주민 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한창 젊은 나이에 이곳에 와 십년, 이십년을 일하며 자신의 인생의 3분의 1인 청춘을 다 보내는 것이지요.

샬롬의 집은 이와 같이 똑같이 존중받아야 할 이주민 노동자에게 산재, 임금, 고용, 의료 등을 상담하고 정착에 꼭 필요한 한글교육과 문화 활동, 체육활동도 지원하지요."

성공회는 어떤 계기로 이주민 지원 선교를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1991년도 시작했어요. 당시는 이주노동자라는 단어도 거의 안 쓸 때였어요. 남양주 마석가구단지 내 성공회 교회가 있었는데 그곳엔 수많은 가구공장이 있었어요. 열악한 현장에 많은 외국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지요. 당시에는 서남아시아 분들이 많았는데, 벽이 높은 교회와 달리 성공회의 경우 똑같은 인간으로 이들을 대하고 돕고자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성경에 보면 '나그네를 잘 섬기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경의 내용과 가치는 노예살이를 하던 민중들이 자유를 찾아가는 삶의 여정에서 형성된 것입니다. 정처없이 떠돌아 다녀야 했던 경험을 근거로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나그네를 특히나 잘 돌보고 사랑하라는 내용이 강조될 수밖에 없었지요.

이 점은 성경의 근본이 되는 가르침입니다. 이러한 가르침에 근거하여 이주노동자들을 이 땅의 나그네로 여기고 그들에게 다가가 친구가 되려는 데서 성공회의 이주민 활동이 시작됐다고 보면 됩니다. 어느 순간 그들이 우리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들의 처지를 외면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최근에도 비닐하우스에서 동사로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주민들은 열악한 거주 환경 속에서 참사를 겪게 되는 것 뿐 아니라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으로도 많이 고통 받고 있어요.

외로움과 정신적인 고립감 때문에 극단적인 길을 택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을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개인의 책임, 잘못, 부재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은 없는지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사망 사고에 대한 원인 등이 조사되어야 하고 사회적인 관심이 좀 더 많아져야 합니다. 불의의 사고에는 대부분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가 많은데, 우리의 인식도 되돌아보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고용주나 경영자가 더욱 전문성을 가지고 이주민 노동자에 대한 이해와 상식을 높여나가야 합니다. 몰이해에서 비롯되는 문제로 이주민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거나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신분이 불안정하다고 해서 사람이 죽을 수밖에 없는 길을 가도록 그대로 방치 하는 것, 우리 사회가 가진 큰 문제입니다. 이러한 문제 해결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필리핀 부부와 인연, 잊지못할 기억
 
샬롬의 집은 이주민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문화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제공 파주이주노동자지원센터
▲ 이주민을 위한 심폐소생교육  샬롬의 집은 이주민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문화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제공 파주이주노동자지원센터
ⓒ 안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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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에 남는 활동들은 무엇인가요?

"우리 사회는 이주민을 데리고 와 일만 시키려고 합니다. 이 사람들의 문화를 존중해주고 서로 만나게 해주지 못하죠. 상담도 중요하지만, 이주민들이 나라별로 서로 만나고 대화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명절을 함께 보내자고 제안했어요.

얼마 전에는 서영대학교에서 운동장을 빌려 체육행사를 멋있게 치렀어요. 모두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뛰던지 모든 나라의 문화가 한 곳에 모인 듯 활기가 넘쳤습니다. 이곳에 함께 하는 이주민들은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시간에 감사해합니다.

그리고 샬롬의 집의 신부라는 사람을 알고 있고 언제 어디서든 위기상황에 달려와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지요. 한 번은 외국인 노동자의 일하는 현장에 직접 찾아가 사업주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노무사 상담도 가능해졌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주민에게 그러한 지원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어요.

그런데 성직자가 자신의 사업주를 만나 '이러면 되겠느냐'고 큰 소리로 노동자의 억울함을 대변해주는 것을 보니 든든하다는 생각을 한 겁니다. 나를 친구 같은 성직자, 위기에서 구해줄 사람이라고 말해주더군요.

용산지역에서 이주민 활동을 할 때, 필리핀 젊은 부부와 가까이 지냈는데, 그 부부가 아이를 갖게 되었고 아이를 안전하게 출산하는 일을 도왔죠. 당시 이주민들이, 특히 미등록 이주민들의 경우 이곳에서 아이를 낳아서 키운다는 것은 무척 어렵고 불안한 일이었어요. 많은 분의 도움으로 아이를 잘 낳았고, 첫 생일상을 필리핀 공동체와 샬롬의집이 함께 준비했어요.

그리고 그날 아이의 세례식도 가졌어요. 그 후 부부는 아이를 데리고 필리핀으로 돌아갔는데, 이후에도 아이 생일날이 되면 페이스북으로 제게 연락해 아이가 커나가는 소식을 전해 주곤 해요. 이 기억은 절대 잊을 수 없어요."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도보 순례, 평화행진 등 순례를 이어가고 계신데 순례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시민사회 현실을 보면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가는가 보게 됩니다. 우리 안에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에 올바른 공론화를 만들어 갈 힘도 부족합니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서로 포용하고 수용할 수 있는 힘도 부족하지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힘이 필요한데 편을 가르고 이익집단만 커져가는 살맛 안 나는 사회 환경을 마주하다 보면, 이주민들이 정착해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기 힘들지요. 차가워지는 마음, 심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찾다가 순례를 찾게 된 겁니다.

세월호 참사로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19일에 걸쳐서 순례를 했을 때 600km를 걸었어요. 차로 10시간이면 오는 거리지만 19일을 걷다 보니 못 보던 것도 보게 되고, 우리가 빨리 가면서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몸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 순례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변화하는 계기가 되겠다 생각했지요. 느리게 가더라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들을 생각하며 걷다 보면 저부터 마음이 많이 따뜻해졌어요.

더 많은 사람이 함께 경험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순례를 제안하기도 합니다. 아픔이 있는 곳에 가서 잠시 아픔을 공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순례를 하면서 자기 내면의 아픔도 보고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반성도 하게 되는 것이 좋은 훈련이 된다 생각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경청과 환대의 마음
 
사진제공 파주이주노동자지원센터 샬롬의 집
▲ 평화순례 사진제공 파주이주노동자지원센터 샬롬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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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사회가 더 성장하고 성숙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경청과 환대라는 두 단어가 떠오릅니다. 우리 시민사회가 성숙해지고 성장하려면 우선 경청하는 의향과 태도가 깊어져야 합니다. 물질적 가치가 지배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종종 안타까운 현실을 지켜보게 됩니다. 생명을 경시하고 극단적인 이기주의 경향이 짙어지고 있죠. 참과 거짓의 구분이 모호해져 가고, 진실을 외면하고 편을 가르는 분열현상이 심합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웃된 존재들의 소리를 깊이 들을 수 있는 마음가짐을 키울 수 있다면, 물질적 가치에 종속돼 끌려다니는 어리석음이 해소되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순례를 강조하는 이유도 경청의 마음을 키우고자 하는 데 있죠.

다음으로 환대입니다. 타자를 잘 맞이하기 위해서는 마음만 있다고 되지 않습니다. 기술이 필요하지요. 아주 근사한 호텔에 가면 우리가 환대받는 느낌을 받지 않나요?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은 고객을 환대하는 훈련을 끊임없이 받지요. 그래야 몸에 익히게 되고 습관처럼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환대의 마음과 태도는 시민사회 영역에서 더욱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주민들이 정착해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려면 선주민들의 태도와 인식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선주민들에게서 이주민들을 환대하는 느낌이 드러나야 하겠지요. 이주민 공동체와 선주민 공동체가 서로 만나는 기회를 자주 갖도록 하려는 것도 이러한 환대의 마음을 키우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 파주와 시민의 삶을 바꾸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소명이란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우리 각자에게는 저마다 소명이 있지요. 이 세상에 태어난 존재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잘 찾아 살아가는 것이 아름다운 인생이죠.

지역에도 소명이 있습니다. 우리 파주지역 사회가 한반도 안에서 차지하는 지역적 소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소명을 저버리지 말고 잘 찾아서 그 방향대로 갈 때 파주시민들의 삶 또한 유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파주는 접경지역이잖아요. 접경지역은 예로부터 경계지역의 다양성을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파주는 북한과 접해 있고 더 나아가 중국과 몽골, 러시아와 접해 있습니다. 이러한 접경지역의 특성이 잘 나타나면 좋겠습니다. 다양하면서도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지역사회, 생각만 해도 설레지 않나요?

또 파주는 접경지역으로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DMZ입니다. 저는 파주 DMZ을 떠올리면 순례길이 떠오르길 바랍니다. 전 세계인이 와서 걷고 싶은 곳으로 알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이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파주 시민들이 DMZ을 따라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작년 10월 파주에서 거처를 찾던 중 문산 운천리에 조그만 방을 얻었습니다. 평화누리길이 가깝고 개성공단과 송학산이 잘 보이는 장산 전망대 근처에 위치한 마을입니다.

제가 파주에 오기 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종주하고 왔는데, 순례길에 후원받은 돈을 아껴 방을 임대했어요. 초라한 방을 꾸며 '운천리 알베르게'라 이름 지었어요. 잠자리가 필요한 순례자들에게 무료로 잠자리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저도 이곳에 머물며 정기적으로 걷는 순례를 해 오고 있습니다."
  
이주민은 왔다가는 타인이 아닌 우리의 이웃
 
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 집
▲ 김현호 신부 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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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호 신부는 함께 활동하는 분 모두 업어드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손수 밥을 짓는다. 샬롬의 집은 매월 셋째 주 수요일에 마을밥상을 연다. 밥과 국 소박한 한 끼지만 누구나 오셔서 맛있게 드시길 권한다.

다가올 10월 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 집에는 또 하나의 즐거운 소식이 있다. 바로 이주민 노래자랑이다. 이주민과 문화를 공유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호흡해나가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선주민의 몰이해와 편견으로 고통 받고 차별받는 이주민에 대하여 샬롬의 집은 이렇게 말한다. 

"이주민은 잠시 왔다가는 타인이 아니라 우리가 좋아서 정착할 사람들, 우리의 이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파주673시민자치연구소 소장입니다.


태그:#파주 샬롬의 집 , #이주노동자지원, #외국인주민지원, #이주민, #파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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