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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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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은 단순히 과거로 회귀하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 궤도에서 완전히 이탈했습니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신흥무관학교100주년기념사업회 공동대표)의 일갈이다. 윤석열 정부가 역사의 퇴행과 반동에 그치지 않고 '탈선'해서 무한질주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 전 관장은 특히 윤 정부는 "법치를 내세우지만 야당과 노동자, 시민단체를 망치로 두드려 패고 있다"면서 "민주주의 정치는 협치인데 야당과 진보 언론, 노동자들과는 극한 대치, 북한과는 무한대치하고, 외교, 즉 외치는 거의 국치 수준"이라고 날선 비판을 했다.

지난 8월 28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자택에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인 김 전 관장을 만났다. 그는 군사독재 정권 때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등에서 반독재 언론운동을 하다가 1970년대 유신정권과 1980년 군부독재정부 때 모진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또 대한매일(현 서울신문) 주필을 지낸 언론인이자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친일문제 연구가이며, 독립운동가 등 50여명의 삶을 고찰한 평전의 저자이기도 하다.

윤석열 외교가 '국치'인 까닭

이날 육군사관학교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한(관련 기사 : "홍범도 장군, 동포 도우려고 소련공산당 입당" https://omn.kr/25eyn) 김 전 관장은 역사적 맥락에서 윤 대통령이 선전포고한 '이념전쟁'의 본질과 비극적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장시간 이어갔다.

김 전 관장은 우선 윤석열 정부 외교를 '국치' 수준으로 평가절하한 이유에 대해 "미국 정보기관이 대통령실을 도청했는데 '악의가 없었다'는 식으로 넘어갔고, 그동안 일본에게 피해 국가로서 당당하게 배상과 사죄 요구를 했는데 이제는 일본 눈치를 봐야 될 만큼 위치가 바뀌었다"면서 "인류 공동 자산인 바다에 핵 오염수를 뿌려 후세들이 살아갈 터전까지 망치는 데 오히려 일본 편을 들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만 평전'(2020년, 두레 출판)의 저자이기도 한 김 전 관장은 윤석열 정부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추앙하면서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김 전 관장은 프랑스 혁명 뒤에 회자됐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했다.

"변할수록 옛 모습을 닮아간다."

김 전 관장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고 얼마 뒤 나폴레옹 쿠데타가 있었고, 그 뒤 왕정이 복귀됐으며 한때 공화정이 이루었다가 나폴레옹 조카였던 루이 나폴리옹에 의해 황제가 되면서 많은 사람이 희생되는 반동기를 겪었다"면서 "그 때와 거의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윤석열차는 과거로 회귀한 게 아니라 궤도를 이탈했다"고 개탄했다.

이어 김 전 관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추앙해서는 안 될 역사적 사실을 조목조목 밝혔다.

"청년기 때는 개화파, 인권운동을 하면서 존경을 받았는데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경성감옥에서 풀려난 뒤 미국으로 건너가면서부터 '청년 이승만' 모습을 잃었습니다. 예컨대 190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전명운·장인환 두 의사가 고종 황제의 외교 고문이자 우리 국록을 받으면서 일본을 홍보해 온 스티븐슨을 살해했죠. 이승만은 하버드 대학에서 석사학위 코스를 받고 있을 때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사탕수수수 밭에서 일하던 동포들이 돈을 걷어 왕복 비행기표를 사줬는데 막상 법정에 와서는 한다는 소리가 자기는 '기독교 신자이기에 살인마를 변호할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변호가 아니라 통역을 해달라는 건데, 이조차 거부했죠."

김 전 관장은 "이승만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기 직전인 1919년 1월, 독립운동가들이 절대 독립을 주장했던 시절인데 미국에 일본 대신 위임통치를 해달라고 주장했던 인물"이라며 "그 때 신채호 선생은 '이완용은 있는 나라를 팔아먹었는데, 이승만은 있지도 않은 나라를 팔아먹었다'면서 의정원 회의장을 뛰쳐나가기도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오마이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오마이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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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추앙하는 이승만의 '악행'

김 전 관장은 이승만이 주장한 '외교를 통한 독립'의 허구성도 비판했다.

"초대 임시정부 대통령으로 선임이 됐는데도, 1년 반이 지나도록 상하이에 오지 않았습니다. 독립군들은 1920년에 있었던 봉오동 전투, 청산리 전투 등을 치르면서 무장투쟁을 하던 때 이승만은 외교를 통한 독립을 주장했죠. 당시 일본은 미국, 영국과 한패였습니다. 말이 안 되는 허망한 주장이었죠."

김 전 관장은 "그래서 결국은 임시의정원이 6가지 이유를 들어 이승만을 탄핵했는데, 불명예스럽게 미국으로 쫓겨난 뒤 임시정부를 매도하고 다녔다"면서 "당시 미국에 있던 외교 총책임자인 이승만의 이런 언행 때문에 그 이후 미국 정부가 우리 임시정부를 승인하지 않았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조선인들은 분란이 심해서'였고, 이런 요인을 제공한 건 이승만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전 관장은 '대통령 이승만'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김 전 관장은 "환국할 때 미군 대령 군복을 입고 들어온 이승만이 미국 협력을 받아서 대통령이 됐는데, 무엇보다도 용서할 수 없는 건 반민특위를 강제로 해체시켜버린 것, 이건 천추의 한으로 남아있다"면서 "지금도 친일 후손들, 언론, 법조인, 재벌들이 대물림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김 전 관장은 "또 한 가지 용서할 수 없는 것은 백범 김구 선생 암살의 중심은 이승만의 핵심측근인 '88구락부'였기에 이승만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을 수가 없었다"면서 "6.25 전쟁이 터진 뒤 3일 만에 서울을 떠나 피난하던 이승만은 육군 형무소에 있었던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범 안두희를 풀어줬다, 왜 하필이면 수많은 정치범과 사상범 중에 안두희였을까"라고 반문했다.

김 전 관장은 이밖에도 '사사오입 개헌' '죽산 조봉암 선생 사법살인' '민간인 학살' 등을 열거한 뒤 "검찰은 3.15 부정선거 때 마산에서 시위한 학생들의 호주머니에 '인민군 만세' '김일성 만세' 등의 쪽지를 집어넣고, 결국 김주열 열사를 죽여서 바다에 던져버리는 등의 악행을 저질렀다, 4.19 혁명으로 하야했지만 국민들이 그를 법정에 세웠어야 했다"고 한탄했다.

김 전 관장은 "이런 자에 대해 국민세금 수백억 원을 들여 기념관을 짓겠다고 주장하는 게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의 말인지 의심이 간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걸핏하면 헌법정신을 들먹이는데, 헌법에는 불의에 항거한 4.19 혁명의 정신을 이어받는다고 적시돼 있고, '불의'의 대명사가 바로 이승만"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식 '자유'의 실체는... 파시즘의 징조"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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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관장은 윤 대통령이 수시로 언급하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자유민주주의, 윤 대통령은 이 설익은 구호를 자주 언급하는데 우리나라 정체성은 '민주공화'입니다. 헌법에 자유민주주의는 딱 두 번 나오고 민주주의가 9번 나오죠. 자유민주주의는 박정희가 유신 쿠데타를 할 때 내세웠던 기치인데, 제대로 연구된 학설은 아닙니다. 이승만은 어용 지식인 건의로 '일민 민주주의'를 내세웠어요. 박정희는 '민족적 민주주의', 북한 김일성은 '인민 민주주의' 주창했죠. 최근 러시아 푸틴은 '주권 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있답니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선거제, 복수정당제, 권력 분립주의 등이 통합된 개념이죠. 민주주의에 형용사나 관사나 부사가 붙으면 요상해지거든요. 북한 인민민주주의 체제를 싫어하면서 왜 따라가죠."

김 전 관장은 "프랑스혁명 당시에도 자유, 평등, 박애 등을 동시에 내걸었던 건 (자유는) 다른 가치들과 더불어 있을 때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자유'를 혼자 놔두면 방종하기가 쉬운 데 박근혜, 이명박 정부 시절에 내세웠던 자유시장경제를 풀어보면 동물원의 울타리를 없애 사자와 토끼가 함께 살도록 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유했다.

그는 이어 "국가의 최고 통치권자이자 행정수반인 대통령의 용어 사용은 정말 신중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은 앞뒤를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고 남발하고 있다"면서 "여러 면에서 파시즘 초기 징조가 아니냐고 우려하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윤석열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의 잘못된 행적만 모자이크"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의 자택에는 장서 3만7천여권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의 자택에는 장서 3만7천여권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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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관장의 인물 평전에는 사람만 들어있는 게 아니라 굴곡진 우리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언행이 어떤 시대, 어떤 인물과 중첩되는지를 물었다. 김 전 관장은 "대단히 어렵고 복잡한 질문"이라면서 답변했는데,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독립운동가였던 심산 김창숙 선생은 이승만 정권기에 '독부 이승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독재보다 더 독선적이고, 고집불통이며 외골수라는 의미죠. 박정희는 과거 남로당 행적을 지우려고 과잉 반공 이데올로기를 내세웠어요. 독립운동가, 민주운동가들을 사법살인하고 혹독한 탄압을 자행했습니다. 전두환은 안하무인이죠. 공화국 대통령인지 전제 국가의 제왕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막무가내 통치를 일삼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민간 정부 수반이었는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잘못된 행적을 따라 배우면서 국정농단을 일으켰어요. 그때 수사를 못하던 검사들이 지금 국가를 장악하고 당시 파시즘을 이어받은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잘못된 국가지도자들의 잘못된 행적만을 모자이크한 모양새입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설익은 개념을 내세우고 반대 세력을 정치 카르텔로 묶어 비판하고 있죠. 야당 대표는 1년 반이 되도록 안 만나면서 일본 수상은 6차례를 만나는 파행성, 이런 모습은 4.19 혁명으로부터 시작해서 반유신 투쟁, 광주 민주화 운동, 6월 항쟁, 촛불혁명을 통해 국민들이 쟁취한 민주공화제의 본질인 협치를 뒤집고 왕조 체제나 고려 무인정권 시대 경대승이 주변에 측근 수백 명을 거느리고 일삼은 도방(都房)정치를 떠오르게 합니다."
 
▲ [이 사람, 10만인] 윤 정권 ‘이승만 추앙’, 제정신 아니다...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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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삼웅, #이승만, #윤석열, #자유민주주의, #파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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