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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하천은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곳에 대규모 준설과 댐 건설을 또 해야 하는가? 우리 사회는 MB시대 4대강사업을 통해 대규모 준설과 무분별한 댐 건설이 가져올 혈세낭비, 국토환경 파괴 등을 이미 경험했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 들어선 부자 감세 등으로 국가 세수 부족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불필요한 토건 사업에 또 혈세를 써야 하는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이를 강행하려는 것은 의도가 뻔한다.

의미도, 효과도 없는 4대강사업 
 
환경부는 2024년 대규모 준설과 댐 건설 계획 추진을 밝혔다.
▲ 환경부 보도자료 환경부는 2024년 대규모 준설과 댐 건설 계획 추진을 밝혔다.
ⓒ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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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오늘(29일) 내년에 국가하천 19곳을 준설(준설규모 192만2000㎥)하겠다고 밝혔다. 또 10개 댐 신설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난 24일 환경부는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열어 '킬러규제 혁파 방안'을 제시했다. 긴급 재난대응 사업과 하천기본계획에 있는 하천정비사업은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앞서 지난 7~8월 호우에 지류에서 홍수 피해가 발생하자 윤석열 정부 환경부와 <조선일보> 등은 4대강사업 공사 구간은 멀쩡한 반면 지류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은 환경단체가 지류 하천 정비를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환경단체 등은 대규모 지류 정비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반발했다. 지류 정비사업은 포스트 4대강사업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홍수 예방은 국가하천, 지방하천 구분보다 취약 지역 우선이 원칙이다. 4대강사업 이전 본류 홍수 피해는 거의 없었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요한 주장이다. 홍수 피해는 주로 지류에서 발생했다. 이명박 정부는 본류 물그릇을 키우면 지류의 물 빠짐이 개선돼 홍수를 "근원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며 4대강사업을 강행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이후도 지류에서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4대강사업 공사를 했던 본류도 안전하지 않았다. 2020년 낙동강 제방 붕괴 사고는 이를 증명한다. 2018년 7월 감사원은 4대강사업 홍수 예방 편익을 '0'원으로 평가했다. 홍수 방어를 목적으로 실시한 대규모 준설 등은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와 보수 언론이 지류 홍수 피해가 환경단체 반대 때문이라 주장하는 것은 이 정권의 클리셰인 '남 탓'이라고 본다. 또 중대한 왜곡이다. 환경단체는 오히려 홍수터 복원과 비구조물적 홍수 방어 대책 중심으로 본류보다 지류 홍수 대비를 제안했다. 지류가 홍수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이를 거부한 게 MB정부였다.

대규모 준설 등은 MB표 4대강사업 방식을 지류에 적용하겠다는 속셈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앞서 언급한 것처럼 환경영향평가 자체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본다. MB는 4대강사업 강행을 위해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무력화했다. 윤석열 정부는 포스트 4대강사업 강행을 위해 '환경영향평가법'의 환경영향평가를 무력화하고 있는 것 아닐까. 혈세 낭비 방지와 사회적 합리성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검증 과정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꼴이다.

홍수 방어를 위한 준설은 하책(下策) 중에 하책이다. 효과는 낮지만, 하천 생태계를 황폐화한다. 과거 정부에서 준설, 보를 자연 하천에 반하는 사업으로 규정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대규모 준설로 홍수 예방하는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독일은 오히려 강과 하천의 건강성을 위해 역준설, 즉 모래와 자갈을 강에 다시 붓고 있다.  

비용 대비 편익을 고려했을 때 댐 건설도 따져야 한다. 단위 면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세계 1위의 댐 밀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댐 공화국이다. 비용보다 편익이 높게 나올 수 있는 댐 자리는 이미 댐이 들어 섰다. 어디에 그리고 누구를 위해 댐을 짓겠다는 것인가?

왜 자연과 전쟁을 벌이려 하는가 

대규모 준설과 댐 건설은 토건족과 지역 토호의 먹거리일 뿐이다. 준설은 모래와 자갈, 즉 골재를 파내겠다는 것이다. 댐 건설 과정에서도 막대한 양을 파헤친다. 모래와 자갈은 강에서 없어서 안 될 존재다. 물을 맑게 하고 각종 생명을 품는다.

이 모래와 자갈이 사라진 강에서 수질이 나빠지고 대규모 녹조가 창궐하는 것을 우리는 이미 뼈저리게 확인했다. 그리고 환경단체 등의 조사에 따르면, 그 녹조에 있는 독소가 쌀, 무, 배추 등 한국인의 밥상을 넘어 공기 중에서도 검출되고 있다. 그런데도 환경부가 준설과 댐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1세대 환경운동가인 한 선배는 "자연과 전쟁하려는 족속은 가만두면 안 돼"라고 했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강과 하천을 대상으로, 즉 자연과 전쟁을 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개발에 따른 편익은 특정 세력에게 집중되지만 피해는 철저히 사회화(개인화)된다. 지금 환경부의 모습은 환경부가 아니라 '개발환경부'일 뿐이다. 

태그:#환경부, #준설, #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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