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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장에선 다양한 일이 생겨난다.
 시험장에선 다양한 일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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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4일이지만 고등학교 시험 기간 동안에는 크고 작은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그렇게 강조를 해도)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최하점 처리되는 경우는 매번 한두 건 발생한다. 시험 문제에서 ​​오타나 오류가 발견되어서 시험보는 중간에 급히 공지하는 일도 꼭 있다. 시험이 다 끝난 후 문제의 문제점이 발견되면 복수 정답으로 처리되는 경우도 있었다(그런 경우 그 항목만 재시험 보는 것이 타당해서 우리 학교도 앞으로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런데 커닝은 생각보다 흔하지 않은 일이다. 15년 정도 이 학교에 근무하면서 커닝 적발을 본 적은 몇 번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번 시험에서 커닝이 적발되었다. 그것도 챗GPT를 활용한 것이어서 모두가 놀랐다.

상황은 이렇다. 휴대전화를 제출한 그 학생이 공기계 휴대전화를 가지고 와서 책상 속에 감춰 두고 감독 교사 몰래 모르는 내용을 챗GPT에게 물어보며 문제를 풀었던 것이다. (보지도 않고 질문을 치다니!) 손이 책상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을 의심한 감독교사에게 그 장면이 적발되었으며 휴대전화에 질문 내역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학생 본인도 인정했다.

챗GPT, 어떻게 잘 가르쳐야 할까 

최근 교육 현장에서 챗GPT는 뜨거운 감자다. 과제를 챗GPT에 의존해서 제출한다는 우려가 떠돌면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가 아주 많이 열린다. AI 시대를 맞이하여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으니 교육 현장에서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를 주로 고민한다. 왜냐하면 학생들에게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을 잘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잘 가르친다'는 의미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 윤리적인 기준과 책임의 문제까지 포함한다. 사실 일반적인 교사들에게는 아직 버거운 주제일 수 있지만 어떻게든 따라잡아야 한다.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핵심은 바로 '질문하기'이다. 결국 질문을 잘할 줄 알아야 챗GPT를 활용할 수 있으니 질문을 잘하는 법을 가르치자는 것이다. 아직 한글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많이 부족한 편이지만 영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무척 훌륭하다. 교과 수업 시간에도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 챗GPT가 커닝에 활용되었으니 비상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수능 때나 쓰던 금속탐지기를 학교 시험에서도 사용하기로 했다. 보통 자기 과목 시험 때 복도 감독을 하기 때문에 학생의 질문을 받느라 자리를 비우기도 하는데 복도 감독이 상주하도록 감독표를 짜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화장실 내부도 금속탐지기로 점검하고 수능 시험처럼 화장실 칸도 교사들이 지정해주자는 의견이다. 그 정도로 하면 아이들도 경각심이 생겨서 커닝을 시도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버겁지만 따라가야만 하는 변화
 
인공지능은 우리 삶 가까이 들어와 있다.
 인공지능은 우리 삶 가까이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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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우리 아이는 집에 오면 태블릿 PC와 거의 한 몸같이 지낸다. 유튜브가 이 아이의 선생이고 친구다. 그런데 검색을 음성 인식으로 한다. 티브이도 리모콘으로 켜지 않는다. "OO야, 티브이 켜줘" 하는 세대다. 가끔은 잘 입력되지 않을 때가 있는데도, 나 같으면 손가락을 이용하는 게 편하다 싶은데도 꿋꿋하게 말로 한다. 그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또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집 전화도 귀해서 우리집으로 마을 노인들이 전화를 받으러 오곤 했다. 그런 내가 오늘 오후 메타버스 ZEP(가상 세계에서 아이들과 아바타로 만나는)에서 퀴즈를 만들어 학생들과 공유하는 법을 배우고 왔다. 이제 앞으로 또 무엇을 만날지 알 수가 없다.

확실한 것은 내가 만나는 무엇이 무엇이든간에, 나는 그것을 어떻게 가르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고 스스로 통제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게 도와야 한다. 하지만 아직 아이들과 챗GPT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했다. 나 또한 아직 따라가기 버거운 처지인데 우리 학생들은 벌써 저만치 앞에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앞에 가고 있다고 해서 모두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최근 마주한 시험장의 챗GPT가 그런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또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멈춰 세우기도 어렵고 뒤로 잡아끌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 분발해서 그들 옆에 가서 말을 걸어야 한다.

일단 나는, 우리 아이의 유튜브를 잠시 끄게 했다. 유튜브 영상을 보는 아이의 모습보다 어제 읽던 만화책을 읽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더 보기 좋은 게 내 진심인가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교육, #커닝,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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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jey9595 사진은 우리집 양선생, 순이입니다. 저는 순이와 아들 산이를 기르고 있습니다. 40대 국어교사이고, 늘 열린 마음으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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