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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해보는 스킨십. 썩 좋지는 않다. 처음이라 그런가? 따끔거려 아래로만 눈이 간다. 계속 경험해 보자. 해 본 사람마다 좋다고들 하니."

첫 경험처럼 이야기를 슬쩍 풀어보았습니다만, 사실은 맨발 걷기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거의 3년이 넘어갑니다. 이제 중독이 된 것 같습니다. 하루라도 걷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립니다. '몸이 이리도 땅과의 스킨십을 원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왜 여지껏 몰랐을까요? 이리도 몸이 원하는 것을요.

특별히 맨 땅과의 스킨십이 간절해 질 때가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입니다. 저는 맨발걷기를 '어머니 지구와의 스킨십'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단 하루도 거르기 힘든 저의 진한 스킨십 이야기,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몸은 본능적으로 원한다, 자극을 
 
새 강아지 고라니 사람은 원래 모두 맨발이었다
▲ 모두가 맨발 새 강아지 고라니 사람은 원래 모두 맨발이었다
ⓒ 조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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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고 계시죠? 사람은 손과 발은 아주 예민합니다. 동양권에는 이를 활용한 많은 치유적 전통이 있습니다. 우선 침법 중에 음양오행침법, 사암침법이 그렇습니다. 사지 말단의 경혈만 활용합니다. 아예 대놓고 손만 자극하는 수지침도 있습니다. 발바닥을 자극하는 발반사요법은 아주 대중적입니다.

할머니들의 오랜 지혜인 '손따기'도 있죠. 그런데 손과 발만 자극하는데 어떻게 뇌와 오장육부가 조절이 될까요? 어떤 원리일까요? 보통은 신경자극으로 설명합니다. 손과 발에는 말초신경이 촘촘한 그물망처럼 깔려있습니다. 그런데 깊이가 아주 얕습니다. 살짝만 찔러도 '뜨끔'합니다. 그런데 이런 자극은 어디로 이어질까요? 오장육부를 지배하는 자율신경까지 이어집니다. 그러니 소화도 되고, 심신도 안정됩니다.

그런데 온 몸을 조절하는 소중한 신경이니 꽁꽁 싸서 안전하게 숨겨둬야 하지 않을까요? 실제 우리 몸의 중추신경은 이렇게 잘 보호가 됩니다. 중추신경인 뇌와 척수는 뼈 속 깊이 숨어있습니다. 그런데 말초신경은 가장 위험한 손과 발에 드러나있다시피 합니다. 말초신경은 외부 자극을 정말로 간절히 원하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입니다. 그러니 앞서의 치료법들이 통하는 겁니다.

손자극 요법은 아주 대중적입니다. <손과 뇌- 손은 외부의 뇌다>라는 책이 나올 정도죠. 작업치료사는 양의학 내에서 이런 원리를 정말 잘 활용하는 전문가입니다. 하지만 발은 어떤가요? 손 자극은 주로 상체 위주로 전달됩니다. 반면 발자극은 전신으로 전달됩니다. 너무나 쉽게 전신의 자율신경을 조절할 수 있는 발을 왜 꽁꽁 싸고만 있을까요?
    
      
신경자극 원리 말고 또 다른 원리가 치료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땅과 주고받는 전자 흐름입니다. 몸에서 활성산소가 과다하게 생성되면 몸 곳곳에서 음전하를 뺏습니다. 우리 몸을 녹슬게 하는 거죠. 땅에는 기본적으로 금속 원소가 많습니다. 땅과 내 발이 접할 때 필요한 음전하를 땅의 금속 원소들로부터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몸 속 활성 산소는 안정을 찾습니다.

저는 요즘 맨발걷기가 '건강효과'를 넘어선 또 다른 효과가 있음을 느낍니다. 단도직입으로 말하면 '생태적 영성 체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 온 뒤 촉촉해진 흙길에는 발자국이 쉽게 남습니다. 강아지 발자국, 왜가리 발자국, 고라니 발자국, 그리고 사람의 신발자국, 자전거 자국, 때로는 자동차 타이어 자국까지 말이죠. 타이어 자국은 정말 광폭합니다. 때론 자전거도 깊은 상흔을 남김니다. 개미떼가 길을 질러 일렬로 가는 장면은 참 신기합니다. 그 행렬을 순식간에 잘라버리는 것이 자전거입니다. 때론 그 역할을 사람의 신발이 합니다. 신발을 신고 걸을 때는 바닥을 거의 살피지 않기 때문입니다.
  
 
건강을 넘어 생태적 영성으로

날씨마다 땅의 표정은 달라집니다. 땡볕이 쏟아질 때, 땅은 거대한 천연 원적외선 치료기가 됩니다. 비가 내릴 때는 땅은 발을 3D로 어루만지는 마사지 손이 되어 줍니다. 비가 그치고 적당히 물기가 빠진 땅은 말랑말랑합니다. 온 땅에 쿠션을 깐 것 같습니다. 

계절마다의 땅 표정은 또 어떤가요? 여름 땅은 찜질융단입니다. 겨울 땅은 바닥에 작은 칼날을 깐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조금은 무디어 집니다. 끝엔 혈액이 일시에 몰리면서 후끈해지죠. 또 땅은 옷을 바꿔 입습니다. 잔디옷은 계절마다 다릅니다. 여름철 잔디에서는 솟구치는 기운이 느껴집니다. 초미세하게 떨면서 저를 공중부양해주는 듯합니다. 꼬실꼬실한 풀마디 하나하나가 느껴집니다. 촉촉하면서 시원합니다.

반면 잔디옷은 겨울엔 맨땅보다 훨씬 따듯합니다. 맨발로 걸으면서 잔디가 너무 사랑스러워졌습니다. 한편으론 미안함도 듭니다. 가끔 이 잔디 위를 자동차나 경운기, 자전거가 지납니다. 자동차 자국은 정말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눌린 자국은 누렇게 변해서 좀처럼 회복이 안됩니다. 자동차가 더 미워졌습니다. 그러면서 인간의 문명이 자연에는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뼈저리게 느낍니다.

   
마사토와 진흙의 느낌도 확연히 다릅니다. 마사토 위에선 미끄러지듯 걸어집니다. 알갱이들이 발바닥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진흙은 수분을 많이 머금습니다. 쉬이 데워지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한번 데워지면 그 열기는 대단합니다. 바위땅, 자갈땅 모두 제각각 다른 느낌으로 교감합니다.

맨발상태에서는 이 모든 게 느껴지기 때문에 마구 발을 디딜 수가 없습니다. 내 피부가 땅의 피부를 그대로 느끼면서 내 근원을 알아갑니다. 어쩔 수 없이 문명의 온갖 이기로 치장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생명을 낳고 품고 있는 우주에 유일한 곳 지구, 적어도 이 곳에서는 틈만 나면 신발을 벗어봅시다. 매일 지구의 살과 '부비부비' 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산환경운동연합 8월 웹진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태그:#맨발걷기, #생태영성,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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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동물, 식물 모두의 하나의 건강을 구합니다. 글과 그림으로 미력 이나마 지구에 세 들어 사는 모든 식구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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