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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종합복지관을 아시나요? 지나가다 간판을 보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면 부모님이 다니셔서 알 수도 있겠습니다. 이 기사에선 노인복지관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누구나 노인이 될 가능성이 크니까요.

노인복지관은 노인여가복지시설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노인 분들이 오십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법적으로 노년층으로 접어들기 시작했죠. 그분들도 오시면 좋은데 아직은 비교적 고령의 노인들이 주로 이용하십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노년을 보낼 후보지로 노인복지관을 꼽지 않을 가능성이 클 듯합니다.

그래서 노인복지관 운영주체들도 신노년층을 유인할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조만간 노인이 되겠죠. 저는 노인복지관도 분명히 이용할 것 같습니다. 저의 현재 일터라서 괜히 하는 말은 아닙니다. 왜 노인복지관일까요? 노인복지관이 어떤 곳인지 미리 알아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노인종합복지관, '섬' 같은 공동체
 
부담없는 가격으로 손색없는 커피와 음료를 담소와 함께 즐길 수 있다
▲ 노인복지관의 북카페 부담없는 가격으로 손색없는 커피와 음료를 담소와 함께 즐길 수 있다
ⓒ 조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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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관과 유사한 시설들이 정말 많습니다. 백화점, 마트의 문화센터에 많이 가시지요. 주민자치센터(행정복지센터)의 평생교육 과정도 있습니다.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원도 좋습니다.

그럼에도 노인 분들은 왜 노인복지관에 오실까요? 한 단어로 정리하면, '공동체성' 때문입니다. 복지관은 하나의 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장의 논리가 온 세상을 뒤덮었습니다. 시장 논리가 출렁이는 대한민국이라는 바다에 아슬아슬하게 잠기지 않고 남아있는 섬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복지관입니다.

'공동체'라는 말은 아주 흔하게 사용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진짜 공동체가 있긴 할까요? '마을공동체'라는 말이 흔히 쓰이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저 수사적 표현일 뿐 실체는 없습니다. 시골도 이미 공동체성이 상실된 지 오랩니다. 이런 대한민국에 저는 노인복지관을 공동체성이 그나마 살아있는 곳이라 규정하고 싶습니다. 무슨 근거로 그럴까요?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도시락 서비스. 두껑을 열면 따듯한 기운이 피어난다.
▲ 노인복지관의 도시락 배달서비스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도시락 서비스. 두껑을 열면 따듯한 기운이 피어난다.
ⓒ 조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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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은 특화된 '휴먼서비스 조직'

단순히 배움만 생각하면 문화센터, 평생교육원이 노인복지관 보다 더 낫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관들의 바탕은 '시장'입니다. 자본과 경제논리로 돌아갑니다.

반면 노인복지관은 좀 다릅니다. '시장'이 아니라 '연결과 연대'가 바탕입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요? 가장 단순하게는 복지관은 '비영리'기관, 또 '복지시설'이기 때문입니다. 지자체, 국가로부터 지원 받습니다. 부족하면 후원을 받아 운영합니다. 들어온 돈은 모두 '이용자'를 위해 남김없이 다 써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누가 운영하는가?'입니다. 노인복지관 직원의 상당수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이분들은 오로지 '휴먼서비스(인간봉사)'를 위해 특별히 훈련된 전문가입니다. 그래서 노인복지관은 노인에 특화된 전문 인간봉사조직입니다. 이것이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병원이 독보적인 이유가 '의료인'이 만들어가는 공간인 것과 같습니다. 차이는 바로 '사람'에서 나옵니다.

세 번째로 노인복지관은 늙고 약하고 외롭고 가난한 분들이 더 환대받는 공간입니다. 이런 목적으로 설립됐으니 어쩌면 당연합니다. 세상에 이런 곳은 드뭅니다. 이런 목적을 위해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연대를 만듭니다. 보건소, 병원, 체육회, 치매안심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분들이죠.

노인복지관에는 사회복지사만 있는 건 아닙니다. 영양사, 물리치료사, 간호사, 생활보호사, 운동지도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전문기관, 전문가들이 모여 노인복지관을 복지를 위한 종합선물세트로 만듭니다. 말 그대로 노인을 위한 '연대의 센터'입니다.

그 때문에 어떤 노인이든 환대받으며 어울릴 수 있습니다. 때로는 건강한 노후를 위한 종합수련장이 되기도 합니다. 또 누구에겐 평생일터가 되고 평생 학습터가 되기도 합니다. 또 누구에겐 고민상담소로, 때로는 수다를 떠는 카페가 됩니다. 심지어는 마냥 종일 멍 때리고 앉아 쉴 수 있는 쉼터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공동체성은 절로 형성됩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공동체성을 누립니다.
 
노년에는 노년기에 맞는 강도와 시간의 운동지도가 필요하다
▲ 노년층에 특화된 노인복지관의 에어로빅 수업 노년에는 노년기에 맞는 강도와 시간의 운동지도가 필요하다
ⓒ 조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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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거의 만능이 돼 가는 세상입니다. 그래도 인공지능이 결코 따라 하지 못 하는 영역은 분명 있습니다. 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교감은 서로의 눈을 통해서만 주고받을 수 있는 '신비'입니다. 복지관은 전문적인 휴먼서비스 조직입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좋아져도 이러한 복지관의 역할은 결단코 대신할 수 없을 겁니다.

공동체성은 인간생존의 기본 값

개미는 진사회성 동물입니다. 개미 개체의 생존은 개체의 능력이 아니라 속한 집단에 달려 있습니다. 공동체가 살아야 자신도 삽니다. 사람 역시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점에선 개미, 꿀벌과 같습니다. 조금만 깊이 뜯어보면 그 개인의 능력이라는 것도 대한민국, 국민, 이웃이 없다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크게 보면 인류문명자체가 공동체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엔 능력이 있더라도 노비, 여성이라면 소용이 없었습니다. 민주화된 대한민국과 이를 떠받치고 있는 국민이 있기 때문에 개인의 능력도 꽃피울 수 있습니다. 넓게는 지구 생태계라는 공동의 집이 떠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삽니다. '슈퍼맨'조차도 나 홀로 자립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공동체 없이는 실로 나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기후위기로 공동의 집, 지구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는 요즘은 나 혼자만의 생존과 자립은 환상임을 깨닫게 됩니다. 노인복지관은 연대가 바탕이 된 공동체입니다. 그래서 제가 노인이 되어도 노인복지관을 다닐 것 같습니다.
 
경로식당은 노인의 한끼 식사로 손색없다. 실비로 또는 무료로 점심을 즐기신다
▲ 노인복지관의 경로식당 경로식당은 노인의 한끼 식사로 손색없다. 실비로 또는 무료로 점심을 즐기신다
ⓒ 조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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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관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공간이 준비되어 있다
▲ 노인복지관의 체력단련실 노인복지관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공간이 준비되어 있다
ⓒ 조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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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현재 입법부에서 노인복지법 일부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노인복지법상 노인복지관은 '노인여가복지시설'입니다. 하지만 말씀드렸듯 노인복지관은 단순 여가복지기능 그 너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노인의 다양한 욕구와 수요를 반영하는 상담 및 돌봄, 노년사회화와 건강지원, 사회참여 등 이미 다양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합니다. 노인복지법상의 명칭이 이러한 노인복지관의 기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노인복지관의 명칭을 노인종합복지관으로 개정하는 '노인복지법 일부개정안'(대표발의 강기윤)이 추진되고 있답니다.

태그:#노인종합복지관, #노인복지법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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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동물, 식물 모두의 하나의 건강을 구합니다. 글과 그림으로 미력 이나마 지구에 세 들어 사는 모든 식구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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