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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전국 동시개봉 일에 가진 특별 사사회장에서 이 특별한 시사회를 만들어준 대구환경운동연합 이승렬 의장이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1일 전국 동시개봉 일에 가진 특별 사사회장에서 이 특별한 시사회를 만들어준 대구환경운동연합 이승렬 의장이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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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텀블벅 후원으로 전국 152개 영화관에서 동시에 개봉된 영화 <수라>를 다시 봤다. 아니 '수라'를 다시 만났다. 지난 5월 대구 시사회에서 만나고 두 번째다. 좋은 영화는 많이 볼수록 감칠맛이 있고 더 깊게 보이는 법인 것 같다. 두 번째 다시 만난 영화 <수라>는 더 따뜻하고 더 깊게 다가왔다.

새만금 방조제 마지막 물막이공사(2006년) 이후 17년이 흐른 2023년, 거의 죽은 줄 알고 있었던 새만금에서 생명 부활의 메시지가 타전되기 시작했다. 2020년 시작된 좁다란 두 갑문을 통한 해수유통과 함께 새만금 부활의 메시지가 나오기 시작했다.

영화 <수라>는 그 부활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다. 수라갯벌 부활의 현장을 기록한 영화이자 수많은 생명들의 존재 보고서이고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라는 자발적 활동가들의 집념어린 기록기다. 또한 두 아이이 성장 보고서이기도 하고 마지막으로는 미군기지 확장이라는 아픈 역사의 현장을 담은 영화이기도 하다.

수라갯벌 수많은 생명들의 존재 보고서 
   
지난 5월 20일 수라갯벌 대구 답사단이 수라갯벌을 탐사하고 있다.
 지난 5월 20일 수라갯벌 대구 답사단이 수라갯벌을 탐사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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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영화는 수라갯벌의 수많은 생명들의 존재 보고서다. 새만금 방조제 마지막 물막이 공사 후 거의 20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그곳에서 살아왔고 아직도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들이 있다.

영화 <수라>는 새만금 방조제와 함께 사라져간 무수한 생명들에 대한 깊은 애도를 담은 진혼곡이다. 수억 년 동안 하루 두 차례 바닷물이 밀려들어오던 우주적 질서가 끊어지면서 그곳에 살고 있던 생명들이 겪었을 대혼란부터 영화는 조명한다.

그 갯벌에 살고 있던 조개의 입장이 돼 언제나 바닷물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그들의 애타는 마음을 그려낸다.

끊어진 바닷물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내리는 비를 마침내 밀려오는 바닷물로 오인한 채 무수한 조개들이 마지막 모든 힘을 쏟아 갯벌 위로 몸을 내밀었다가 결국 그것이 바닷물이 아니라 빗물이란 것을 알고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죽어간 수백 수천만 마리의 조개들의 거대한 주검의 현장은 안타까움과 죄스러움의 탄식이 절로 나오게 한다.

그리고 갯벌 하면 등장하게 되는 무수한 철새들의 모습 또한 집중 조명한다. 첫 등장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멸종위기종 조류의 대명사와도 같은 저어새들의 등장을 시작으로 황윤 감독이 특히 사랑한, 평소 흰색이다가 번식기에 이르면 거짓말처럼 머리가 새까만 색으로 변한다는 신비의 새 검은머리갈매기를 비롯해 도회적 감성을 지닌 듯한 날렵한 아름다움을 지닌 쇠제비갈매기의 새끼 사랑 그리고 검은색 몸통에 홍당무같은 붉은 부리를 가진 검은머리물떼새와 남반구에서 북반구까지 수천 킬로미터를 비행한다는 도요새들의 군무가 보여주는 경이로움까지 담은 생명의 보고서다.
  
지난 5월 20일 수라갯벌 대구 답사단이 찾았을 때 모습을 보여준 저어새 무리들이다.
 지난 5월 20일 수라갯벌 대구 답사단이 찾았을 때 모습을 보여준 저어새 무리들이다.
ⓒ 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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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새들의 경이로운 날개짓
 도요새들의 경이로운 날개짓
ⓒ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 스틸컷 ⓒ오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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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유부도에서 촬영했다는 수만 마리의 도요새들의 쉭쉭 날갯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는 화려한 군무는 극중 화자들의 표현처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갯벌 하면 무수한 철새들과 함께 또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게다. 특히 멸종위기종 흰발농게는 발견은 생명의 경이로움을 그대로 안겨준다. 2010년 새만금 방조제가 준공되고 10년이나 지났지만 염습지화된 그곳에서 아직까지 그 생명을 이어온 흰발농게는 생명 존재의 신비를 그대로 보여주는 동시에 희망의 상징으로 읽힌다. 
 
지난 5월 20일 수라갯벌 대구 답사단에 모습을 내민 수라갯벌의 방게 하 마리. 얼마나 반갑던지.
 지난 5월 20일 수라갯벌 대구 답사단에 모습을 내민 수라갯벌의 방게 하 마리. 얼마나 반갑던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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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자연을 파괴했지만 그 파괴의 역사를 딛고 꿋꿋이 존재를 이어온 흰발농게의 힘겹고 지난한 세월 인고의 무게에 감탄과 찬사를 동시에 보내게 된다. 마치 '너희 인간들이 아무리 우리를 탄압해 죽이려 하지만 우리는 결코 죽지 않는다. 끝까지 살아남아서 너희들 만행의 역사를 증거하리라'고 하는 듯하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집념어린 기록과 두 아이의 성장 보고서

또 이 영화는 주인공 동필의 활동을 깊은 애정으로 담아내고 있다. 20대부터 시작해 40대에 이르기까지 새만금을 떠나지 못하고 그곳의 역사를 기록해오고 있는 동필과 같은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활동을 그리고 있다.

그들은 비록 새만금이 방조제로 갇히게 됐지만 그곳을 떠나지 않고 그대로 살고 있는 생명의 존재처럼 그들을 보고 만나면서 그들을 오롯이 담아내는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졸속으로 진행된 새만금 방조제 공사의 환경영향평가가 엉터리란 것을 밝혀내는 결정적 구실을 하고 있고 그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무수하게 누락된 법정보호종들을 찾아내 기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소송까지 진행해내는 집념어린 투쟁의 기록을 보여준다.
 
검은머리갈매기의 신비한 아름다움
 검은머리갈매기의 신비한 아름다움
ⓒ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 스틸컷 ⓒ오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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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화감독이자 영상시인이라 불리는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잡입자>에 나오는 주인공의 역할처럼 미지의 세계 현장 안내를 맡아서 이곳저곳 구석구석 생명의 흔적을 찾아서 증거해주는 역할로서의 활동가들의 사명을 담은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경이로운 활동에 대한 헌사이기도 한 것이다.

활동은 대를 이어간다. 극중 주인공 동필의 아들 승준은 어린시절부터 아빠를 따라 갯벌을 나갔고, 그곳에서 만난 새들의 매력에 빠져 아버지의 뒤를 이어 현장의 기록자가 됐다. 생물학까지 전공해 대학에서 새들에 대한 공부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에서 참교육이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가 또한 보여준다.

그런 승준을 따라서 황윤 감독의 아들 도영 또한 성장해간다. 그 아이들의 성장 보고서로도 읽히게 되는 지점이다. 갯벌과 함께 자라나 자신들의 진로까지 스스로 찾아가는 아이들의 씩씩한 모습에서 갯벌이라는 자연의 힘을 새삼 느끼게도 된다.

미군지기의 확장이라는 아픈 역사 극복 위해... 전국 '수라'들의 연대를 희망하며

그리고 영화 <수라>는 미군기지 확장의 야욕을 보여주는 영화기이기도 하다. 정부가 발표한 새만금신공항이 놓이게 되는 곳이 바로 수라갯벌 자리다. 그런데 새만금신공항은 미군기지 확장의 야욕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한다.
 
새만금신공항이 들어설 자리인 수라갯벌 염습지를 지난 5월 20일 대구 답사단이 찾았다.
 새만금신공항이 들어설 자리인 수라갯벌 염습지를 지난 5월 20일 대구 답사단이 찾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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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왜 이곳에 하필이면 신공항이란 말이냐고 강하게 묻고 있다. 그것도 바로 옆에 군산공항이란 공항이 있는데 왜 또 미군을 위한 공항을 이곳에 지으려고 하느냐고 묻는 것이다. 대중국 견제용 미군기지의 확장 기도가 바로 이곳 군산 새만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평택과 군산 그리고 제주를 잇는 삼각 군사밸트가 바로 미국의 입김이 그대로 녹아든 결과의 역사라는 지적이다. 이 영화는 무수한 생명들이 살고 있는 수라갯벌을 결단코 내놓을 수 없다는 평화세력들의 저항의 역사 또한 담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아픈 장면은 이곳 어민들의 삶이다. 바다와 갯벌이란 그 황금어장을 누볐던 어부들과 그곳 주민들이 지금은 농어촌공사에서 주는 풀베기 일용직 노동 현장에 투입된 채 살아가는 그들이 쓸쓸한 뒷모습에서 과연 새만금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묻는다. 도대체 새만금은 누구를 무엇을 위한 토건공사였는지를 이 영화는 집요하게 묻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또 묻는다. 당신의 '수라'는 과연 무엇이냐고? 이것은 지난 5월 시사회에서 황윤 감독이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이야기했던 바이기도 하다. 우리 각자가 우리들의 '수라'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면서 각자의 수라를 찾기를 바란다고 말이다.
 
팔현습지 전경. 산과 강이 만나는 생태 민감 구역인 곳에 교량을 놓아 보도교를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 환경부가.
 팔현습지 전경. 산과 강이 만나는 생태 민감 구역인 곳에 교량을 놓아 보도교를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 환경부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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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의 왕버들 숲. 환경부의 하천정비사업은 이 왕버들 숲을 밀어버릴 예정이다.
 팔현습지의 왕버들 숲. 환경부의 하천정비사업은 이 왕버들 숲을 밀어버릴 예정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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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에 오롯이 나타난 수리부엉이 한 쌍. 환경부의 하천환경정비사업 구간에 신비하게도 멸종위기종 조류 수리부엉이 부부가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팔현습지에 오롯이 나타난 수리부엉이 한 쌍. 환경부의 하천환경정비사업 구간에 신비하게도 멸종위기종 조류 수리부엉이 부부가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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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살고 있는 이곳 대구의 수라는 바로 금호강이 아닐까 한다. 새만금의 아픈 역사를 극복하고 기적적으로 되살아난 수라갯벌과 같이 지난 산업화 시절의 시궁창으로 변했던 금호강의 아픈 역사를 극복하고 지금은 정말 기적적으로 되살아나 대구시민 곁으로 다시 돌아온 그 금호강에 '금호강 르네상스'란 이름으로, 하천환경정비공사란 이름의 '삽질'이 준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신공항을 막아내기 위한 싸움이 현재진행형인 것처럼 '금호강 르네상스'와 팔현습지 위로 건설하려는 보도교 공사를 막아내기 위한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대구의 '수라'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신공항으로부터 수라갯벌도 지켜내야 하고, 금호강의 '삽질'도 막아내야 한다. 전국적인 '수라'의 연대가 필요한 이유다. 부디 곳곳의 '수라'들과의 거대한 연대의 물결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본다. 그래서 곳곳의 '수라'들이 부활의 새역사를 쓰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 수라갯벌 살아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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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수라갯벌 , #영화 수라, #대구의 수라, #금호강 , #팔현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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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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