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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대교 공영주차장 인근에서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 점례씨는 최근 새총으로 쏜 쇠구슬 테러를 당했다. 당시 민가로 날아든 쇠구슬.
 신진대교 공영주차장 인근에서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 점례씨는 최근 새총으로 쏜 쇠구슬 테러를 당했다. 당시 민가로 날아든 쇠구슬.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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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타닥~"

충남 태안군 근흥면에서 안흥과 신진도를 잇는 신진대교 밑에서 홀로 민박집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는 점례씨는 지붕 위에서 들리는 이 소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이 소리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부터 두려워졌다.
       
며칠 전 그는 마당에 떨어진 의문의 물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정체는 쇠구슬. 어디서 날아온 걸까 확인하던 중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다. 어지간하면 깨지지 않는 통유리창에 큰 흠집이 난 것. 자세히 보니 쇠구슬에 패인 자국이었다. 

점례씨는 얼마 전 인천에서 아파트 유리창에 새총으로 쇠구슬을 쏴 유리창을 파손시킨 60대가 구속됐다는 보도를 접한 바 있지만 일반 바닷가 민가에 쇠구슬로 유리창이 파손되는 경우는 처음 접했다. 다행히 쇠구슬 테러 당시 집안에 아무도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만약에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쇠구슬에 맞아 파손된 민가의 유리. 유리창 밖으로 신진대교 공영주차장이 보인다.
 쇠구슬에 맞아 파손된 민가의 유리. 유리창 밖으로 신진대교 공영주차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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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쇠구슬은 어디에서 날아온 걸까. 피해자는 인근 공영주차장에 캠핑하는 캠핑카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했다. 쇠구슬을 날려 보낸 방식도 역시 새총으로 보았다.

점례씨는 즉각 경찰에 신고했고, 쇠구슬 테러를 한 범인을 붙잡았다. 피의자는 피해자의 추측대로 신진대교 아래 공영주차장에서 캠핑카를 주차해놓고 캠핑을 하던 캠핑족이었다. 그는 범행을 인정한 후 파손된 유리창에 대한 보상을 해주기로 약속했다.

태안경찰서는 "피해자와 피의자가 합의했지만 재물손괴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따로 처벌을 해야 한다"며 "현재 형사팀으로 넘어가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점례씨는 "혼자 사는 게 무섭다. 두렵다"는 말로 그날을 회상했다. "그동안 밤에 지붕 위로 타닥거리는 소리가 나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번 사건을 겪다보니 조금 두렵다"고 말했다.

이어 "잠자는 시간에 바닷가에서 폭죽을 쏘지 않나 가정집에 무단으로 들어와 물을 떠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물을 떠가다 들키면 되레 큰소리를 친다"면서 "캠핑카 통제가 어렵다면 주민들에게 공영주차장 관리권을 줘서 주민들이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공용 개수대'까지 막은 주민들의 고육지책
       
신진대교 아래 공영주차장이 무료캠핑장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장기차박을 하는 캠핑족들에 의해 점령당했다. 사진은 지난 21일 모습으로 주말이었던 22일에는 수많은 캠핑카들이 공영주차장은 물론 인근 바닷가의 공유수면까지 가득 들어찼다는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신진대교 아래 공영주차장이 무료캠핑장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장기차박을 하는 캠핑족들에 의해 점령당했다. 사진은 지난 21일 모습으로 주말이었던 22일에는 수많은 캠핑카들이 공영주차장은 물론 인근 바닷가의 공유수면까지 가득 들어찼다는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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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도 주민들과 캠핑카를 끄는 캠핑족과 갈등은 이미 곪을 대로 곪았다.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공영주차장의 공중화장실이 캠핑족들의 전유물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쓰레기를 투기하는가 하면 무질서하게 화장실을 사용해 마찰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조업을 나가는 어민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공영주차장 개수대의 경우, 무료 개방 이후 수도세가 월 100만 원이 넘게 청구됐다. 지난해 여름에는 한 달 수도세가 800만 원이 나왔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만리포 해수욕장에 버금가는 수도세였다는 게 근흥면 신진2리 김최학 전 이장의 하소연이다. 

캠핑족들과 갈등이 이어지자 마을 주민들은 화장실을 폐쇄하고 개수대를 막았다. 캠핑족들과 갈등을 줄이고 줄줄 새는 수도세, 무질서해진 공중화장실 청소 등 주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지난해 가장 무더운 여름 최고 800만 원까지 수도세가 부과되자 주민들이 개수대의 수도꼭지를 제거해버렸다.
 지난해 가장 무더운 여름 최고 800만 원까지 수도세가 부과되자 주민들이 개수대의 수도꼭지를 제거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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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화장실도 무질서해지자 주민들은 경고문을 내붙였다.
 공중화장실도 무질서해지자 주민들은 경고문을 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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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기 신진2리 이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상수도 요금이 월 300만~400만 원씩 나온다. 감당하기 어려워 태안군에 지원해 달라고 군수에게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부서에서 서로 미루는 것처럼 보였다"고 토로했다. 

안 이장의 하소연은 계속 됐다. 그는 "개수대를 막아놨더니 일반 가정집에 들어가서 물을 몰래 떠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바비큐를 주차장에서 해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우선적으로 바비큐나 취사행위만 중단시켜도 주차장 질서가 유지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최학 전 이장은 "공영주차장에 캠핑카를 주차해놓고 반 년을 사는 사람도 있다. 마을에 도움은커녕 인근 양식장에서 어촌계원들이 철수하면 야간에 바지락도 캐고, 심지어 민가 근처 텃밭의 호박도 따간다"며 신진2리는 현재 무법상태라고 표현했다. 
  
김 전 이장은 "주민 대부분이 어민이라 새벽 2시에 조업을 나가는데 폭죽 때문에 잠을 못 잔다. 관광지라면 관리가 되겠지만 관광지도 아니어서 주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신진도에 거주하는 주민 김아무개씨는 공영주차장이 무료 캠핑장으로 입소문 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일부 블로거가 신진대교 공영주차장을 '돈 안들이고 캠핑하기 쉬운 곳'으로 소개하고 있다"며 "공영주차장은 캠핑장이 아니라 주차장이라는 걸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태안군 "캠핑 행위 시 계도"... 국회 "개정안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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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에서 바라다보는 풍경이 이렇다보니 주말에는 서로 바닷가쪽에 캠핑카를 주차하거나 서둘러 텐트를 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곳이 안흥항으로 산 정상에는 국가사적 제560호인 안흥진성도 눈에 들어온다. 오른편에는 해상인도교인 안흥나래교가 있고, 바로 인근에는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도 위치해 있다.
 캠핑카에서 바라다보는 풍경이 이렇다보니 주말에는 서로 바닷가쪽에 캠핑카를 주차하거나 서둘러 텐트를 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곳이 안흥항으로 산 정상에는 국가사적 제560호인 안흥진성도 눈에 들어온다. 오른편에는 해상인도교인 안흥나래교가 있고, 바로 인근에는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도 위치해 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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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말대로 신진대교 공영주차장을 무료캠핑장으로 소개한 블로거 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태안군청 도시교통과는 주민들과의 마찰을 줄이고, 주차장 본연의 기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수시로 계도에 나서고 있다.

태안군청 관계자는 "공영주차장에서의 캠핑 행위에 대해 현재로서는 처벌규정이 없어 수시로 계도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오랫동안 캠핑카를 주차해놓고 캠핑행위를 해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는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젊은 캠핑족들은 주말에 왔다가 가지만 50~60대 캠핑족들은 장박을 한다. 문제는 마을과 분란이 생기는 건데, 캠핑을 위해 주차장에 천막을 쳐서 주차를 방해해도 계도하는 정도라서 시급히 주차장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주차장 내 캠핑행위가 전국 곳곳에서 갈등을 유발하자 국회는 주차장을 설치 목적대로 이용하도록 하는 주차장법 개정에 나섰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14일 '주차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차장에서의 야영행위, 취사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이를 어길 시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신진대교, #주차장법, #캠핑카, #캠핑족, #공영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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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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