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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일을 시작한 후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렸다. 조금씩 무력감이 느껴질 무렵 훌쩍 떠나고 싶었다. 여행지를 정하던 중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았다(관련기사 : '굴비정식' '칠산바다'... 3만 원으로 즐기는 '영광 쉼休,투어'). 많이 지쳐 있었는지 여행안내 포스터의 쉼표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유명한 것은 더없이 많지만 '상사화'라는 곡으로 알려진 영광을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예약을 마쳤다. 손으로 꼽으며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기다렸다. 여행 전날 전화가 왔다. 참 친절했다. 준비물과 안내사항, 집결 위치를 안내받았다.  

광주광역시 유스퀘어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해 송정역 시외버스정류장을 경유하고 영광으로 향했다. 총인원은 34명이었다. 거의 도착할 무렵, 강종만 영광군수가 버스에 탑승해 맞아주었다. 투어 첫날이라서 그렇단다.
 
불갑테마공원에서
▲ 강종만 영광군수 환영사와 문화해설사 소개 불갑테마공원에서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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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은 신령 영, 빛 광. 대한민국 세계에 없는 4대 종교의 성지가 있는 곳입니다. 오늘 첫 버스 투어에 오신 내방객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멋과 맛. 특히 음식 맛이 좋습니다. 편안하고 안락한 여행이 되십시오."

드디어 첫 번째 코스 '물무산행복숲 황톳길'에 도착했다. 바람이 불어 살짝 차가울 수 있다는 말이 있어 한결 마음이 놓였다. 그냥 멀리서만 구경하려다가 현지 상황 이야기에 믿음이 갔다.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다.

숲 해설사로 근무하던 소나무 해설사의 진행으로 재미난 준비운동과 주의사항을 들었다. 질퍽질퍽한 황톳길과 마른 황톳길로 조성되어 있었다. 질퍽질퍽한 황톳길을 걸을 때 발가락 사이로 살짝 빠져나오는 황토들이 귀여움을 뽐내었다.

발걸음을 내딛을수록 발바닥에 힘이 가해진다. 마른 황톳길은 자연스레 지압이 되는 느낌이었기에 건강해진 듯하다. 그동안 애쓴 발바닥에 힐링의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그동안 애쓴 발바닥에 힐링의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 황톳길을 걸으며 그동안 애쓴 발바닥에 힐링의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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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무산행복숲 황톳길에서
▲ 전국발자랑대회 물무산행복숲 황톳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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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발 자랑대회가 열렸다.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발에 진흙 한가득 묻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둥글게 모여 어깨 동무한 다음, 발 사진을 남겼다. 처음 만난 분들인데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재미난 체험을 하니 출출하다.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굴비 합시다' 편이 떠올라 이동 중 굴비의 뜻이 무엇인지 물었다. 문화해설사의 박학다식한 지식에 깔깔깔, 웃음 나게 들려주었다. 멀리 바닷가가 보이며 도착이다. 점심 메뉴는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맛깔나 보이는 굴비 한정식이다.
 
굴비한정식
▲ 남도의 대표적인 맛 굴비한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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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밥상에는 남도의 대표적인 맛들이 선보였다. 영광 9味(미) 중 단연 1味인 굴비가 있었다. 옛날에는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르던 제일가는 특산품 중 하나이다. 상 가운데에는 3味인 밥도둑 간장게장이 있었다.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으니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이다. 각종 신선한 음식들과 전라도의 상징인 홍어삼합까지 곁들이니 정말 쉼이 가득한 밥상으로 기억된다.
 
소태산 대종사의 큰 깨달음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
▲ 만고일월 소태산 대종사의 큰 깨달음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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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는 1916년 소태산 박중빈이 창시하여 우주의 근본원리인 일원상(一圓相, 즉 O의 모양)의 진리를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으로 삼는 종교이다. 원불교 영산성지에 도착하니 소태산 대종사 대각터 비석과 일원상이 맞이했다.

문화해설사가 무릎을 굽혀 오른쪽으로 보이는 곳이 대안학교 성지고등학교라고 했다. 영산성지를 걸어 더 들어가니 배롱나무 뒤에 가려 '만고일월(萬古日月)' 비석이 반긴다. 만고일월이란, 소태산 대종사의 큰 깨달음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다.
 
조선 후기에 지어진 연안 김씨 집성촌의 종가
▲ 매간당 고택 조선 후기에 지어진 연안 김씨 집성촌의 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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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간당 고택은 국가민속문화재 제 234호이다. 조선 후기 영광지역의 양반 가옥을 대표하는 가옥으로 지방 상류층의 주택 구조와 생활양식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이다. 입구에는 삼효문이 세 분의 효자를 기리려 지어졌고 현판은 고종의 형이 썼다.

이 고택만의 독특한 점은 조선 시대에도 욕실이 따로 있었다는 점이다. 일제시대 때 공출에 대비해 곡식을 숨기기도 했고, 아씨가 드나드는 정규 길이 있는가 하면 고택 뒤쪽에 따로 난 뒷길이 눈길을 끈다.

마지막 코스는 3景(경)인 불갑사를 갔다. 입구 계단 앞이 포토존이란다. 4개의 문을 한 장의 사진에 담을 수 있기에 그렇다. 법성포를 통하여 백제에 불교를 전래한 인도승 마라난타 존자가 최초로 세운 절로 알려져 있다.

오랜 역사만큼 많은 전설과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으며 팔상전, 칠성각, 만세루, 범종루, 천왕문 등 귀중한 문화재들을 품고 있다. 평상시 자주 쓰던 야단법석, 이판사판 그리고 괘불지주에 관련된 이야기를 문화해설사를 통해 들었다.
 
불갑사에서
▲ 영광쉼休,투어 단체사진 불갑사에서
ⓒ 영광군청 홈페이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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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가수 장민호의 '상사화'를 들으며 여행의 추억을 떠올려본다. 천년의 역사와 자연, 음식을 통해 지친 일상을 내려놓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보고 먹고 즐기며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네이버블로그(mjmisskorea, 북민지) "애정이넘치는민지씨"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애정이넘치는민지씨, #북민지, #영광쉼투어, #방방곡곡,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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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저널에 기고한다. *네이버 블로그(mjmisskorea) <애정이넘치는민지씨>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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