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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져 있었다"는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이 한 말이다. 이 산이 그런 경우가 아닐까?  

남양주군 와부읍에 위치한, 산이라고 하기엔 너무 야트막한 동산 정도 일까? 이 산은 사유 재산으로 거의 이름조차 없던 산이었다 한다. 정상석도 없는, 100m도 안 되는 해발 89m의 작은 산. 그나마 근래에 손글씨로 써서 좁은 등산로에 세워둔 소박한 표지목이 전부다.
 
좁은 등산로에 있는 작은 팻말
 좁은 등산로에 있는 작은 팻말
ⓒ 홍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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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전, 말기암 환자였던 73세 박성태씨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 맨발 걷기의 명소로 떠올랐다.

이미 언론이나 유튜브 등을 통하여 거의 유명인이 된 박성태씨는 건강에 자신있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포스코에서 직장 생활을 오래했다는 그는 허리가 아파서 간 병원에서 검사 결과, 전림선 말기암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의사는 진단 영상과 종양지표지자 수치를 보여주며, 요추 9, 10번이 시커멓게 썩어서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다며 집에 돌려보냈다고 한다. 그때 의사가 제시한 남은 수명은 길어야 한두 달. 산을 좋아해 우리나라에서 안 가본 산이 없을 만큼 건강에 자신이 있던 그가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듣고 받았을 충격의 강도는 얼만큼이었을까?

낙심해 있는 그에게 딸이 맨발걷기 시민운동본부 박동창 회장이 쓴 <맨발로 걸어라>는 책을 선물했다고 한다. 맨발로 걸으면 암도 나을 수 있다는 내용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러나 희망의 끈을 바짝 움켜쥐고 집 근처 금대산을 맨발로 걷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100m, 200m에서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며 맨발 걷기를 한 결과 두어달 정도 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더니 MRI는 물론 종양지표지자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와 의사조차도 의학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했다고 한다.

그의 증언을 들으면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심지어 의료 기록을 증거로 들이밀어도 믿기 어렵다. 이럴 때 납득할 수 있도록 우리는 '기적'이란 단어를 만들어 냈다.

오로지 맨발 걷기만으로 암이 완치 되진 않았을 것이다. 섭생도 중요했을 것이고, 생활 방식도 달라졌을 테고, 나을 것이라는 희망과 암을 이기고자 하는 그의 의지, 거기에 우리가 모르는 어떤 힘이 작용 했을 것이다.

어떻든 그는 암에서 완치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종교의 힘으로 병을 치료한 환자가 간증으로 포교를 하듯, 맨발 걷기의 효능을 체험한 것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권하는 맨발 걷기 전도사가 되었다. 어쩌면 좋은 결과를 모든 사람과 함께 얻기를 바라는 당연한 마음일 것이다.

사유지인 탓에 행정기관보다는 박성태씨를 비롯하여 지역 주민들이 단체를 만들어 작게나마 길을 내고 휴식공간을 만드는 등 자체적으로 맨발 걷기 활성화를 위하여 애쓰고 있다. 그래서인지 길은 맨발에 다져져 반늘반들했다. 한 주민의 말에 의하면, 원래부터 이곳 토질이 건강에 좋은 흙이라고 한다.
 
맨발걷기를 하기 위하여 벗어놓은 신발
 맨발걷기를 하기 위하여 벗어놓은 신발
ⓒ 홍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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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금대산에는 많은 사람들이 입구에 신을 벗어놓고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실제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몸의 변화를 느낀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불면증에 효과를 보았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예로부터 지력이라는 것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오래 전 고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시름시름하던 고추를 땅에 심었더니 눈에 띄게 실해진 것을 보고 실제로 땅의 힘을 어렴풋이 느끼기도 했다.

한의학에서도 맨발 걷기를 권장하고, 동남아시아인들은 집 밖에서도 맨발로 다녀서 안경 쓴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들은 발이 시려운 추운 겨울에도 양말이 벗겨지지 않을 만큼 최대한 구멍을 내서 신고 산을 걷는다고 한다. 접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은 정말로 아픈 중환자가 온 희망을 걸고 그 효과를 맹신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운동으로 하는 거야 반박의 여지가 없지만 행여 치료 목적의 맹목적인 믿음으로 맨발 걷기에만 매달리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기적은 자주 일어나지 않기에 기적이라 부른다. 희망은 언제나 바람직한 것이지만 희망 고문이 되는 건 경계해야 할 일이다. 현실을 직시하여 올바른 방향을 잡는 것도 중요한 문제 해결책, 적극적인 병원 치료와 함께 맨발 걷기를 병행하기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 이 산을 걷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기를, 이왕 금대산까지 나섰는데 시간과 제력의 여유가 있다면 바로 앞 큰 산인 예봉산. 적갑산, 운길산까지, 예ㆍ적ㆍ운 종주를 추천한다.

태그:#금대산, #맨발걷기, #맨발걷기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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