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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자동차 부품공장 세척 과정에서 발생한 '독성 간염'과 관련해 일부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 무혐의 처분하자 노동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창원지방검찰청 제4형사부(부장검사 이승형)는 세척제를 납품받아 작업한 창원 두성산업과 김해 대흥알앤티에 대해 사업주를 불구속 기소했다.

두 회사에서는 지난 2~3월 사이 노동자 29명이 '독성 간염'에 걸리는 직업성 질병이 발생했다. 이후 부산고용노동청이 조사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번 직업성 질병은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의 첫 사례로 알려졌다. 검찰은 두성산업에 대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마련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런데 검찰은 대흥알앤티에 대해 "안전보건에 관한 종사자 의견청취 절차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춘 것으로 확인되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대신 검찰은 이 업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상 보건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두 업체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 사이 '트리클로로메탄'이라는 유해물질이 포함된 세척제를 사용함에도 국소배기장치 설치 등 안전조치를 완비하지 않아 '독성 간염' 증상 발병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독성 간염'은 장기간 혹은 단기간의 약물, 화학물질 등으로 발생하는 간 손상을 말한다.

검찰은 "독성간염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직업성 질병에 해당하고, 유해요인으로 인해 직업성 질병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사망자가 없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라고 봤다.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시행된 이후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에 대해 처음 기소하는 사건"이라며 "향후에도 검찰은 노동청 등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침해하는 중대산업재해 범죄에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단호하게 투쟁으로 대응"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대흥알앤티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는 "대흥알앤티지회와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흥알앤티 사업주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무혐의 처분에 대해,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무혐의 처분 이유는 종사자 의견 청취, 유해위험요인 확인 개선 절차 마련, 재해 예방에 필요한 예산 편성이며, 법률이 정한 절차와 내용대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준수한 사실이 확인되면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다"고 했다.

이들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제4조 1호)에 따르면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게 되어 있다"며 "이는 단순하게 구축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여 현장에서 위험을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이번 검찰 측의 판단으로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과거로 회귀할 중요한 토대가 마련되었다"며 "이제 안전보건컨설팅 업체 등의 도움을 받아 중소기업 역시 형식적 안전보건체계만 갖출 것이다. 과거로 회귀는 시간문제다"고 했다.

대흥알앤티에 대해,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과연 종사자의 의견을 제대로 청취했는가? 대흥알앤티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산보위) 위원장도 선임이 되지 않고 사실상 파행 상태다"며 "형식적 '산보위'가 개최될 뿐 노동자측 산보위 활동을 위한 그 어떤 시간도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논의만 하고 결정을 하지 않고 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미결정된 내용을 노동자 측을 무시하고 집행해 버리고 있다"며 "오죽했으면, 고용노동부 양산지청에서 공문을 보낼 정도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이번 검찰의 판단에 대해 명확하게 규탄한다"며 "민주노총과 함께 윤석열 정부와 검찰, 경영계의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에 단호하게 투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6월 16일 창원지검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발생 대흥알앤티 경영책임자 구속 촉구 탄원서 제출 기자회견".
 6월 16일 창원지검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발생 대흥알앤티 경영책임자 구속 촉구 탄원서 제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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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창원지검, #금속노조,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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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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