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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2월 21일 동일방직 노조 대의원 선거날, 여성들의 힘으로 만든 민주노조를 지키려는 여성노동자의 투쟁을 저지하기 위해 사측과 남성노조원 일부가 똥물을 끼얹는 야만적인 행동을 저질렀다.
▲ 1978년 2월 21일 동일방직 노조 대의원 선거날, 여성들의 힘으로 만든 민주노조를 지키려는 여성노동자의 투쟁을 저지하기 위해 사측과 남성노조원 일부가 똥물을 끼얹는 야만적인 행동을 저질렀다. 1978년 2월 21일 동일방직 노조 대의원 선거날, 여성들의 힘으로 만든 민주노조를 지키려는 여성노동자의 투쟁을 저지하기 위해 사측과 남성노조원 일부가 똥물을 끼얹는 야만적인 행동을 저질렀다.
ⓒ 우먼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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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압받고 억울한 곳에 그리고 정의로운 일이면 정의구현사제단이 나타났다.

1978년 2월 21일 동일방직노조는 대의원 선거를 실시했다. 사측의 사주를 받은 노동자들이 선거를 방해하면서 노조활동의 인정을 요구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입과 가슴, 옷에 닥치는 대로 똥물을 퍼부었다. 똥물을 뒤집어 쓴 조합원들은 폭행까지 당하였고, 출동한 경찰은 도움을 요청하는 노동자들에게 오히려 욕설을 퍼부어 댔다. 이른바 '동일방직노동자 똥물세례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구속되고 어용노조의 행태가 폭로되었다. 동일방직 노동자들은 명동성당과 인천성당에서 단식농성을 하며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3월 27일 인천교구 사제단은 〈동일방직 근로자들을 도웁시다〉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인천 동부서는 수시로 경찰력을 동원, 동일방직 노조를 탄압했다.
▲ 경찰기동대가 동일방직을 포위한 모습 인천 동부서는 수시로 경찰력을 동원, 동일방직 노조를 탄압했다.
ⓒ 김용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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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는 "호소문을 배부하다가, 또 법원 앞에서 울부짖다가 10여 명씩 잡혀가 구류되기도 하였다 참지 못하게 억울하여 발버둥치면 칠수록 압박은 가혹해지고 희생자만 늘어날 뿐이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똥을 퍼붓고 난동을 부린 사람들은 처벌을 받지 않았다. 다만 2명이 구속되었다 곧 풀려나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 해 6월 27일 전남대학교에서 김두진ㆍ명노근ㆍ송기숙 등 11명의 교수가 정부의 '교육헌장'을 비판하는 〈우리의 교육지표〉를 발표했다. 교수들은 "오늘의 교육의 실패는 민주주의에 우리 교육이 뿌리박지 못한 데서 온 것"이라 주장하고, ① 인간존중의 교육, 진실을 배우고 가르치는 교육을 위한 일상생활 및 학원의 인간화ㆍ민주화 ② 교육자 자신의 인간적 양심과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적 정열에 의한 교육 ③ 외부간섭 배제, 구속학생 석방 및 제적학생 복적을 위한 노력 ④ 3.1정신과 4.19정신의 계승 전파,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민족역량 함양의 교육 등 4개 항에 합의하고 그 실천을 다짐했다. 정부는 우리의 교육지표에 서명한 11명을 모두 해직하였으며 이 사건과 관련, 송기숙 교수와 연세대 성내운 교수를 구속했다. 
 
동일방직 해고노동자들이 민주화운동 관련 해직인정자 복직권고 이행 및 불이익행위 근절을 촉구하며 78년 당시 일명 '똥물사건' 사진을 걸고 있다.
 동일방직 해고노동자들이 민주화운동 관련 해직인정자 복직권고 이행 및 불이익행위 근절을 촉구하며 78년 당시 일명 "똥물사건" 사진을 걸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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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일을 하다가 핍박받는 사람들을 사제단은 놓치지 않았다. 7월 10일 〈전남대 교수단의 교육선언을 지지한다〉는 성명서의 앞 부분이다. 

전남대 교수단의 교육선언을 지지한다

1. 지난 6월 27일 전남대학교의 송기숙 교수를 비롯한 11명 교수단은 〈우리의 교육지표〉라는 제목의 교육선언을 발표하였다. 전남대 교수단의 이번 선언은 현재의 억압적 현실이 민주교육을 압살하고 있는 상태 속에서 용기 있는 교육자의 양심의 발로이므로 우리는 깊은 존경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현 정권이 교육지표로서 내세우는 국민교육헌장이라는 것은 인간의 자유정신과 민주시민적 양심 그리고 사랑과 정의의 마음을 갖게 하는 교육지표가 아니라 인간을 억압과 수탈의 대상으로서 취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민족 화해보다는 분열을 조장하고 인간성의 계발보다는 체제에 순응하는 규격품의 양산을 그 목표로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학원은 병영화되고 있고 교수와 학생은 상호 감시당하는 불신의 풍조 속에 휩싸여 있다. 교수의 유일한 권능이 학생의 학내 활동의 규제와 학생 처벌에 있음은 이미 널리 알고 있는 바이다. 

그러나 당국은 전남대 교수들을 강제 연행하고 뒤이어 직위를 해제하였으며 학생들의 항의를 폭력과 연행으로 봉쇄하였다. 우리는 송기숙 교수와 연행된 학생들에 대한 보복과 부당한 구금 조치를 즉각 해제할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전남대생들의 시위와 관련, 학생들의 신변의 안부에 대한 항간의 의혹에 대해 그 진상을 밝혀 주기 바란다. (주석 1)


주석
1> <암흑 속의 횃불(3)>, 171~172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연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민주주의, #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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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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