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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하게 방송 활동을 하는 심용환 역사작가가 지난 7일 <리더의 상상력>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2017년 <헌법의 상상력>의 후속작 격인 <리더의 상상력>은 우리나라 14대와 15대 대통령이었던 김영삼·김대중의 삶과 재임시 업적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리더십을 제시한다.

작가가 생각하는 김영삼·김대중 시대를 통해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일까. 지난 13일  <리더의 상상력>을 쓴 심용환 작가를 전화로 연결했다. 다음은 심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한 것. 

김영삼과 김대중을 주목한 까닭
 
<리더의 상상력> 출간한 심용환 역사학자.
 <리더의 상상력> 출간한 심용환 역사학자.
ⓒ 심용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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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더의 상상력>이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책 출간한 소회가 어떤가요?

"<헌법의 상상력>을 펴낼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정상적인 절차에 의한 대선이잖아요. 원래 구상했던 건 더 나은 리더십에 대해서 함께 머리 맞대자는 거였는데... 지금 대선이 사실 네거티브의 극치지 않습니까. 기대했던 대선판과 다르게 전개가 돼 책을 쓴 입장에서는 많이 아쉽고 답답해요."

- <리더의 상상력>에는 14대, 15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낸 김영삼과 김대중의 리더십이 비중있게 실렸습니다. 왜 이 두 사람에 주목했나요?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서 5년간 국정을 수행하고 퇴임 후 무탈하게 사신 분들이에요. 저는 두 가지 지점에 주목했습니다. 하나, 두 분은 굉장한 경쟁자였어요. 단순한 경쟁자가 아니라 둘 다 박정희, 전두환과 싸우면서 30년간 단련되고 훈련된 리더십을 다졌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김영삼 대통령을 거의 비판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눈앞의 경쟁자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모습들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시기 직전에 직접 찾아가기도 했어요. 이런 부분에서 대통령들의 업적이나 내용 이전에 이분들이 노력했던 삶 자체가 87년 이후 민주화 시대 선배로서 어울리는 모습이 있다고 봤습니다. 그걸 먼저 복원하고 싶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시대에 남긴 업적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거의 모든 것은 두 사람의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독립운동사를 중요시 하고, 민주화운동이 가진 가치를 혁명이라고 규정하고, 신자유주의 시대 속에서 굉장히 깨끗하고 투명한 경제 체제에 살고, IT에 기반한 경제 강국으로 사는 것들 말이죠. 이런 유산의 토재는 이승만, 박정희 때 어느 정도 잡혔는지 모르겠지만, 오늘날 세련된 고도화 국가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김영삼-김대중의 업적은 결정적이라고 봅니다."

- 책을 보면 시간 순서대로 구성돼 있지 않고 주제별·이슈별로 구성돼 있어요. 이렇게 구성한 까닭이 있다면? 

"우리나라 대통령제는 5년 단임제잖아요. 5년 안에 모든 걸 다 해야 하잖아요. 이 시스템 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집권 1년차입니다. 첫해에 뭘 했느냐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1년차에 뭔가를 못 해내면 리더십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어요. 반면, 1년차에 뭐라도 해내면 그 이후 탄력을 받아 3~4년차까지 끌고 가는 거죠.

김영삼 대통령은 집권 1년차에 자기 재산을 공개하면서 공직자재산등록법을 만들고 그것을 정치개혁법으로 이어갔어요. 우리나라의 투명한 선거제도와 공직자 재산형성 과정의 공개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외환 위기 극복'이죠. 저는 김대중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외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준비된 대통령이니까요. 그는 외환위기 때 박정희식 정경유착 부정부패 모델을 지양하면서 일본식 경제 체제가 아닌 미국식 경제 체제를 끌어들였어요. 금융 자율화 그리고 재벌 투명성 확보, 기업의 부채 비율을 떨어뜨리고, 빅딜이라고 해서 산업 구조군을 합리화하는 과정을 연쇄적으로 수행했죠.

이렇게 두 대통령의 동선을 보면 집권 1년차에 뭐에 집중했는가가 정확하게 드러나요. 이런 걸 책에 담아야 하는데 시간 순서대로 쓰면 재미가 없잖아요."
 
<리더의 상상력> 책 표지
 <리더의 상상력> 책 표지
ⓒ 사계절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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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정부보다 김영삼 정부에 많은 부분 할애한 것 같은데.

"김영삼 대통령은 이슈 파이터였습니다. 이슈가 많았어요. 김영삼 대통령은 노태우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요즘 말로 하면 적폐가 엄청 많던 때였어요. 그러니까 이슈가 많았죠. 또, 김영삼 대통령 때 선례를 만들어 놓은 것을 체계화한 게 사실 김대중 대통령입니다. 그러니 김영삼 대통령이 이야깃거리가 더 많은 거죠. 물론 구조적 측면과 사회적 여파의 측면에서 보면 김대중 대통령의 그것이 더 크다고 봅니다."

- 김영삼 대통령 업적 중에 역사 바로 세우기가 있었죠. 그건 원래 김영삼 대통령의 철학이 있었을까요?

"그렇다고 봅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30, 40년을 싸웠던 민주투사잖아요. 이념적 성향으로 봤을 때는 김영삼 대통령이 보다 더 자유주의적이고 중도적이고 우파적인 거 맞아요. 그에 비해서 김대중 대통령 같은 경우는 보다 진보적이고요. 

더군다나 김영삼 대통령은 3당 합당을 통해서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집권 초기 5.18 문제에 대해 굉장히 주저주저하고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서 광주 시민들이 큰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랬는데 결국 하나회를 1차적으로 숙청하면서 공간을 확보했어요.

여기서 우리가 많이 놓치는 대목이 나옵니다. 신한국당을 만들면서 당내에 노태우 계열을 제거했다는 점입니다. 이후 서석재 총무처장관이 밥을 먹으면서 농담하듯 '전임 대통령이 얼마를 갖고 있다'고 흘렸어요. 몇 개월 있다가 야당 의원이 계좌 정보를 받아와서 폭로하고 매일 노태우를 몰이해서 구속시킨 당일 다시 전두환 비자금 이야기를 하면서 12월 12일 상징적으로 역사 바로 세우기를 천명했습니다. 종합적으로 돌아보면 김영삼 대통령이 굵직한 역사적 책무를 외면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외교적 성과는 노태우 정부 때부터 해놓은 게 있으니 김대중 정부에서 꽃피울 수 있지 않았던 걸까요?

"그런 건 다 있죠. 우리가 과거 자원이 없는 상태에서 무에서 유를 만드는 사람들은 아니고 유에서 유를 만든 사람들이에요. 그러니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의 시대는 무에서 유로 가는 과정이었다고 봅니다. 특히 노태우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이라는 건 결국 북방 외교죠. 본인이 굉장히 극우 반공이지만 시대의 흐름을 인정하고 냉전의 해체 속에서 흐름을 탔어요.

그래서 김영삼과 김대중은 있는 자원을 재배치하는, 유에서 유를 만든느 시대의 사람들입니다. 일종의 수성의 시대의 사람들이에요. 저는 과거의 유산을 훨신 더 창의적으로 만들어냈다고 봅니다."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가 다시 보여지길"

- 김영삼, 김대중 리더십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김영삼 대통령은 선례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방향을 제시하거나 구조를 만드는 데는 실패한 대통령입니다. 실패의 이유는 3당 합당 같이 근본적 설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시계를 2022년으로 돌리면, 지금 왜 좋은 대선후보가 없다고 할까요. 정치적 승리를 거둬본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고 봅니다. 보세요. 노무현 대통령은 불리한 위치에서 대통령까지 거머쥔 사람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지금 교도소에 있지만 기업인이라는 포지션 그리고 정치인으로의 성공, 정치적 위기 속에서 서울시장이라는 탈출구를 통해 승리한 경험이 있어요.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우리는 최순실만 기억하지만 과거 그는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렸어요.

무슨 얘기냐, 정치적으로 멋진 승리를 하지 않고 전투에서 승리해보지 않은 대통령 후보는 존재하지 않아요. 그런 부분에서 저는 김영삼 대통령의 사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사실은 정치가로서의 승리도 뛰어났지만 그가 존경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일반 정치가들에게 찾아보기 힘든 지적 기반이 강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라 봅니다.

책에도 제가 써놨지만, 김대중 대통령 옆에 가면 사람들이 주눅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변상욱 기자도 그러더라고요. 김영삼 대통령 쪽에 가면 분위기가 자유롭다고.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 쪽에 가면 대통령 자체를 만나기 힘든 거예요. 너무 똑똑한 선생님인 거죠. 그런데 지금은 어떤까요. 김대중 정도의 지성미를 갖고 있는 후보가 있냐는 겁니다. 김영삼처럼 정치력이 없으면 김대중 정도의 지성미를 갖고 있느냐. 지금 그런 사람이 없어요."

- 김영삼, 김대중의 공통점은 뭘까요?

"두분의 공통점은 단련의 시간이 길었다는 겁니다. 이분들은 30년 이상 정치를 한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한 명은 초산 테러당하고 가택 연금 당하고 고문당하고 단식 투쟁하고 기성 정치 세력과 싸웠어요.

우리나라에서 40대 기수론을 제일 먼저 이야기했던 게 김영삼이에요. 그때 김영삼 대통령 40대 초반이었어요. 그때 그 얘기 하니까 유진산 같은 사람이 '입에서 젖비린내 나는 인간이 무슨 대통령 후보냐'고 했어요. 그런 선입견을 뚫고 대통령까지 간 사람입니다. 선거 때만 되면 인재영입이니 뭐니 하는데 과거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해서 영입된 사람들 중에 '진짜 인재'로 성장한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요? 김영삼-김대중은 단련의 시간 속에서 자기 정치와 자기 세계관을 강화시켜 나간 분들입니다. 지금 우리 정치인들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 지금 한국에 필요한 리더십은 뭐라고 보세요?

"대통령의 의미가 뭔지를 조금 가르쳐줬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경험한 세대는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의 시대예요. 근데 이 시대를 우리가 살펴보면 사실 대통령이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잘 표현되지 못했거나, 아니면 굉장히 부정적 이미지로면 소비됐습니다.

그중에 가장 큰 사태는 최순실 사태였어요. 대통령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죠. 하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제 국가거든요. 그래서 저는 책 <리더와 상상력>을 통해 새로 뽑힐 대통령이 '대통령은 무엇인지' '위임받은 권력을 이렇게까지 멋지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이 회복시켜 국민들에게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게재 합니다.


태그:#심용환, #리더의 상상력, #김대중 , #김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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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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