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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택
▷ 64세(1958년생)
▷ 2018년 12월 말 공무원 정년퇴직
▷ 2009년 1월부터 철학 공부 본격 시작 12년 차
▷ 2018년 8월 경기도 부천시 현 오피스텔에서 개원

작명, 궁합, 사주팔자, 운세 등 이런 단어들은 한국인들의 뇌리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전통 한국 철학을 오랜 기간 공부하고 수련하신 분이 계시다. 30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철학원을 개원하신 분을 지난 1일 인터뷰했다. 독특한 제2 인생을 개척하신 분을 소개한다.

- 퇴직 후 소감은?
"다들 막막하겠지만 저 같은 경우 정신 수양을 20년 넘게 하고 동양철학을 10여 년 공부하였으니 달리 방법은 없었어요. 다들 퇴직하면 금전적 여유가 있었겠지만, 저는 현직에 있을 때 틈틈이 공부하느라 지출이 많아서 저축할 여유가 없었어요. 퇴직 후 오히려 지인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퇴직 후 철학원을 바로 개원했기 때문에 가고 싶었던 해외여행도 못 갔어요. 그게 매우 아쉬웠어요.

퇴직을 앞둔 인생 후배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면 '20년이든 30년이든 일 말고 뭐든지 조금씩 해봐라. 그러면 옛날부터 하고 싶었던 뭔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라고요. 현직에 있을 때 일도 중요하지만 남는 시간에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들어가서 자기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해본다거나 특별한 취미활동을 찾아 실행에 옮겨 보기도 하며 지금까지 알았던 세상과 다른 세상에 있는 자기를 찾아가는 거죠."
   
운천 철학원 혜일선사 장형택 대표. 뒷모습만 촬영을 허락하셨다.
 운천 철학원 혜일선사 장형택 대표. 뒷모습만 촬영을 허락하셨다.
ⓒ 김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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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원이 하는 일은?
"철학원은 과연 나는 누구이며 향후 미래는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배우자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사 전반을 보는 곳이에요. 또한, 건강의 취약점은 어디인지 이사택일 출산택일 각종 행사택일 성명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사 모든 것을 상담하고 있어요.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가야 하는 우리네 인생에는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고, 나쁜 날이 있으면 좋은 날도 있어요. 동양철학에 나를 비추어 현재와 미래에 내가 주의하고 피해야 할 점이 뭔지 그리고 더 열심히 추구하거나 맞이해야 할 것이 뭔지를 짚어보는 거죠."

-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일을 하게 됐나?
"저는 어린 시절부터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으며 계속 살아야 할 가치가 있는가,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등 세상 고민은 혼자 다 짊어진 듯이 살아왔어요. 제가 어릴 때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생계를 꾸리시면서 힘든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 영향도 있었다고 봐요. 돈 벌겠다고 일찍 부모님과 떨어져 객지 생활을 시작하였으나 사회는 그리 녹록하지 않았어요.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여 대학을 가도 인생의 숙제는 풀리지 않았고 그 후 공무원이 되어도 결혼을 해도 항상 머릿속에는 삶이란 무엇인가가 숙제였어요. 

그러던 중 30대 후반에 명상센터를 알게 되고 해답을 어느 정도 찾았어요. 영적 세계관이 어느 정도 확립이 되었으나 직장과 가정이 있었기에 현실을 무시할 수가 없었어요. 중간에 대학원을 진학하여 공부와 직장에 매진하다 보니 정신 수양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이후에 애들이 사춘기를 심하게 겪게 되고 애들 문제로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1999년부터 알고 있던 철학원 선생님을 만나 정신수양이 아니라 학문으로 접근하였어요. 초창기에는 사주학에 매진하고 어느 정도 이해가 되어 지리산 남원시 운봉에 계신 스승님을 만나 정신 공부와 병행했어요."

- 특별히 이 사무실에 자리 잡은 이유는?
"대기실과 상담실이 따로 있을 필요가 있어서 두 개 공간으로 분리된 오피스텔로 오게 되었고 사람들이 찾아오기 편하게 전철역 인근으로 잡은 거예요. 8층 사무실을 선택한 이유는 내 사주에 오행(五行)✱ 중에서 목(木, 나무)이 좀 약하기 때문에 그 약함을 보충해 주기 위해 팔(八, 8)을 선택한 거예요. 팔(八)이 목(木)을 의미하므로 팔(八)의 기운을 받아 토(土, 흙)의 기운을 눌러 줌으로써 철학원이 번창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어요."

✱오행(五行) : 木(나무 목), 火(불 화), 土(흙 토), 金(쇠 금), 水(물 수)

- 어떤 준비를 미리 해야 하나?
"이 일은 사주학 책 몇 권을 달달 외웠다고 상담을 할 수는 있는 것은 아니에요. 개인마다 궁금한 사항이 다르고, 한 개인의 운명이 달린 사항이라 조심스러워요. 기초는 학원에 가서 배우고 좋은 스승을 만나 공부하고 마무리는 철학원 운영 능력까지 배워야 해요. 공부는 아무나 할 수 있어도 철학원 운영은 아무나 못 해요. 운영 기술은 안 가르쳐줘요. 동문 중에도 30년을 매진하고도 철학원 운영을 못 하는 사람을 보았어요."
 
운천 철학원 대기실
 운천 철학원 대기실
ⓒ 김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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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분들이 주로 찾아오나?
"사업, 진학, 취업, 주택문제, 금전거래, 승진, 부부관계, 이사, 결혼택일, 궁합, 개명, 출산택일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궁금한 사항 전부라고 보시면 돼요. 지역적으로는 서울, 인천, 안양, 안산, 수원, 성남, 멀게는 강원도 강릉, 철원에서도 와요. 한번 연을 맺어 놓으면 굳이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자료가 모두 있으니까 전화로 궁금한 것만 상담해줘요. 부부관계 쪽은 이혼하려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 위로가 필요한 분들에게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은?
"아무리 괴롭고 힘들더라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모든 것은 기다림의 미학이에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인생입니다. 정 힘들면 여행을 하세요. 국내 여행 또는 가까운 동남아로 가거나 우리나라 재래시장이나 오일장을 찾아보는 것도 좋아요. 우리 인생이 얼마나 귀하고 치열한지 볼 수 있는 곳이지요.

젊은이들은 스트레스 방어 능력이 조금 부족해요. 너무 귀하게 자랐고, 부족함 없이 자라다 보니까 직장생활 하면서 상사한테 꾸지람을 들으면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많이 고통스러워해요.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은 혼자나 친구들끼리 여행을 떠나거나 책을 많이 읽어야 해요. 그 속에서 나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해요."

- 이 직종만의 매력은?
"특별히 매력이라고 할 건 없지만, 상담 받으러 오신 분이 정신적으로 고통을 심하게 받거나 자녀가 뭔지 알 수 없는 기운에 의해서 고통을 받다가 저에게 찾아왔는데 상담이 끝나고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가셔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계실 때 가장 뿌듯했지요."

-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특별한 일화는?
"진주에 계신 분이었어요. 이분은 2시간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고통에 시달렸어요. 일류병원은 다 다녔는데도 고칠 수가 없었어요. 사주를 적어 놓고 보니 초혼 실패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남편이 죽을 운이었어요. 남편하고 사이가 좋으냐고 물었더니 좋다고 해요. 그럼 남편이 살아 계시냐고 물었더니 4년 전에 돌아가셨대요.

돌아가신 남편과 사이가 좋은 결과로 부인 곁을 떠나지 못하고 부인을 그렇게 힘들게 한다는 생각에 조그마한 부적을 하나 작성해서 보내드리고 15일 후에 태우라고 했더니 씻은 듯이 좋아져서 그 후로 페이스북에 놀러 다니는 사진이 막 올라와요. 그 뒤로 진주, 창원에서는 그런 손님한테서만 연락이 왔어요. 한동안 난감했었어요."

- 전망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 않을 학문이에요. 사주명리학(四柱命理學)은 우리 인간사 전반을 다루기 때문이지요. 가족, 친구, 동료, 사회구성원들과의 관계 모든 것이 이 학문 속에 들어있어요."
 
상담실과 사주명리학 등 책들
 상담실과 사주명리학 등 책들
ⓒ 김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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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입은?
"정확하게 말할 순 없지만 저는 코로나 오기 전까지는 여유가 있었어요. 특히 신년 초에 수입이 가장 많아요. 그 이후에는 이사, 시험, 작명 등으로 다양한 상담을 해요. 평균적으로 직장인 수입은 될 거라고 봐요."

- 이 직업을 선택하려는 인생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철저한 동양철학 공부는 기본이고 거기에 남이 가지고 있지 않은 영업 주특기가 있어야 해요. 주변에 이 직업을 가진 분들이 풍수와 병행하고 있는 것을 자주 봐요. 실제 사례로 태백산에서 20년이 넘도록 공부하고 하산했는데도 생계유지가 안 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도 있더라고요."
 
정운록(正運錄)은 사주를 보기 위한 자료로써 백호살, 상충살, 삼형살, 12신살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어야 할 풍파(운명)를 기록한 책이다.
 정운록(正運錄)은 사주를 보기 위한 자료로써 백호살, 상충살, 삼형살, 12신살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어야 할 풍파(운명)를 기록한 책이다.
ⓒ 김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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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의 계획은?
"여유가 생긴다면 지리산 등 기운 좋은 명산에서 명상 공부를 하고 싶어요. 사주명리학은 남의 인생을 살펴주는 학문이지만, 명상은 자기성찰 또는 영성을 키우는 학문, 즉 도학(道學)이에요. 이제 나이를 먹으니 갈 길이 바빠요. 사람들은 오래오래 살 것처럼 행동하지만 그렇게 길지가 않아요. 돌아보는 삶을 살고 싶어요."

태그:#철학원, #사주, #은퇴, #퇴직, #제2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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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나는 다른 일을 한다> 저자. 은퇴(퇴직) 후 새 인생을 개척하여 성공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소시민 이야기 인터뷰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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