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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개발의 목적은 주거환경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한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다. 그래서 도시정비 대표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1조 1항에서는 법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이 법은 도시기능의 회복이 필요하거나 주거환경이 불량한 지역을 계획적으로 정비하고 노후ㆍ불량건축물을 효율적으로 개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20세기 개발의 시대에 경제적 기준으로 배제와 갈등이 심화되고, 개발 과정에서 이권과 불법, 정경유착은 끊이지 않았다. 이 시기 내내 공공 관리의 한계와 개발 주체들의 극단적 영리추구로 인한 공공성의 훼손, 부동산 시장의 왜곡 등 지금 우리가 고통받고 있는 부동산 문제의 총체적 원인이 하나둘 쌓여왔다.

뉴타운은 기존 개별단지나 1만㎡ 안팎의 소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묶어 도로와 학교, 공원 등 기반시설을 포함한 도심 속 '미니 신도시'를 만드는 사업으로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재직 당시 은평·길음·왕십리 세 곳을 뉴타운 시범지구로 지정하고, 이듬해 11월 아현·가재울 등 2차 뉴타운 12곳을 추가하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2005년까지 3차에 걸친 지구지정을 밀어붙이고,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을 차례로 거치면서 뉴타운은 태풍이 되어 전국을 휩쓴다. 하지만, 2008년 가을부터 시작된 세계금융위기가 뉴타운 광풍에 급제동을 건다. 결국 뉴타운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재개발 일변도 도시정책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2012년 이후 서울시 도시정책의 서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오세훈 서울시정 6개월, 서울 뉴타운으로 컴백?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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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컴백한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 도시정책이 다시 한번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선거 전부터 사회적 화두가 된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과 주택공급에 대한 반응으로 '스피드 공급'을 들고나와 당선된 오 시장은 취임 첫 보고로 '주택정책'을 선택, 시정 방향의 포문을 연다.

취임식도 열리기 전에 재건축의 걸림돌로 지적해온 '안전진단 기준 개정'을 정부에 건의하는가 하면, 5월 24일에는 오세훈 표 소규모 주택공급정책인 '모아주택' 추진계획을 발표한다. 연이어 이틀 뒤에는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6대 규제 완화방안'을 발표하고, 6월에는 '2세대 도시재생'을 발표했다.

지난 9월 10일 서울시의회에서는 2025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변경안이 통과되어 '주거정비지수제'가 폐지되고, 곧바로 서울시는 '공공은 지원만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민간 주도 재개발 촉진을 위한 '신속통합기획(구 공공기획재개발) 후보지 모집'을 공고했다. 강남엔 용적율, 강북엔 용도상향이라는 큰 틀 안에서 숨 가쁘게 달려온 서울시의 6개월이다. 동시에, 시민들에겐 2006년으로 돌아간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킨 6개월이다.

과거를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명박 전 시장은 2002년 취임 3개월만에 뉴타운 계획을 발표한다. 2012년 박원순 시장 역시 3개월 만에 뉴타운 광풍의 종언을 고한다. 전임 정책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대안을 위한 공론을 형성하고 정책기조를 확정하기까지 3개월은 짧다. 지금 오세훈 시장 역시 취임과 동시에 무모한 '속도전'을 치르고 있다. 선거 공약의 이행과 성과, 재선 등을 염두에 둔 행보라 하더라도 그 아래 적체될 문제점들로 인해 시민들이 치르게 될 후과가 너무 크다.

오세훈 시장은 2008~2010년 사이 뉴타운 광풍이 한계를 드러낼 때 대책을 고심하고 실행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공공관리제도를 실시해 재개발 지역의 공공관리 강화로 각종 문제를 공공이 책임지는 시스템을 구축-운영하였고, '휴먼타운'정책 도입을 통해 보안·방범 및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아파트의 장점과 골목길과 커뮤니티가 살아있는 저층 주택의 장점이 하나로 통합된 신개념 저층주거지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뉴타운 실패의 여파를 공공 역할 제고와 저층주거지 등 다양한 주거관리 및 활성화로 극복하려 시도한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1세대 도시재생(2013~2020)이다. 2세대 도시재생은 이 성과와 과제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접근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6월 서울시가 발표한 2세대 도시재생은 주택공급과 재개발 연계 추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무늬만 도시재생'인 채로 과거 뉴타운 광풍이 재현될까 우려된다. 공교롭게도 대선과 지방선거로 이어지는 정치의 계절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같다.
 
지난 6월 서울시가 발표한 2세대 도시재생 유형 및 분류
 지난 6월 서울시가 발표한 2세대 도시재생 유형 및 분류
ⓒ 이종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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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도시재생의 유형을 '주거지 재생'과 '중심지 특화재생'으로 구분하고 목표와 실행방식에 따라 총 6가지로 분류한 것은 사업의 목표와 성격을 보다 분명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주체와 방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기존 도정법에 따른 재개발, 주거환경관리사업과의 차이점을 모호하게 만든다.

여기에 전임 시장의 핵심 정책들 중 시민(주민)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과 민관협력에 관한 사업들을 시민단체 배불리기로 규정하고 적대감을 드러내며 정책과 예산의 대폭 축소를 예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도시재생 특별법에도 규정된 '주민참여'와 '주민역량강화', '지역공동체활성화', '자립적 도시재생 추진주체 육성' 등에 관한 정책방향의 대폭 축소가 우려된다.

도시재생 사업에서의 주민참여와 역량강화, 도시재생 추진주체 육성은 도정법 상 도시정비사업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민관협력을 통한 공공관리의 심화, 포용과 협력의 주민참여를 뿌리내리고, 나아가 지역 기반 비영리 개발 주체의 성장-서울시의 CRC(지역기반도시재생기업) 육성, 도시재생뉴딜사업의 마을관리협동조합 육성 등은 영국, 미국의 CDC(지역개발기업)의 한국적 육성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을 통한 도시정비사업의 공공성 강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도시정비에 있어 공공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민 참여의 확대와 역량 강화, 새로운 공공적 주체의 등장은 필수조건이다. 오히려 재개발 사업에 도시재생의 경험과 성과를 반영하고 과정과 결과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서울시의 1세대 도시재생, 미래를 향한 필수조건

큰 틀에서 보자면, 뉴타운부터 주거환경관리사업을 거쳐 도시재생의 본격적인 시행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도시정비에서 공공의 역할 확대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의 경제흐름과 인구 감소, 온라인 중심의 마켓플레이스 이동 등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사회경제적 여건을 반영한 근본적 변화이다.

서울시가 주도한 1세대 도시재생은 근본적인 전환기에 중요한 테스트 베드였다. 도시재생 본 사업 전 주민 역량 강화와 주체 형성을 위한 '희망지사업 단계 제도화', 기획 기능을 가진 광역기초단체가 주도한 '유연한 민관거버넌스', 도시재생 본 사업-지속가능한 도시재생 주체 육성-자립단계 설정을 통해 지역 기반 도시재생 주체를 육성하는 '서울형 CRC 육성'과 '지원제도', 그리고 '도시재생기금'의 설치 등. 서울의 실험은 도시재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었고, 국가정책으로 보편화되고,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그렇게 6년 간 25개 자치구 426개 행정동 중 23개 자치구 81개 동에서 서울의 미래가 자라고 있다.
 
서울시 도시재생 추진현황(서울시 균형발전포털)
 서울시 도시재생 추진현황(서울시 균형발전포털)
ⓒ 이종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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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으로 도시재생을 지우면 서울의 한쪽 날개가 꺾인다

하지만 지금 서울시의 '도시재생'은 급전직하 상황에 놓여있다. 오세훈 시정은 그동안 도시재생사업이 '공동체 사업', '벽화그리기'에만 치중해왔다고 폄훼하며 개발 지체와 공급 부족의 원인이라도 되는 듯 '도시재생'을 빠르게 지워가고 있다.

실 규모였던 도시재생 담당부서를 신설된 '균형발전본부' 산하 국 단위로 대폭 축소하고, 서울형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특장점이자 중앙정부에서도 벤치마킹한 예비사업의 축소와 공동체활성화 사업 축소 및 폐지, 공공 지원 이후 지속적인 도시재생을 이어갈 지역 기반 조직 CRC(지역중심 도시재생기업)의 육성-지원 축소 및 폐지, 도시재생기금 폐지, 광역도시재생지원 기능 축소 및 폐지 등을 추진하거나 공언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서울의 도시정책은 2010년으로 회귀하게 된다. 현장의 성과는 유실되고, 지역은 다시 재개발을 둘러싼 이전투구의 장이 될 것이다. 도시재생에 열과 성을 다해온 주민들과 전문가들은 혼란에 빠지고, 각급 담당공무원들은 책임전가와 업무 미루기 등 불필요한 갈등을 겪어야 한다. 무엇보다 서울시정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크게 저하될 것이다.

지금은 분열과 갈등이 아니라 공론을 통한 대안 찾기가 필요한 때이다. 더 늦기 전에 서울의 도시정책 방향에 대한 공론장이 열리기를 바란다.

지금 서울시가 추진하는 빠른 속도의 공급과 부동산 시장의 안정이 동시 달성될 수 있다면 필자의 글은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지 않나. 두 목표의 동시 달성이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시민들이 물을 것이다.

지금, 오세훈 시정은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인가? 미래로 나아가자는 것인가?

서울시의 숙고와 시민들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태그:#서울시, #도시재생, #뉴타운,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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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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