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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멧돼지 떼의 습격으로 광주광역시 운림동에 있는 문화재자료 제9호 운림동 석실고분이 심하게 훼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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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문화재돌봄센터 | 관련사진보기 |
지난 17일 태풍 '찬투'가 제주를 거처 호남지방으로 상륙할 거라는 기상청의 예보에 '광주문화재돌봄센터' 직원들은 잔뜩 긴장하며 문화재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있었다.
많은 비를 동반한 태풍과 같은 재난은 인명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에도 큰 상처를 남길 수 있음을 익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제주를 지난 태풍은 남해 먼바다를 거쳐 별 탈 없이 지나갔다. 긴장감에서 벗어난 직원들은 닷새간의 긴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터라 들뜬 마음으로 상호 인사를 나누며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 광주광역시 동구청에서 긴급한 전화 한 통과 동시에 문화재 재난상황 발생 보고서가 접수됐다. 동구 운림동에 있는 광주광역시 문화재자료 제9호 '운림동 석실고분'이 전날 밤 멧돼지 떼 습격을 받아 봉분의 3/4 정도가 훼손됐다는 신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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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훼손되기 전 운림동 석실고분. 백제 후기에 조성된 맞춤식 돌방무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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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증심사 입구 도로변에 자리한 운림동 석실고분은 백제 후기에 조성된 맞춤식 돌방무덤이다. 남부 지방에는 보기 드문 형태의 무덤으로 백제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문화유산이다.
현장 확인 결과 멧돼지들이 지렁이 등 먹이을 찾아 무덤으로 내려와 봉분을 심하게 파헤쳐 놓은 것이다. 다행히 무덤의 봉분만 훼손됐을 뿐 석실 등은 무사했다. 하지만 추석 연휴 기간 동안에 추가로 비가 내리면 무덤의 주요 부분인 석실도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음날 일찍 백승현 센터장과 직원들은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응급조치에 나섰다. 훼손된 봉분의 정지 작업과 함께 잔디 보식을 시행했다. 비가 더 오더라도 토사가 유출되지 않도록 대형 방습포로 무덤 봉분을 감싸 보양작업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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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전 일찍 긴급 출동한 광주문화재돌봄센터 직원들이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대형 방습포를 씌워 보양작업을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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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작업에는 광주문화재돌봄센터 직원뿐만 아니라 동구청의 최대현 주무관이 참석했다. 최 주무관은 "명절이 끝나는 대로 예산을 편성해 정비 작업을 완료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정이 문화예술계장도 "명절 초입에 고향 발걸음이 바쁘셨을 텐데 많은 분들이 문화자산 보호를 위해 땀 흘려주셔서 고맙다"라는 인사를 전했다.
문화재 돌봄 사업은 사전에 문화재의 경미한 수리와 일상 관리 등을 통해 문화재 사후 수리 및 복구 비용을 절감시키자는 취지로 2010년 부터시작된 사업이다. 현재 전국 23개 단체와 기관에서 약 770여 명의 전문 문화재 관리사들이 8600여개소의 문화재를 상시 관리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19명의 관리사들이 212 곳의 문화재를 관리하고 있다. 시민 누구나 문화재 관람 도중 훼손 사항이 발견되면 광주문화재돌봄센터 홈페이지(http://jikimi.daedongc.com)나 전화(062-674-6570)로 신고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