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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 다리, 몸통 등이 폐그물에 걸려있다.
 꽃게 다리, 몸통 등이 폐그물에 걸려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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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꽃게잡이가 한창이다. 꽃게잡이가 끝나면 그물이 산처럼 쌓인다. 꽃게의 잘린 몸통과 다리가 그물에 뒤엉켜 냄새가 진동한다. 다시 수선해 사용하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이득이다 보니 '일회용' 그물이 되었고 '그물 깁는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이 그물이 얼마나 사용되고, 바다에 버려지고, 회수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바다에 버려진 그물은 해양쓰레기가 된다.

꽃게잡이 그물처럼 수산동식물을 포획, 채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도구를 '어구'라 한다. 2018년 해양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해양쓰레기 발생에 유실된 폐어구가 45.3%, 양식장 쓰레기가 7.7%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어선 생활쓰레기 0.6%까지 합하면 어업활동으로 인한 해양쓰레기는 전체 발생량의 53.6%에 달한다.

현존하는 해양쓰레기는 전국 총 14만 9천 톤으로 추산했는데, 침적쓰레기는 77.3% 달한다고 추정했다. 해안가나 부유하는 해양쓰레기 수거량은 점차 증가하는 반면, 침적쓰레기 수거량이 줄어들고 있다. 침적쓰레기는 대부분 어업 쓰레기로 추정된다.

최근 어업 행태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씨스파라시>가 관심을 받으면서 해양쓰레기 중 특히 어구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민들의 의식개선과 의지를 요구하고 기대할 수만은 없다. 법과 제도를 정비해 틀을 바꾸어야 한다. 지난 2월 발의된 '수산업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그 시발점이라고 보고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수산업법 전부개정법률안'은 어구의 발생부터 처리까지 관리하는,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부분을 보완해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어구 사용량, 유실량, 회수량조차도 통계 잡지 못하는 현실
 
특정도서 구지도에 떠밀려온 어업쓰레기
 특정도서 구지도에 떠밀려온 어업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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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쓰레기든, 해양쓰레기든 쓰레기 관리 원칙의 첫 번째는 '발생원 차단'이다. 어구가 유실되지 않도록, 버려지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어구의 생산량, 유통량, 사용량, 유실량, 회수량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잡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효성 있는 저감, 효과적인 관리 대책 마련을 위한 기초데이터 수집, 축적조차 미흡한 것이다. 

실태파악이 되지 않으니 당연히 관리체계가 마련되기 어렵다. 관리체계 미흡으로 연간 폐어구 발생량 4만 4천 톤 중 75%인 3만 3천 톤이 바다에 방치, 침적되었으리라 예상된다. 몇몇 어민들은 실제로 더 많은 폐어구가 버려지고 있다고 말한다.

'수산업법 전부개정법률안'에서는 어구사용 실태파악을 위해 어구 생산, 판매 관련 업을 신설하고 생산 및 판매 기록을 작성하고 보존하도록 했다. 또한 어구의 과다사용 방지를 위해 판매량과 판매장소, 방법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으며, 어구의 소유자를 표시하는 어구실명제를 통해 어민들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았다.

실태파악을 통해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 시행한다 하더라도 100% 발생을 차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설령 지금부터 발생원이 제로라 하더라도 기존에 있는 쓰레기를 수거해야 한다.
  
섬 지역 해안가 해양쓰레기는 주민들이 수거한다. 하지만 섬 특성상 노령인구가 많다 보니 접근이 용이한 지역만 한정적으로 수거할 수밖에 없다. 또한 부유쓰레기, 침적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선 정화선이 필요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168개의 유·무인도를 보유하고 있는 인천의 경우, 부유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는 정화선은 1대 있고, 최근 침적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는 정화선 건조 예산이 마련된 정도 수준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다른 지자체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해 현장에 투입하거나 해양쓰레기 수거를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 혹은 협동조합을 적극 지원하는 방식도 고민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양상과 지역에 맞는 정화선도 확대하기 위해 중앙부처에 예산을 요구하는 지역사회 목소리도 높여야 한다.
 
그물, 밧줄 등 어업쓰레기가 집하장 없이 선착장 한켠에 쌓여있다.
 그물, 밧줄 등 어업쓰레기가 집하장 없이 선착장 한켠에 쌓여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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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거한 해양쓰레기는 염분이 많아 재활용하기 어렵고 대부분 소각 처리할 수밖에 없다. 육지부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관할 지자체가 수거해 가고, 섬 지역 해양쓰레기는 1년에 1~2회 정도 육지부로 싣고 나와 소각 처리된다. 소각장은 한정되어 있고, 해양쓰레기는 점점 늘어나다 보니 바로 처리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인천녹색연합이 실제로 영종도에서 해양쓰레기를 수거한 뒤 관찰 구청에 처리를 요청했으나 한 달가량 방치되었다. 그러는 사이 모아둔 쓰레기는 바다로 날아가 또다시 해양쓰레기가 되었다. 섬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어민들이 사용한 어구나 수거한 해양쓰레기를 관리하는 공간이 없는 섬들은 선착장이나 마을 한켠에 쌓아놓는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이나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수밖에 없다. 오히려 수거해 가져오는 것이 처치곤란인 상황인 것이다.

수거한 해양쓰레기를 한시적으로 적치할 집하장이 필요한 이유다. 집하장이 있는 섬과 아닌 섬의 폐어구 등 해양쓰레기 관리실태는 차이가 크다. 「수산업법 전부개정법률안」은 행정관청이 집하장을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고, 개정안이 통과되면 집하장 설치를 더욱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아직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개정안

해양쓰레기 문제는 최근 새로 나타난 환경문제는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해 수년 전부터 인지하고는 있었다. 2007년 '해양환경관리법'이 제정되었고, 해양환경관리법에 근거해 2009년부터 '해양쓰레기 관리 기본계획'이 수립, 시행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발생한 해양쓰레기의 수거와 처리만을 고민했다.

해양쓰레기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고조되자 2019년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법'이 제정되어 해양쓰레기의 발생 예방부터 수거, 처리까지 전주기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제 주요 발생원별로 관리할 수 있는 세부적인 법령이 필요하다. 해양쓰레기 발생의 절반을 차지하는 어구는 '수산업법'을, 육상기인(하천유입) 쓰레기는 '물환경보전법'을 개정, 보완하는 것으로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 어구를 관리하기 위한 '어구관리법'이 2016년 발의되었으나 어민들의 반발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결국 2020년 폐기되었다. 그리고 다시 지난 2월, 어구관리법과 같은 취지의 '수산업법 전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다.

▲ 어구의 실태조사 근거 마련을 위한 생산, 판매 기록과 작성과 보존, ▲ 어구의 과다사용 방지를 위한 판매량, 판매장소, 방법 제한, ▲ 어구실명제 도입, ▲ 어구의 재질 제한, ▲ 폐어구를 집중 수거하는 어구 일제회수 제도 명령 근거, ▲ 행정관청의 폐어구 직접 수거, 집하장 설치, 수거와 처리 관련 사업 근거를 담았다.

어구 실태조사와 어구실명제 등을 통해 관리방안을 수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폐어구 수거, 처리 관련한 행정지원방안까지 담겼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폐어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2016년 발의되었던 어구관리법처럼 사장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들도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설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논의를 마치지 않아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어구 관리, 이제는 해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바다에 표류하고 있는 해양쓰레기처럼, 우리의 미래도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망망대해에 방치되어선 안 된다. 수산업법 전부개정법률안, 21대 국회에서는 꼭 통과되어야 한다.

* 해양쓰레기, 특히 어업쓰레기에 문제의식을 가진 시민들이 모여 수산업법 전부개정법률안 촉구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서명은 21대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서명운동 동참하기 https://campaigns.kr/campaigns/420
 
수산업법 전부개정법률안 통과를 위해 시민들이 나섰다.
 수산업법 전부개정법률안 통과를 위해 시민들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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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해양쓰레기, #어구, #수산업법, #어업쓰레기, #씨스파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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