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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동
 정해동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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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한국은 작은 나라라 지방자치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방자치가 거의 완전한 형태로 운영되는 스위스는 남한 면적의 절반으로 인구 역시 870여만 명에 불과하다. 민족 분포가 독일계 65%, 프랑스계 15%, 기타 민족으로 구성돼 있으며 종교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외교·군사·수자원 등 몇 개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무가 캔톤(주 26개), 코뮌(기초 2408개) 정부에 자율권을 줘 기초정부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무려 87%에 이르고 있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재정을 지원해 주기도 한다. 우리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과세권은 물론 도시계획에 관한 권한도 대부분 지방정부에 있다.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장은 물론 경기도나 서울시처럼 1000만 명 내외의 광역자치단체장도 스위스의 1000∼3000명으로 이뤄진 작은 정부의 시장보다 권한이 적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불편한 진실이다.

면적으로 보자면 지방자치 선진국인 영국도 한국에 비해 1.1배, 일본은 1.8배에 불과하다. 덴마크, 네덜란드를 포함한 북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는 광역지방자치단체 17개와 226개의 시·군·구 기초자치단체로 구성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유사한 인구 규모를 가진 스페인의 지방정부는 8116개에 이른다. 이탈리아에도 8092개 기초지방정부가 있다. 영국은 406개, 일본 역시 1719개의 시정촌으로 구성된 기초정부가 존재한다. 이들 자치정부는 기초정부든 지역정부든 규모에 관계없이 서로 침해할 수 없는 각각의 독립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

현 정부는 연방제 수준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을 내걸고 분권개헌을 추진했지만, 좌초되고 말았다. 국세 대 지방세 비율도 6:4를 목표로 했지만, 7:3에 근접하는 수준에서 멈추었다. 다행히 지난 2020년 말 32년 만에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됐다. 본격적인 지방자치 실시에 물꼬는 튼 셈이다.

지방이양일괄법 제정, 특례시 도입, 자치경찰제, 주민이 지방정부 기관구성을 선택할 권리 부여, 지방의회 독립성 강화 등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방자치에서 지방분권이 필요조건이라면 시민의 이해와 참여, 지방정부 경쟁력은 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다. '지방이 살아야 국가가 발전한다'는 것은 참인 명제다. 때문에 '우리와 같은 작은 나라에서 지방자치는 맞지 않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분명한 오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전 용인시 처인구청장이자 행정학 박사입니다.


태그:#지방자치, #지방분권, #지방자치제, #지방자치법,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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