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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9일 오후 5시 27분]
 
추적단 불꽃 공식 프로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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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적단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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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에 개설된 단체 채팅방을 통해 성착취물 제작 및 배포, 협박, 살인음모, 강간 교사 등이 일어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인 'N번방'과 '박사방'이 세상에 알려진 지 1년이라는 시간이 넘었다. 당시 대학생 기자단 신분으로 최초로 취재하고 보도한 것은 추적단 '불꽃'으로 경찰 수사에도 협력한 바 있다.

이들은 '불'과 '단'이라는 예명으로 실명과 얼굴은 공개하지 않은 채 활동하고 있다. 또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현장 강의 등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의 실태를 밝혀 나가고 있다. 지난 11일 구글 미트를 통해 이들과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소개 부탁합니다.
불 : "2019년 7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최초로 취재하고 보도했던 2명의 대학생 기자단으로 알려졌는데, 지금은 둘 다 대학을 졸업해서 시민기자이자 아웃 리치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사업자를 내서 독립언론으로 거듭나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단 : "'2018년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에서부터 디지털 성범죄에 관심이 있게 되었습니다. 단톡방에서의 성희롱이나 불법 촬영물 공유가 비일비재했고요. '버닝썬 사건' 당시에도 불법 촬영물이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IPTV가 해킹되어 성관계와 일상 영상들이 유포되는 사건도 있었는데요.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 구조적 문제임을 느껴 근절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우리 사회가 N번방, 박사방 사건을 범죄자들이 일으킨 일탈로만 받아들이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만연하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일종의 문화 현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단 : "디지털 성범죄를 가해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사회 구조적 맥락으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박사 조주빈'이나 '갓갓 문형욱'이 등장하기 전에는 디지털 성범죄가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된 적이 거의 없었죠.

그들의 가해 수법과 악랄함, 피해자가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받는지 보도하면서 마치 이전엔 없었던 범죄유형이었던 것처럼 다뤘죠. 그제야 디지털 성범죄가 피해자의 생명권을 위협하고 인격권을 짓밟는 끔찍한 범죄라는 인식이 생겨난 것 같아요.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의 역사와 맥락을 언론에서도 문제시하고 짚어주는 노력이 미미하지만 있긴 했죠. 그런 노력이 더 커져야 하고 그저 가해자가 사이코패스라서 벌어진 사건으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라넷', 'AV-Snoop', '웰컴투비디오', '웹하드 카르텔'까지 여러 곳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했죠. 특성상 10년 전에 유포된 영상이 아직도 발견되기도 하거든요. 여전히 수요자에게 공급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봅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대중적인 미디어에서도 '지인능욕' 같은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거든요."

성범죄라는 인식 공유하고 해결책 논의해야

- 중고등 남학생들 사이에는 불법 촬영물이 공유되는 웹하드의 계정이 있기도 했죠. 그런 곳에선 '국산', 'OO녀', '일반인' 등의 타이틀을 건 영상들이 버젓이 공유되기도 했고요. 해외 사이트에서도 'korean'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수많은 불법 촬영물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강간문화'라고 하는데요.
불 : 강간문화라고 볼 수밖에 없죠. 이 말에 반감을 나타내는 분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강간이 어떻게 문화가 될 수 있냐는 거죠. 하지만 분명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불법 촬영물과 비동의 유포물인데도 야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려 왔잖아요?

또 '찍은 네가 잘못'이라며 피해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였던 거 같아요. 저희가 모니터링 하면서 알게 된 건 'korean'이라는 키워드 안엔 상업적인 영상은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는 것이었죠. 주로 불법 촬영물이나 성착취물, 비동의 유포물이 나오더라고요."

- 남학생반에 들어오는 선생님들은 "야동 적당히 봐라", "뼈 삭는다"란 식의 농담을 하기도 했는데요. 학창시절엔 불법 촬영물이 공유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불 : "고등학생 땐 그런 영상들이 쉽게 소비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죠. 당시엔 불법 촬영물이라는 인식보다는 '남자라면 야동 볼 수 있지'라고 생각하곤 했고요. 다들 여성이 피해자라고 인지하지 못하고 소비했던 거 같아요. 선생님들도 남학생의 잘못된 성욕을 용인하고 당연시하는 문화가 있었기에 심각한 문제임에도 가벼운 농담도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단 : "저도 알고 있었어요. 2010년대 초반엔 불법촬영도 '몰카'라고 불렸고 이것을 보는 게 범죄라거나, 등장하는 여성이나 남성이 피해자라는 인식도 거의 없었던 거 같아요. 한창 성에 대해 궁금할 나이대인 청소년기에 여중 여고에서도 불법촬영물이 공유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과거에 불법 촬영물을 봤다 안 봤다' 수준에서 머물진 말아야겠죠. 마치 개개인을 지적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하잖아요? 이전에 불법촬영물을 접한 적 있어서 죄책감이나 범죄자 낙인을 우려하여 논의를 피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제는 사소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성범죄라는 인식을 다같이 공유하고 해결책을 논의해야 할 거 같아요."

- 불법 촬영물이 공유되는 현실을 자유와 일탈의 상징이라고 여기는 경우도 있어요. 한국은 성문화가 보수적이고 포르노가 불법인 것이 문제라며 '야동 볼 권리'를 주장하거든요.
단 : "디지털 성범죄에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거나 무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전히 불법 촬영물을 '국산야동'이라는 장르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을 거 같아요. 요즘도 '현 여친 야동'으로 유포되는 영상이 발견되곤 합니다. 아무리 조심해서 불법 촬영물이 아닌 영상을 찾아본다고 해도 그 여부를 판단하기엔 굉장히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미 피해자는 그 속에 본인의 피해 영상물이 포함되어 있을 거란 불안감을 갖게 되죠. 그리고 당연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영상을 보는 것은 성범죄 사건에 가담하는 겁니다. 한국에 불법 촬영물이 성행하는 이유가 포르노가 불법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죠. 하지만 디지털 성범죄가 일어나는 사이트에도 상업적 영상은 올라와 있거든요. 그런데 정작 본인들이 불법 촬영물을 더 많이 소비한 것이 사실이죠."

쓸모없는 논쟁으로 서로의 감정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지난 2020년 추적단 '불꽃'이 펴낸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지난 2020년 추적단 "불꽃"이 펴낸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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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남성을 대상으로 몸캠 피싱이 기승을 부렸던 것도 아시죠? 남성들은 개의치 않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여성에게 억압적인 문화가 피해를 악화시킨다고 생각하시나요?
불 : "몸캠 피싱을 언론에서는 '제2의 N번방', '여자판 N번방'라고 보도했죠. N번방과는 다른 특성이 있는 범죄임에도 불구하고요. 몸캠 피싱은 성을 착취하고 협박하는 범죄보단 금전 취득을 위한 사기에 가깝고요. N번방은 나이와 젠더와 같은 권력 차이에 기반을 두고 있죠.

물론 피해자들이 받는 유포 협박과 같이 공유하는 특성도 있죠. 비슷하더라도 다른 회복 양상을 보여요. 남성들은 '한 번쯤 그럴 수도 있지'라며 먼저 주변인에게 이야기하고 피해 확산을 차단하는 경우가 있지만, 피해 여성들 같은 경우에는 집 밖을 3년이 넘도록 못 나가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누군가 자신을 알아볼 거 같다는 공포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단 : "맞아요. N번방을 비롯해서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이 누구에게 마땅히 도움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결국 범죄 사실이 드러났을 때 먼저 피해자들이 문란한 행동을 했다는 비난을 받도록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곤 합니다."

- 말씀하신 대로 언론 보도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기자들이 일부러 의도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을 오인한다고 보시나요? 
불 : "'제2의 N번방' 사건이라고 불린 몸캠 피싱도 결국 가해자가 남성으로 밝혀졌죠.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여성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여론을 언론이 형성하려고 한 거 같아요. 자극적인 제목으로 이슈 몰이를 한 것도 있죠. 과연 기자들이 N번방 사건의 중대함을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됩니다. 피해자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거 같아요. 저도 인턴할 때 커뮤니티 게시물을 그대로 베껴 쓰고, 왜곡된 주장들을 확대재생산 하는데 일조하는 기자들을 만나보기도 했고요."

- 인터넷과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손쉽게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피해자를 위한 예방 구제책은 충분한가요? 
불 : "한국 사회가 피해자에게 굉장히 소홀하다고 생각해요. 랜덤채팅이 청소년 성 착취의 매개로써 활용되는 것이 문제가 된 것도 오래전인데요. 그럼에도 300개가 넘는 업체들이 있어요. 상시적인 감시가 필요하지만, 플랫폼 운영자에 대한 규제도 미비하죠. 이들에게 기술적 조치를 할 의무는 있지만, 제재 조항은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딥페이크나 지인능욕은 굉장히 쉽게 일어나는 범죄인데 처벌 수위도 낮아요. 검거되는 사례 자체가 거의 없는데도 감경요소가 대부분 초범이라는 건데요. 보통 걸린 게 처음인 거고 가해자는 이미 수많은 피해자를 발생시킨 경우가 많거든요. 트위터에선 성적인 사진이나 동영상에 대해선 한국 경찰의 수사에 협조하지만, 정작 지인능욕 합성 홍보 글도 자주 올라오는데 이건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이에 대해 트위터 코리아에서는 "비단 성적인 사진이나 동영상 뿐만 아니라 피촬영자의 피해나 그 외 복수를 바라는 문구, 피촬영자와의 연락에 사용할 수 있는 정보 등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고 알려왔다.) 

- 주변에선 "우리 어렸을 땐 아무 생각 없이 불법 촬영물 봤다. 여자들 너무 불쌍해서 나는 요즘은 안 본다"라며 과거를 반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편 최근엔 '안티페미'하는 이대남이 주목 받기도 하죠. 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불 : "당신들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한국 사회의 많은 여성이 말하는 페미니즘과는 다릅니다. 불법촬영에서 자유로운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불안감을 느껴서 공중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여성들도 주변에 매우 많거든요. 모텔이나 호텔을 갈 때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으로서 행복을 누리고 싶다는 것이지 '여성우월주의'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동정을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여기지 않고 인격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하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언론사의 설문조사로는 20대 남성들이 페미니스트는 싫어하지만 여성 혐오적 표현을 조심해야 한다는 설문에는 동의한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페미니즘을 싫다고 말하면서도 그러한 가치는 어느 정도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이것이 20대 남성과 기성세대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N번방 사건에 대해서도 중년 남성인 황교안 전 대표는 '호기심에 들어왔다가 나간 사람에게는 판단을 달리할(신상공개를 꼭 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거나, 허용석 전 후보는 '나는 2번 방인데'라는 유머를 던지기도 했거든요. 20대 남성은 다른 세대와 달리 젠더이슈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사회를 같이 이끌어나가야 할 20대로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관심을 두고 쓸모없는 논쟁으로 서로의 감정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궁극적 목표는 디지털 성범죄 근절

- 올림픽에서 안산 선수에 대한 사이버불링과 백래시가 국제적인 이슈가 됐습니다. 하지만 주변 20대 여성들은 '내가 페미니스트는 아닌데~'라고 운을 띄우면서도 결국엔 페미니즘을 말하고 있는 거 같아요.
단 : "안산 선수처럼 숏컷을 하거나, 성별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는 주장이 극단적인 페미니즘으로 여겨지는 사회죠.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자기결정권이나 성취에 대해서 자유롭게 주장하고 싶어도 '내가 페미니스트는 아닌데'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모순이 발생하는 거 같아요.

10~20대 남성들은 또래 여성들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며 기성세대와는 다르다고 주장하죠. 기성세대도 마찬가지로 페미니즘을 단순히 이상한 이들의 주장이라고 취급해버리기도 해요. 여성들 처지에서 페미니즘은 계급적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실천방법이 다양화되고 누구나 쉽게 논의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 더불어민주당에서 성폭력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고 2차 가해도 일어났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불 : "사실 어떤 정당이 성폭력 문제에서 깨끗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민주당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행보가 있잖아요? 페미니스트로서 목소리를 내오던 변호사였기에 지지자들에겐 대단히 큰 배신으로 다가왔죠.

올해 3월에 서울시장 선거 앞두고 피해자분이 쓴 입장문에서 '저는 자유의지를 가진 인격체로서, 그리고 한 사건의 피해자로서 제 존엄의 회복을 위하여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을 꼭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긴 시련의 시간을 잘 이겨내고 다시 제 자리를 찾았다고, 스스로를 다독여주고 싶습니다'는 내용을 보고 굉장히 마음이 아프면서도 참 단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치적인 발언이라며 2차 가해를 당하는 모습은 안타까웠고요."

- 두 분 앞으로의 계획 있으신가요? 
불 : "궁극적 목표는 디지털 성범죄 근절입니다. 계속해서 할 수 있는 활동을 할 거 같아요. 디지털 성범죄 관련한 강연도 다니고 있거든요. 기자 겸 활동가의 역할을 하다가 나중에 공부해서 다른 분야로도 나갈 수 있을 거 같아요."

단 : "2021년은 취재에 박차를 가한 해였어요. 3월에 텀블벅에서 디지털 성범죄 취재 프로젝트를 열어 4~5개월 정도의 작업을 통해 7월 말에 '우리 다음' 매거진을 후원자분들께 발송해 드렸습니다. '온라인 그루밍', '제2의 N번방이라고 오독된 몸캠 피싱', '다크웹' 등 언론에서 집중 조명하지 않았던 사건을 저희의 시각으로 다뤘고요. 권김현영 활동가와 온라인 그루밍 관련 법을 발의한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인터뷰도 실었고요.

디지털 성범죄를 다루는 활동이 계속되길 바라는 응원과 격려가 많아요. 그래서 저희가 대안 언론으로서 사업자를 내고 제대로 일을 해보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추적단 불꽃'이라는 이름으로 취재와 함께 피해자 지원 활동, 디지털 성범죄 모니터링, 범죄 신고 등의 활동가로서 역할도 함께할 거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더불어민주당 시민기자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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