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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기사에선 분당신도시에 있는 두 개의 공원을 중심으로 도시가 담고 있는 역사에 대해 살펴보았다. 마지막에 소개했던 분당 율동공원에는 다른 볼거리도 많지만 그 공원만의 독특한 명소가 있어 절로 발걸음을 이끌게 한다.

책을 주제로 조성된 이색 테마공간인 책 테마파크란 곳이다. 겉으로 보기에 일반 현대 건축물 같기도 하고, 흡사 미로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과연 어떤 공간일지 들어가 보고 싶게 만든다. 특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의미를 가지고 흥미롭게 돌아볼 수 있다.

우선 공간의 책이라고 해서 책 테마파크 지하에 조성된 구역은 멀티미디어 시청각실, 서적 등이 구비되어 있어 도서관의 역할도 함께 수행하는 듯했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에 좋은 도서관이 있으면 잘 안 보던 책도 절로 읽힐 것 같다. 공간의 책을 나오면 벽면에 훈민정음이 새겨진 한글의 책이 나오고 책 테마파크의 가장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시간의 책 구역에 오게 된다.
 
율동공원내에 위치한 책테마파크는 책을 주제로 다양한 문자와 형상을 벽에 부조로 새겨놓았다.
▲ 율동공원의 책테마파크 율동공원내에 위치한 책테마파크는 책을 주제로 다양한 문자와 형상을 벽에 부조로 새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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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를 따라 길을 걸으며 벽면에 새겨져 있는 독특한 텍스트를 나만의 시각으로 해석해 본다. 인류가 걸어온 역사의 현장을 세계 각국의 문자와 함께 형상으로 그려놓았다. 신화와 고대 역사 이야기와 함께 아톰과 둘리에 이르는 다양한 만화 캐릭터까지 신선했던 느낌으로 다가왔다.

분당의 자연을 즐길 만큼 즐기고 이번에는 서현역 아래에 자리한 정자동으로 이동해보도록 하자. 분당신도시에서 비교적 남쪽에 위치한 정자역 주변은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탄천 옆의 허허벌판이 펼쳐져 있는 시골이었지만 새롭게 주상복합개발을 하게 되었고, 신분당선도 들어오게 되면서 교통의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특히 정자동에는 이른바 카페골목이 조성되어서 근처 주민들은 물론 주변에서 온 젊은 커플들도 종종 찾는 이른바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한 거리가 있다. 주상복합과 오피스텔의 건물 아래층에 연이어 있는 카페들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근사한 분위기로 중무장하여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곤 한다.

특히 카페마다 갖추고 있는 야외 테라스 석은 흡사 유럽의 어느 한 카페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어느 거리나 맛집 골목이 다 비슷하지만 대체적으로 대표적인 한 집의 명성에 힘입어 그 지역이 유명해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

정자동 카페골목의 스타는 헬싱키라는 이름을 가진 카페다. 날 좋은 날 테라스에 가만히 앉아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과 차를 관찰하며 신도시 사람들의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본다. 겉보기론 서울의 청담동 같은 비슷한 느낌이 강하게 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만의 문화가 새롭게 자리 잡을 것이다. 한동안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앞으로 가볼 장소가 남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서둘러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예전에는 단지 책과 종이신문을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본 적이 있었다. 한정된 글자로만 정보를 얻었던 그때는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존중받고 우대했던 시대였다. 하지만 컴퓨터라는 것이 등장하더니 알고 싶은 정보를 손쉽게 클릭 하나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나타났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등장했던 다양한 검색엔진이 있었지만 네이버는 이른바 지식인이라는 것부터 시작하여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맞춤정보 제공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1등 검색 플랫폼으로 지금까지 우뚝 서 있다. 이 네이버 본사가 바로 분당 정자동 지근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린팩토리라고 불리기도 하는 네이버 건물을 보러 굳이 여기까지 가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 건물에는 특별한 도서관이 있어서 한 번쯤 찾아갈 만하다. 네이버 도서관은 회사 로비로 들어가자마자 우측으로 돌아가면 거대한 책장이 눈에 띄는 입구를 만나볼 수 있다.

it, 매거진, 백과사전 등 다양한 장서가 400평의 거대한 공간 속에서 저마다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이 도서관이 가진 최대 장점은 1~2층에 걸친 개방감 있는 공간과 책 사이로 조성한 '그린' 콘셉트의 인테리어다.
  
네이버 본사에는 1층에 도서관을 갖추어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친환경을 주제로 다양한 디자인 서적들을 구비해 인기가 높다.
▲ 네이버 라이브러리의 입구 네이버 본사에는 1층에 도서관을 갖추어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친환경을 주제로 다양한 디자인 서적들을 구비해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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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올라와서 도서관의 전체 모습을 살펴보면 1층 서가 위를 수놓고 있는 초록색의 싱그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서가 위쪽을 녹색 풀로 꾸며 놓아서 잔디밭 위를 거닌 듯하다. 전체적으로 네이버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상을 잘 보여주는 그런 도서관이었다. 네이버 직원들 뿐만 아니라 신분증을 지참한다면 일반 시민들도 둘러볼 수 있게 개방해 놓아서 차후 분당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손색없는 장소가 될 것 같다. 

분당의 문화공간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곧바로 수내동으로 이어진다. 수내동도 분당을 대표하는 번화한 도회지라 할 수 있지만 다른 동네에 비해 차분하고 고요하다. 평범한 동네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이 공간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수 신해철의 음악작업실과 그를 기리는 거리가 있다. 이미 다른 기사 '신해철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이 거리에서'로 한번 다루었기 때문에 기사를 참조하시고, 분당에 오면 꼭 한번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기존 성남의 시가지에서 시작된 발걸음은 분당을 거쳐 판교로 이어진다. 경부고속도로 판교분기점으로 알려졌던 판교지역은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히는 신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고속도로 분기점에서 가깝고 서울 서초, 강남을 비롯해 용산까지 금방 닿을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적극 활용하여 주요 it 기업의 본사가 대거 들어와 있다. 지속 가능한 생태 도시라는 판교신도시의 취지에 맞게 도심의 가운데엔 운중천이 흐르고, 하천을 따라 공원이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다. 

이런 판교에도 예전 고대국가의 흔적이 짙게 남아있었다. 판교신도시 개발을 위하여 택지개발을 하던 도중에 대량의 삼국시대 무덤과 유물이 발굴되었는데, 이를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판교박물관을 건립했다.

역사공원 안에 위치한 판교박물관은 1층에는 발굴된 유물 위주로 전시하고 있다.  지하 1층에는 택지지구에서 옮겨진 백제, 고구려의 돌방무덤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어서 마치 고고학자의 기분이 된 것처럼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교통의 요충지였던 판교지역은 예로 부터 삼국시대의 각축장이었다. 그런만큼 발굴현장에서 고구려, 백제의 고분군이 대량으로 발굴되었는데 그 고분들을 모아서 판교박물관에 모아놓았다.
▲ 판교택지개발을 하며 주요 발굴품을 모아놓은 판교박물관 교통의 요충지였던 판교지역은 예로 부터 삼국시대의 각축장이었다. 그런만큼 발굴현장에서 고구려, 백제의 고분군이 대량으로 발굴되었는데 그 고분들을 모아서 판교박물관에 모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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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판교의 남쪽 백현동에는 분당 시민들도 자주 찾아온다는 카페 골목이 괜찮게 조성되어 있다. 차가 지나지 못하는 보행자 위주의 거리기에 골목은 차분한 편이고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기에 이보다 좋은 장소는 없을 것이라 본다.

성남 답사의 마지막은 우리나라의 it를 이끌어 가는 기업들이 몰려 있는 판교 테크노벨리로 이어진다. 가운데가 뻥 뚫려있는 거대한 규모의 사옥이 인상적인 nc 소프트를 비롯하여 네오위즈, 한글과 컴퓨터, 안랩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기업의 본사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성남의 분당과 판교지역에는 경기도에서 꽤 이름난 카페거리가 두군데 있다. 하나는 정자지역의 카페거리고 하나는 판교의 백현동 카페거리다. 신도시만의 독특한 문화가 녹아들어 있는 장소중 하나다.
▲ 백현동 카페거리의 풍경 성남의 분당과 판교지역에는 경기도에서 꽤 이름난 카페거리가 두군데 있다. 하나는 정자지역의 카페거리고 하나는 판교의 백현동 카페거리다. 신도시만의 독특한 문화가 녹아들어 있는 장소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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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이는 신도시의 인상은 다들 비슷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도시만의 개성이 생기고 앞으로 어떤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갈지 기대가 된다. 성남시에서는 개성 강한 판교와 분당을 아우르는 연결고리를 형성하려고 노력하지만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경기도 신도시의 현재와 미래인 성남을 지나 그 주변의 도시로 떠나보자.
 
판교신도시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it기업의 본사가 몰려있는 판교테크노벨리가 있다. 판교지역은 경부고속도로를 통하여 서울의 주요지점까지 쉽게 갈 수있기에 기업의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 판교 테크노 벨리의 nc소프트 사옥 판교신도시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it기업의 본사가 몰려있는 판교테크노벨리가 있다. 판교지역은 경부고속도로를 통하여 서울의 주요지점까지 쉽게 갈 수있기에 기업의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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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일주일 후 작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ugzm87와 블로그 https://wonmin87.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강연, 취재, 출판 등 문의 사항이 있으시면 ugzm@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글을 쓴 작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시면 탁피디의 여행수다 또는 캡틴플레닛과 세계여행 팟캐스트에서도 찾아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별곡 시리즈는 http://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general_list.aspx?SRS_CD=0000013244에서 연재됩니다.


태그:#경기도, #경기도 여행, #성남, #성남여행, #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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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현재 각종 여행 유명팟케스트와 한국관광공사 등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 경기별곡 1편> <멀고도 가까운 경기도 : 경기별곡2편>, 경기별곡 3편 저자. kbs, mbc, ebs 등 출연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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