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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배달의 OO 주문~!"을 외치는 활기찬 여성의 목소리를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소리는 배달 앱을 통해 식당에 주문이 들어왔을 때 나는 것으로 '사장님한테는 기분 좋은 소리, 직원한테는 곡소리'라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코로나19 이후로 나는 VIP가 되었다. 바로 이 배달 앱의 VIP이다. 월 5회 이상 주문하면 일반회원에서 VIP가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쉴 새 없이 "띵동 배달의 OO 주문"을 외치게 만드는 장본인 중 하나가 바로 나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리뷰 공포증'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배달 수요가 증가하면서 배달 앱의 악성 리뷰로 매출이 급감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장님한테는 기분 좋은 "띵동 배달의 OO 주문~!" 소리가 지금은 어떤지 궁금했다.

배달 앱 악성 리뷰로 고통 받는 사장님들

그래서 만나고 싶었다. 기사 속에만 존재하는 그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무턱대고 대학교 근처의 식당에 찾아갔다. '한 명이라도 응해줄지 몰라' 그런 마음이었다. 간절한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내디뎠다.

"배달 앱의 악성 리뷰에 대한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인터뷰 가능할까요?"

떨리는 순간이다.

"바빠서 어려울 것 같아요."
"인터뷰... 조금 부담스러운데..."


몇 번의 거절을 당하고 나니 다음 가게로 향할 때의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것 같다. 그러던 중 "시간 많이 뺏기는 게 아니라면 가능해요! 이번 주 금요일에 3~4시에 오세요"라는 희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사장님과 마주 앉을 수 있었다. 

인터뷰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진행되었다. 실제로 겪은 악성 리뷰가 있었는지. 그 리뷰를 보았을 때의 심정은 어땠는지. 악성 리뷰로 인해 해당 품목의 주문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들 정도로 영향을 미쳤는지. 악성 리뷰 개선 방향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을 묻고 마지막으로 악성 리뷰 문화가 전반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었으면 좋겠는가로 마무리를 지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배달 앱 사용 점주의 모습입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배달 앱 사용 점주의 모습입니다.
ⓒ 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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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한 두 명의 사장님들은 판매하는 음식의 종류도 다르고, 연령대도 다르고,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인테리어, 말투, 목소리 모든 것이 달랐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인터뷰 속 내용은 같았다.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어려움을 겪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싸우며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두 분 모두 일관되게 말씀하신 내용은 이런 거다.

"악성 리뷰라고 할 건 딱히 없고요. 개인적인 입맛이나 생각이 반영된 리뷰가 조금 어렵죠. 저희 입장에서는 모든 분들이 다 맛있게 드실 순 없잖아요."

"어떤 분은 짜고 또 어떤 분은 양이 적고 많다는 개인에 따른 편차가 있는데 자기 주관적인 생각으로 별 하나를 올리면 새로운 고객분들이 봤을 때 그게 많은 영향을 차지하거든요. 그래서 그럴 땐 좀 답답해요."

"별점이 아예 없어지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거 때문에 더 열심히 하는 것도 있고, 고객분들도 새로 찾을 때 그거(별점) 보고 이제 많이 선택을 하시니까. 그런데 저는 없어졌으면 좋긴 하겠거든요. 사실."

"처음에는 시작할 때 엄청 힘들었거든요. 별점 하나 받는 날은 막 자려고 누워도 잠도 잘 안 오고 불편한 적이 많았어요. 근데 좀 내성이 생겨서 좀 괜찮아졌는데... 고객분들이 너그러워졌으면 좋겠어요. 간혹 사장님만 보이는 댓글로 남겨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사장님들이 공통적으로 답한 단어가 있다. 바로 "내성"이다. 상처에 내성이 생길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했을까.

몇 줄의 리뷰 너머에 사람이 있다

윤여정 배우의 어록이 생각난다. "인생은 버티는 거야." 물론 맞는 말이지만 버티고 버텨서 상처에 내성이 생긴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사회가 아니라 상처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무뎌지지 않도록 서로를 걱정해 주고 배려해 주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물론 리뷰를 어떻게 쓰느냐는 개인의 자유이다. 하지만 개선의 목적으로 쓴 리뷰가 아닌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표출하기 위한 악의적 비난 및 비방의 글은 명확히 구분이 된다.

"띵동 OO의 민족 주문~!"을 듣는 그들의 얼굴은 우리가 길을 지나다니며 볼 수 있는 얼굴이다. 핸드폰 너머에 존재하는 가상의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배달 앱에 적힌 몇 줄의 리뷰가 단지 글일 뿐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속에 고스란히 담긴 다양한 감정을 읽을 수 있다. 그들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면, 걱정이 된다면 그때부터 시작을 하면 된다. 서로를 향한 따뜻한 배려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요즘이다. 

태그:#배달의민족, #인터뷰, #악성리뷰, #리뷰공포증, #배달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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