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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멈추면 타고 있던 승객들이 모두 앞으로 휩쓸린다. 물체에 작용하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급제동'이 걸린 시대. 남녀노소 모두가 외로움을 더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간 열심히 달려온 대한민국에도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는 것일까.

타인과의 연결에서 오던 유대감이 차단된 것이 가장 큰 외로움의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우리는 '비대면 사회'에서 타인과 연결되기 위해 SNS와 같은 온라인 세상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연구팀이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시대의 SNS 이용과 우울감에 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조사 일시 2020년 12월 24일~12월 28일), 코로나 이후 전 연령층에 걸쳐 SNS 사용량이 전과 동일하거나 늘어났다고 응답한 비율은 94%에 육박했다.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일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실제로 SNS로 우울감이나 외로움 해소가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했기 때문.
 
SNS를 통해 외로움을 해소하고 있나요?
 SNS를 통해 외로움을 해소하고 있나요?
ⓒ Pl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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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종식되기 전까지는 그저 외로움을 충분히 달래주지도 못하는 온라인상의 세상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연결 방식에 만족하며 지내야만 하는 것일까? 혹시 우리가 외로움을 해소할 수단을 밖에서만 찾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문제를 일으켰을 때 가졌던 사고방식으로는 그 문제를 풀 수 없다(We cannot solve our problems with the same thinking we used when we created them.)' 천재 물리학자였던 아인슈타인이 남긴 말이다. 인간이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은 맞지만, 해결 수단을 오로지 밖에서만 찾는다면 요즘과 같이 서로 간의 만남이 어려운 시기는 고통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집단적인 외로움은 비단 만남이 끊겨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동안 지나치게 바쁘게 살아온 탓에 돌보지 못한 각자의 내면의 자아가 '나 좀 보살펴 달라'라고 외쳐대는 소리 없는 아우성인지도 모른다.

그간 소외되어 있던 가여운 나 자신을 어떻게 돌볼 수 있을까? 마치 부모가 어린 자녀와 놀아주듯 '혼자 놀기의 달인'이 되어 나 자신과 놀아줘 보는 건 어떨까? 타인과 현실 세계 대신 온라인 세상에서라도 어떻게든 연결되려고 애쓰는 대신, 반대로 나 자신과 연결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늘 외부로 향해 있던 시선을 거두고 나 자신에게 온전히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이 나이 먹고 이런 짓을 하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며, 이럴 시간에 더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잠시 내려놓아 보자.

단지 하루에 1시간이라도, 일주일에 2시간이라도 주변의 모든 것을 차단하고 오롯이 혼자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이 시간을 스스로 성스럽게 여기면 여길수록 좋다. 스마트폰도 잠시 꺼두자. 한두 시간 연락되지 않아도 큰일이 나는 경우는 의외로 거의 없다.

많은 이들의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고 내면의 창조성을 회복시켜준 것으로 유명한 <아티스트 웨이>의 저자 줄리아 카메론은 이와 같은 나 자신과의 소중한 시간을 '아티스트 데이트'라고 불렀다.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 웨이>
ⓒ 송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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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다는 것은 외로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유로움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지만 주변의 시선이라는 '비평가'들이 두려워서 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자유롭게 해볼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해 보자.

나는 나 자신과 놀아주기의 일환으로 그동안 배워보고 싶었던 피아노 학원에 등록하고 3개월째 배우고 있다. 피아노를 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의 주인공처럼 완전 몰입의 상태(The Zone)에 빠지곤 한다. 잘 치려고 애쓰지 않는다. 따라서 조바심도 나지 않고,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다.
 
피아노를 치기 위해 꼭 머리를 감을 필요는 없습니다.
 피아노를 치기 위해 꼭 머리를 감을 필요는 없습니다.
ⓒ 송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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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 달래는 데 꼭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반드시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겨도 좋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기도 해보자.

주말에 하루 종일 누워 있는 것은 누구나 해본 일이지만 모든 생각과 걱정을 잠시 내려두고 오로지 나를 위해 휴식을 제공한 적이 얼마나 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어쩌면 제대로 쉬는 법조차 모르는 상태로 시간만 많아져서 외로운 것인지도 모른다.

쉬는 것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그동안 무겁게 들고 있던 정신적 짐을 잠시만 내려놓고 온전히 쉬는 시간을 갖자. 그래야 다시 짐을 들고 걷기 시작해야 할 때가 왔을 때 더 힘을 낼 수 있을 테니.
 
산책하다가 마주한 동화같은 색감의 풍경
 산책하다가 마주한 동화같은 색감의 풍경
ⓒ 송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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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기억>의 등장인물 '게브'가 늘 하던 말이 있다. '하늘이 무너지는 일은 없다.' 코로나가 아무리 길어지고 삶을 힘겹게 하더라도 하늘이 무너지진 않는다. 우린 늘 그래왔듯 어떻게든 답을 찾아낼 것이다.

주어진 이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슬기롭게 극복하자. 틈틈이 나와의 시간을 갖는 것을 통해 단련한 마음의 근육은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더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기사 작성에 참고한 조사 보고서 출처: https://hrcopinion.co.kr/archives/17482


태그:#나자신돌보기, #혼자놀기, #나자신돌보기, #내면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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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화랑 단남의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으로의 여정을 기록합니다. 이따금씩 글을 쓰고 상담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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