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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선거 이틀 후,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 비위, 추미애와 윤석열 갈등에서 민주당의 오만,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검찰개혁의 등식화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이들 5인방은 민주당 강성 당원이 보낸 비난과 욕설로 가득한 5000통 이상의 문자폭탄에 사실상 제압당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4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자폭탄이 국회의원을 위축시켜 활동공간을 좁게 만든다"면서 강성 지지자들을 비판했다. 이로 인해 조응천 의원도 수천 통의 문자폭탄을 받았지만, 굴하지 않고 계속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친문 의원들은 문자폭탄을 옹호하는 모양새다. 정청래, 박주민, 김용민, 윤건영, 이재정 의원 등은 문자폭탄을 소통 방식 또는 선출직이 감내해야 할 부분으로 평가하면서, 조응천 의원의 행태를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 벌어지는 문자폭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문자폭탄이 수면 위로 올라 온 시기는 2016년 4.13 총선 이전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분당 상황에서 탈당설이 나돌던 국회의원들이 문자폭탄을 받았다. 총선에서 패배하면 당시 문재인 대표의 정치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문자폭탄이 기지개를 켠 시기는 4.13 총선 전 민주당의 공천과정이다. 당시 박영선·이철희 의원은 정청래 의원 등 친문 의원들의 컷오프에 개입했다는 의혹 때문에 수백여 통의 문자폭탄에 시달렸다. 2017년 5.9 대선 국면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현 경기지사를 지지하는 인사들이 무차별적 문자폭탄을 받았다. 문자폭탄의 정점은 '조국 사태'다. 당시 조국 법무부장관 부부에게 부정적인 의사를 피력한 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의원 등이 단일대오 이탈 죄목으로 문자폭탄에 시달렸다. 문자폭탄의 주체는 민주당 강성당원이면, 목적은 문재인 수호와 친문 수호이다.

문자폭탄에 관한 평가는 엇갈린다. 친문 의원들은 긍정적 평가를 한다. 그러나 비주류 의원들은 정권에 부정적 영향부터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까지 대부분 부정적이다.

누구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 자유의 개념에 대입해 보면 해답이 나온다고 본다. 자유는 공동체와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다. 이러한 자유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하나는 공포를 느끼지 않아야 한다. 행위자가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행동을 방해하기 위해 위협을 가하는 상황이면 자유롭지 않다.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의 서재 문을 잠그거나, 서재 밖에 총을 쏠 사람이 배치되어 있으면 자유롭지 않다는 의미다. 다른 하나는 행위자가 바라든 그렇지 않든 행동을 강요하는 상황이다. 원팀을 강요하거나 기립박수 내지 거수로 지지를 표명하는 행위는 일치의 강요이므로 자유와 양립될 수 없다.

먼저 문자폭탄이 공포를 조장하는 위협 수준인가? 4월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조응천 의원은 "문자폭탄에 끙끙 앓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의원들이 많다"라고 호소했다. 5월 3일 CBS라디오 '김종대의 뉴스 업'에서 조응천 의원의 보좌관은 "문자폭탄은 공포스럽다"고 했다. 문자폭탄이 위협으로 다가오고 공포를 조장하고 있으므로, 자유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문자폭탄이 선택을 강요하는가? 4.7 재보궐선거 패인 중 하나로 '조국 사태'를 지적했던 장경태 의원은 결국 당원의 문자폭탄에 무릎을 꿇었다. 4월 15일 "당원의 말씀이 맞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4월 15일 민주당 초선의원들의 쇄신안에 스스로 4.7 보궐선거의 패인으로 지적했던 '조국 사태'는 빠져 있다. 4월 9일 '조국 사태'를 패인으로 지적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강성당원들이 문자폭탄으로 이들 초선의원에게 자신과 의견일치를 강요했으므로 자유의 부재로 볼 수 있다.

문자폭탄을 옹호하는 측은 국회의원이 정당 소속이므로, 당원의 의사를 수렴해야 하는 등 개인의 자유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국회의원이 정당 소속임은 분명하나, 당원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의 주권 기관이다. 따라서 정당의 이념과 노선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여 활동하는 게 정당성을 가진다. 당원으로 따져도 2000~3000명에 달하는 문자폭탄 세력이 민주당을 대표한다고 할 수 없다. 2021년 4월 현재 민주당 당원은 약 410만 명이며, 이들 중 1년에 6회 이상 당비를 내 5.2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권리당원이 약 70만 명이기 때문이다.

자유를 속박하고, 정당정치에 배치되며, 국민의 대표권을 위협하는 문자폭탄은 지양돼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에서 내놓은 방법, 즉 'SNS 윤리강령' 제정이 공수표가 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양념'에서 '정제'로 변화한 문자폭탄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 변화도 긍정적 신호로 해석해볼 만하다.

태그:#문자폭탄, #조응천의원, #정청래의원, #박주민의원, #윤건영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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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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