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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군에는 과거 오지마을로 알려졌던 비수구미 마을이 있다. 비수구미는 파로호로 흘러드는 북한강의 상류에 있는데, 예전에는 마을로 가려면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 배를 타고 가는 것이었다.

이런 모습은 흡사 영월 청령포를 떠올리게 하는데, 육지 속의 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물론 지금이야 해산령에서 비수구미 마을까지 이어진 생태길이 있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오지의 이미지는 아니며, 근래에는 트레킹 코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 장소다.
 
해산령 쉼터에 주차 후 입구를 지나 6km 가량 걸어가야 한다.
▲ 화천 비수구미 가는 길 입구 해산령 쉼터에 주차 후 입구를 지나 6km 가량 걸어가야 한다.
ⓒ 김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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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비수구미로 가는 길의 정석은 해산령 터널을 지나 있는 쉼터(강원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 산11-17)에 주차 후 맞은편에 비수구미로 가는 입구가 있다. 차량의 경우 철문으로 통제하고 있지만, 사람 쪽 출입구는 상시 개방되어 있다. 참고로 마을 주민이 아닌 이상 마을까지의 차량 통행은 어려우며, 해산령 쉼터에서 비수구미까지 왕복할 경우 대략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비수구미 생태길을 따라 마을까지 갈 수 있다.
▲ 비수구미로 가는 길 비수구미 생태길을 따라 마을까지 갈 수 있다.
ⓒ 김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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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비수구미 일대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정해진 길 이외에 출입은 금지되어 있다. 입구를 들어선 뒤에는 비수구미 생태길을 따라 마을까지 갈 수 있으며, 마을에 도착하면 하천에 있는 현수교가 눈에 띈다. 현수교로 가까이 가면 '비소고미금산동표'의 이정표를 만날 수 있는데, 해당 금표는 이정표의 맞은편 절벽 아래에 안내문이 세워져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은 편이다.
 
해당 금표의 경우 맞은편에 안내문이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 현수교와 비소고미금산동표 해당 금표의 경우 맞은편에 안내문이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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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금표는 안내문의 앞쪽에 있는 바위에 '비소고미금산동표(非所古未禁山東標)'가 새겨져 있다. 그런데 최초 발견되었을 때와 비교해보면 글자의 마멸이 일부 진행이 되었는데, 그 이유는 비가 많이 올 경우 계곡의 물이 차서 하천변에 있는 금표가 물에 잠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금표를 보고자 한다면 장마철이나 비가 많이 오는 날은 피해서 가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비소고미금산동표'는 어떤 목적의 금표일까?
 
안내문 앞쪽에 있는 바위에 명문이 새겨져 있다.
▲ 비소고미금산동표의 안내문 안내문 앞쪽에 있는 바위에 명문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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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명문 중 '비소고미(非所古未)'는 비수구미의 옛 명칭으로 추정되며, 금산(禁山)은 어떠한 목적에 의해 나무의 벌채를 금지했던 산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동표(東標)는 동쪽에 새겼다는 의미로, 여기서는 금산의 범위와 관련이 있다. 즉 비소고미 일대는 어떤 목적으로 사용된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금산으로 지정되었고, 동쪽의 경계에 세운 것을 의미한다.

한편 비소고미 일대가 어떤 목적의 금산이었는지는 <신증동국여지승람>의 낭천현(狼川縣, 옛 화천군)의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해당 기록 중 <대동지지>에는 황장봉산(黃腸封山)과 관련해 "하나는 서로 30리에 있고, 또 하나는 동북으로 40리에 있다"라고 적고 있다.

이를 통해 비소고미금산동표는 위의 기록에 언급된 황장봉산의 동쪽 경계에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해당 금표는 황장목을 보호하기 위한 황장금표인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비소고미금산동표(非所古未禁山東標)’가 새겨져 있다.
▲ 화천 동천 황장금표 ‘비소고미금산동표(非所古未禁山東標)’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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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황장목(黃腸木)은 금강송이라 불리는 나무로, 조선시대에는 주로 왕의 관인 재궁(梓宮)과 궁궐 등을 짓는 데 사용했다. 그랬기에 소나무가 많이 자생하는 강원도와 경상북도 북부 지역에서 황장금표가 집중적으로 확인된다.

현재까지 확인된 황장금표는 ▲ 울진 소광리 황장금표와 소광 황장봉산 동계표석 ▲ 삼척 사금산 금표 ▲ 강릉 도진산 금표 ▲ 치악산 황장금표 3기 ▲ 인제 한계 황장금표 ▲ 평창 평안 봉산동계 표석 ▲ 영월 사자산 황장금표와 영월 두산리 황장금표비 등이다.

현재 비수구미에 있는 '비소고미금산동표'는 산림청에서 지정하는 산림문화자산(2014-0002)으로, 공식 명칭은 '화천 동천 황장금표'다. 이처럼 트레킹 명소로 잘 알려진 화천 비수구미에는 과거 산림문화를 엿볼 수 있는 '비소고미금산동표'가 있지만 대부분은 무심히 지나치는 현장이다.

하지만 해당 금표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자 과거 황장봉산으로 지정된 비수구미 일대의 역사를 잘 보여주는 흔적이다. 혹 비수구미를 방문하실 계획이 있다면 주목해보실 것을 권해드린다.

태그:#화천 비수구미, #비수구미 가는 길, #비소고미금산동표, #화천 동천 황장금표, #황장금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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