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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들어보이고 있다.
 서울 성동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들어보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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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을 받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61.4%로서 지난 3월 조사에 비해 6.6%p가 감소하였다. 반면, 접종을 받은 사람이 주변에 추천하기로 했다는 비율은 89.5%로 지난번 조사에 비해 5.1%p 상승하였다.

5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중 일부다(한국리서치가 4월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 신뢰수준은 95%, 오차범위는 ±3.1% 수준).

대다수 언론이 주목하고 제목으로 뽑은 것은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겠다고 응답한 비율이었다. 5일 기준 총 353만 명이 백신 접종을 마친 가운데 무려 3명 중 1명이 백신 접종에 부정적이란 여론은 우려를 자아낼 만했다. 거기에 3월에 비해 6.6%p가 감소했다니, 61.4%란 수치만큼이나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 눈길을 더 끈 것은 그 다음 수치였다. 접종을 마친 이들 중 89.5%가 주변에 백신 접종을 추천하기로 했다는 조사 결과 말이다. 예방접종을 받겠다고 응답한 61.4%에 주목한 다수 언론은 이를 외면하다시피 했다. 이전 조사에 비해 5.1%p가 상승했는데도 말이다.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국민 3명 중 1명이 백신 접종에 주저하거나 부정적이다. 반면 백신 접종을 마친 이들 10명 중 9명은 추천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아득한 간극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단서는 조사 결과에 버젓이 드러나 있었다.

'백신 불안' 언론보도의 결과
 
국민들은 백신 관련 정보를 언론 보도(79.1%)와 정부의 발표(66.8%, 중복응답)를 통해 얻으며, 백신 관련 허위 조작정보의 폐해가 심각(69.4%)하다고 응답하였다.
(해당 코로나19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중에서)

80%에 육박하는 국민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백신 관련 정보를 얻는다고 답했다. 국민 대다수가 정부 발표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언론 보도는 어땠나. 백신 수급에 차질이 없다는 정부의 일관된 발표와 달리 하루가 멀다 하고 '백신 불안'을 부추기는 기사들이 난무했던 게 사실이다. 물론, 언론보도나 정부발표 중 실제 '백신 관련 조작정보'의 비중을 수치화하긴 어렵다. 다만, 70%에 가까운 국민들이 '허위 조작 정보'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점은 심각하다.

국민들 대부분은 언론보도를 포털에서 소비하고, 그나마도 제목만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기사들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파된다. 중앙사고수습본부 홈페이지 등 백신 접종을 포함해 코로나19 관련 정부 발표를 직접 확인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조사 결과에서 볼 수 있듯, 백신 접종에 불신을 나타낸 3분의 1의 국민들 대다수가 백신 불안을 조장해온 언론 보도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 않을까. 선정적이고 과장된,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정보나 기사가 많을수록 다수 국민들이 백신 불안을 느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방역 대책이나 백신 접종 현황에 대해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는지 묻는 문항의 답변에서 긍부정이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항목별로 '충분한 현재의 방역대책 정보제공'(55.2%), '충분한 거리두기 단계별 구체적 실천수칙 정보제공'(54.4%), '충분하지 않은 백신정보 제공'(58.9%), '충분하지 않은 접종정보 제공'(62.2%) 수치를 보라.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초기, 정부의 거리두기 방역 수칙이나 마스크 착용 지침 등은 가히 캠페인 수준으로 전달된 바 있다. 외신들이 앞 다퉈 정부의 투명성과 국민들의 소통 및 협력을 상찬할 정도였다.

반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후로는 정부의 백신 확보 물량부터 백신 종류, 백신 접종률은 물론 접종 후 부작용 사례까지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불안을 가중시키는 논조가 계속되는 중이다. 그 중엔 물론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사례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상식적인 질문
 
취재는 제대로 하고 써야할 텐데(...). 백신 전문가들에게 제대로 물어보았어도 이런 기사는 못 썼을 텐데... 진짜 도가 지나치거나 무식하거나. 
(2일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 페이스북 글 중에서)

2일 이재갑 교수가 <국산 코로나백신 죄다 헛발질? 개발비용 회수 어려울 수도>란 기사를 공유하며 내뱉은 한탄이다. 해당 기사에 대해 이 교수는 국내 백신 임상 시험의 현황을 소개하며 "고생하고 있는 (백신) 개발자 분들도 분노하게 할 만한 기사"라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기사가 "쓰레기 취급"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외에 단백질합성 백신 등 국내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개발 진행 상황이나 임상시험 현황을 짧게 언급하며 향후 전망이 밝다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대체로 이런 식이다. 백신 불안을 조장하는 것은 기본이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백신 접종 후 사망' 보도가 연일 포털 메인을 장식 중이다. 이쯤 되면, 국민 3명 중 1명이 백신 접종을 머뭇거리는 것도 납득이 갈 만하지 않은가.

코로나19 자체가 혈전 유발 확률을 심각하게 높인다는 미 혈전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한 최근 CNN 보도를 소개한 언론은 극히 일부였다. 경제 분야도 마찬가지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효과적인 코로나19 방역정책을 통해 한국이 G20 선진국 중 역성장을 최소화(GDP 1% 감소)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Mountains after Mountains: Korea is Containing COVID-19 and Looking Ahead')했다는 소식 역시 대부분 언론이 단신으로 보도하는데 그쳤다.
 
ⓒ 기자협회보
 
이와 관련, 최근 <기자협회보>에 <코로나 백신에 대한 확신과 의심 그리고 미신>이란 글을 기고한 김원장 KBS 방콕특파원은 "우리 언론에선 과학적 통계 대신 '사망'이나 '전신마비' 같은 무서운 제목이 먼저 등장한다"며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고, 대신 언론사는 '조회수'를 가져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기고문을 보충한 페이스북 글을 통해 김 기자는 동료 기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빌게이츠 등 억만장자 8명이 미세 마이크로칩이 들어있는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렸다고 믿는 미국인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바로잡지 않으면 어리석은 믿음은 여론이 됩니다. 그 여론은 정치가 되고 정치가 과학을 이기면 국민은 불행해집니다. 우리 언론은 과연 이 역할을 잘하고 있는 것일까.

시골의 노모께서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걱정하십니다. '백신을 맞고 너무 많이 죽는다'며 성당 친구분들 상당수가 접종을 안 하기로 했답니다. '노인들은 백신을 맞는 게 안 맞는 것보다 분명하게 더 좋아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문득 '백신 죽음'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들이 정작 자신들의 부모님의 백신 접종은 말리는지 궁금합니다.
(김원장 특파원 페이스북 글 중에서)

태그:#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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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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