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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에 이만교 선생의 <글쓰기 공작소 실전편>이 나오자마자 주문을 한 후 읽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 때문이 아니라 곁에 두고 수시로 꺼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책을 중간쯤 읽다가 예전에 읽었던 <개구리를 위한 글쓰기 공작소>를 다시 꺼내 읽기도 했다. <글쓰기 공작소> 시리즈는 현재 총 3권으로 출간되었다.

이만교 선생의 <글쓰기 공작소> 시리즈는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서 삶을 관통하는 철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다. 단순하게 문장의 문법이나 소설 쓰는 기법을 가르치는 교재가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서툰 사람을 위한 강의를 할 때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를 교재로 사용했다.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표현하지 못했던 사람이 일 년 정도의 공부 후에 누가 읽어도 내용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혹은 나는, 오늘은, 그래서, 그러니까 등이 난무하는 문장을 구사하던 사람도 명료한 문장을 쓸 수 있었다.

천천히 생각해서 쓰는 문장은 제법 잘 쓰는 편인데, 말로 할 때 거칠거나 상투적인 단어로 말하는 사람을 위한 강의를 할 때엔 <개구리를 위한 글쓰기 공작소>를 교재로 사용했다. 우리의 생각언어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소상하게 이야기하는 책을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며 표현언어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었다.
 
지금 사용하는 생각문장보다
더 나은 생각문장이
존재한다.

가장 최근에 출간된 <글쓰기 공작소 실전편>은 철학과 과학과 글쓰기가 융합된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인간에게 의지가 존재하는가? 뇌의 인지가 전기적인 신호라면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해야 하는가?
 
첫째, 인간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만 좇는 이기적인 존재가 결코 아니다. 자신에게 도움되지 않는 행동을 할 때도 많다. 즉,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을 때가 많다.
둘째, 인간은 해야 한다는 걸 잘 알면서도 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는 반드시 그럴 만한 자연스러운 구체적 점화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셋째, 인간은 자기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정밀한 반응체로, 자신의 행동은 자기 안팎의 다양한 점화 자극의 영향에 따른 매우 정밀하고 섬세하고 정확하고 자연스럽고 당연한 반응이다.
넷째, 인간은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지, 그 행동을 취하기 0.3-0.7초쯤 전까지는 결코 알지 못한다.
다섯째, 한 인간을 더 멋진 인간으로 이끄는 자기 안의 순수한 자유의지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지를 일으키는 무수한 점화들은 언제든 가능하다. - p23

인간이 이기적인 존재라는 사실도 다른 각도로 생각해보게 해준다. 인간이 이기적이라면 몸에 안 좋은 술을 과하게 마시거나, 살이 과도하게 찌면 자신의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술을 과하게 마시고 과식을 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만교 <글쓰기 공작소 실전편>
 이만교 <글쓰기 공작소 실전편>
ⓒ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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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도 진화하고 언어도 진화한다. 앞으로 더 진화할 것이다. 글쓰기란 이러한 진화 과정의 최전선에 참전하는 일이다. 솜사탕 같은 구름, 이라는 표현은 처음 사용할 땐 매우 참신한 표현이었을 테지만 이제는 누구나 사용하는 흔해빠진 표현이다. 팝콘 같은 라일락 꽃, 이라는 표현 역시 누군가 사용하기 전에는 참신했지만, 이미 어느 시인이 쓴 것을 사용하면 무지한 표절일 뿐이다. -55p

흔히 상투적인 표현이나 통념적인 언어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쩔어, 꼰대, 헐, 미쳤어 등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들이 새로운 생각언어가 움틀 자리를 빼앗고 있지는 않은지도 말이다. 더 나은 문장을 쓰기 위해 책을 읽고, 사색하고, 표현해보는 글쓰기는 자신에게 주는 선물과 같다. 저자는 현대인은 자기만의 생각문장 없이는 살 수 없다고도 한다.
 
사람은 생각이 변할 때 비로소 변한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면 결코 변하지 않는다. 하나의 또 다른 생각을 떠올릴 때마다 우리는 이제까지와는 또 다른 사람이 된다. 우리가 쉼 없이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는 것은 쉼 없이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려는 창작의 과정이다. 알고 보면 천재들의 직관과 영감 역시 그 스스로 쉼 없이 떠올린 생각 중의 하나일 뿐이다. 예술가만 아니라, 과학자의 유레카나 사업가의 발명도 다만 그 사람의 첫 생각문장의 일종일 뿐이었다. -135-136p

<글쓰기 공작소>에서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는 바로 변화이다.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과 긍정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사람에게 자신만의 생각언어를 바꾸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매일 똑같은 언어 속에서 살고 있으면서 변화를 꿈꾸기보다 새로운 언어를 찾아서 즐거운 여행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작가를 꿈꾸는 사람뿐 아니라 변화를 원하는 사람에게도 많은 울림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브런치에도 중복 게재했습니다. https://brunch.co.kr/@yoodluffy/140


생각을 문장으로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 실전편

이만교 (지은이), 현대문학(2020)


태그:#이만교, #이만교 작가, #글쓰기 공작소, #생각언어,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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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회사에 다니고 주말에 글을 쓰는 주말작가입니다.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좋은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https://brunch.co.kr/@yoodluf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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