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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부터 화장품 용기에 재활용 등급이 표시된다. 재활용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해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표시'가 도입된 지 2년 3개월 만이다.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표시에 따라 용기에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표시해야 하는데 화장품 용기는 표시를 면제하려해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3개월간 시민들은 표시 면제를 반대하는 목소리 냈고 결국 재활용 어려움 등급 화장품 용기도 표시를 해야 한다. 재활용도 안되는 용기를 생산하는 기업의 책임을 묻고 형평성 있는 정책 시행을 요구해 온 시민들의 이뤄낸 성과다. 다만 재활용 등급 표시는 재활용이 안되는 용기의 재질 개선을 위한 수단일 뿐, 재활용 문제를 개선 하기 위한 남은 과제들은 이제 화장품 업계가 응답해야 한다.[기자말]
불과 3개월 전이다. 화장품 용기 90%가 재활용이 어렵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놀랐다. 그동안 분리배출은 왜 한 것일까. 배신감이 들었다. 그런데 시민들의 분노를 촉발시킨 것은 환경부와 화장품업계가 자발적 협약을 맺어 화장품 용기만 재활용 등급 표시를 예외해준다는 사실이었다. 

시민들은 쌓여가는 쓰레기를 보며 마음이 무겁고 불편해 비닐 한 장 덜 쓰려고 노력하고, 분리배출을 철저히 해 재활용이 되도록 노력한다. 그런데 애초에 재활용도 되지 않는 제품을 만들면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래서 생산단계에서 재활용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최근 기업들이 ESG 경영을 선언함으로서 친환경 가치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화장품 업계는 재활용도 되지 않는 제품을 만들면서 '재활용 어려움' 표시 조차 안하겠다는 입장이었고, 환경부는 이를 수용해 협의를 해준 상태였다.  

시민들의 직접행동 

시민들은 재활용 등급 표시에 있어 화장품은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목소리를 내며 행동했다. 소비자의 알권리 침해, 정확한 정보 제공 회피, 다른 업계와의 형평성 문제로 화장품 용기도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환경부의 행정예고를 확인해 국민생각함을 통해 직접 의견을 전달했다. 국민생각함 전자공청회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정책소통공간으로, 정부 정책을 게시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2020년 12월 16일,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표시 및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고시' 제정안 재행정예고 된 후 시민들은 427건의 의견을 냈다. 2021년 2월 24일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표시 기준' 고시 일부개정(안) 행정예고에 762건의 의견을 전달했다. 온라인 서명에도 7500여 명이 참여해 화장품 용기에 대해서만 예외를 적용한다는 것이 불공정하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2월부터는 화장품 빈용기 수거로 화장품 어택 캠페인을 함께 하며 많은 시민들이 동참했다. 불과 2주 만에 전국 88곳의 상점(무포장가게, 동네책방, 생협, 공방, 카페 등)에서 화장품 용기가 모아지기 시작했다. 가까운 수거 거점에 직접 전달하기도 하고, 10개 이상 용기가 모아진 경우는 택배로 전달했다. 

"'의성 쓰레기산'으로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학생입니다. 화장품 어택 게시글을 보고 집에 있는 용기를 모으고,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있는 용기를 주워와 깨끗이 씻어 담았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저도 목소리를 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제로웨이스트 카페에서 공지글을 보고 화장품 어택 참여합니다. 캠페인 앞장서 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장품 어택 참여합니다.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화장품 빈용기가 수거된 전국의 상점들.
 화장품 빈용기가 수거된 전국의 상점들.
ⓒ 화장품어택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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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상점에서 화장품 어택 캠페인에 참여해 직접 화장품 빈용기를 수거하고 있다. 광주 송정마을카페이공(이로운 공간)에서 직접 수거중이다.
 전국 상점에서 화장품 어택 캠페인에 참여해 직접 화장품 빈용기를 수거하고 있다. 광주 송정마을카페이공(이로운 공간)에서 직접 수거중이다.
ⓒ 송정마을카페이공(이로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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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수거된 화장품 빈용기는 2월 25일, 화장품회사 앞에 뿌려졌다. 전국 88곳의 상점에서 수거된 8000여 개, 370KG에 달하는 화장품 빈용기들은 그동안 재활용 선별장에서 재활용되지 않던, 아니 재활용 선별 과정에 민폐만 끼치는 용기들이다. 재활용이 안 되는 용기를 사용하며 죄책감을 느끼는 전국의 시민들은 화장품 어택을 통해 화장품업계와 환경부에 화장품 재활용 문제 개선을 촉구했다. 

환경부는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표시 기준'에서 화장품 용기에 대해 재활용 평가 등급 적용 예외를 철회해야 하며, 화장품업계는 재질과 구조를 변경해 지속가능한 포장재로 변경해야 한다는 '화장품 용기 재활용 문제' 개선을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다. 
 
2월 25일, LG생활건강 본사앞에서 화장품어택이 진행되었다.
 2월 25일, LG생활건강 본사앞에서 화장품어택이 진행되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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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어택을 통해 재활용이 안되는 화장품 용기에 대한 생산자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화장품어택을 통해 재활용이 안되는 화장품 용기에 대한 생산자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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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환경부는 조건부 역회수를 전제로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예외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화장품업계는 예외 적용받으려 했던 재활용 어려움 등급 용기에 이를 표시하게 되었다. 현재 화장품 용기 회수율 목표치에 따른 별도 회수, 재활용 체계의 구축, 운영 계획을 제출한 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표시 기준
제5조(평가결과 표시의 적용예외) 
3.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은 포장재 중 제품의 기능에 장애 발생 등이 우려되어 재질·구조 변경이 어려운 경우로서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경우

    다. 의무생산자가 자체 회수 체계 등을 갖춰 포장재의 회수율이 2023년까지 15%, 2025년까지 30%, 2030년까지 70%를 충족할 수 있다고 환경부장관이 인정한 경우
 

이번 재활용 어려움 표시 예외 적용 논란을 계기로 시민들은 화장품 용기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분리배출 표시가 되어있지만 재활용이 되지 않아 예쁜 쓰레기로 버려졌던, 화려함 뒤에 감춰진 민낯을 확인했다. 시민들이 직접 행동하고 목소리를 낸 결과, 자발적협약으로 포장재 등급 표시를 예외 적용 하려던 것을 중단시키는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생산자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부, 정책 신뢰도 향상을 위한 노력 필요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서 환경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화장품 업계와의 자발적협약으로 표시 예외 적용을 하려 했던 것은 특혜 논란으로 불거졌다. 환경부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동안 법적 구속력 없는 자발적 협약을 맺으며 보여주기식 행정을 반복하는 행태를 드러냈다. 이미 자발적협약은 환경적 효과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되어 왔다. 

강하고 분명한 환경적 효과가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직접 규제 등의 비자발적 수단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자발적협약은 기존 정책의 빈틈을 메우거나 보완적인 수단으로 보는것이 적절하다. 자발적협약에서는 강제성이 부여되지 않아 실행력의 한계가 있다는 것은 여러 차례 경험한 적 있다. 

환경부는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표시' 정책의 목표를 점검해 조건부 면제 조항은 삭제 해야 하며, 역회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화장품 업계, 변화 가능한 계획 세우고 실행해야

화장품 업계는 이제 현실을 직시하고, 재활용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동안 재활용도 안 되는 용기를 생산하며 지속가능성, 친환경을 내세워 마케팅을 해왔던 겉만 화려했던 화장품 업계의 실체를 시민들은 확인했다. 시민들은 화장품 업계의 행동을 예의주시하며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화장품 업계는 실질적 변화를 만드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지난 1월, 화장품 업계가 발표한 2030 화장품 플라스틱 이니셔티브 선언에 따른 구체적 실행 계획이 제시 되어야 한다. 재활용 어려움 제품 100% 제거, 석유기반 플라스틱 사용 30% 감소, 리필 활성화, 판매한 용기의 자체 회수 노력 등을 위해 연도별, 단계별 실행계획이 제시되고, 시민들에게 공유되어야 한다. 이니셔티브 선언에 참여하지 않은 화장품 회사들은 별도의 계획을 발표하거나 이니셔티브에 동참해 화장품 업계의 실질적 변화를 만드는 데 함께 해야 한다. 

전 세계가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과제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곳이 기업이다. 순환경제 패러다임이 도입된 지가 수년 전인데 화장품업계는 아직도 제자리 걸음이다.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생산단계부터 적용해야 하며 화장품업계는 포장재 감축부터 이행해야 한다. 화장품 용기의 과대포장 문제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용기의 무게가 내용물 크림의 약 5배에 이르거나, 용기 두께가 제품의 약 30% 내외에 이르기도 한다. 화장품의 과대포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겹겹이 둘러싼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는 것, 고체화 등을 통해 포장재 없는 제품을 만들어야 플라스틱  포장재 감량을 할 수 있다.  

포장재 등급 표시는 재활용 정책 개선의 시작일 뿐

재활용 어려움 90% 화장품 용기의 재질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화장품 용기는 다양한 첨가제 사용, 복잡한 구조, 복합재질, 내용물 잔존 등의 이유로 재활용이 어렵다. 여러가지 플라스틱이 섞인 OTHER 재질이나  PET-G 재질은 재활용이 어렵다. 생산 단계에서 재활용이 쉽도록 재질과 구조를 변경해야 한다. 

화장품 업계는 실효성 있는 공병 회수 체계 갖춰야한다. 선별장에서 재활용을 방해하지 않으려면 별도로 회수해야 한다. 최근 온라인몰의 판매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한다면 회수 지점을 다양화 해야 한다. 소비자가 화장품 용기를 쉽게 반납할 수 있는 판매점(해당 브랜드숍 뿐 아니라, 대형유통, H&B스토어 등)이 곳곳에 존재하고 판매점의 공병 수거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구조가 단순하고 크기가 큰 샴푸, 린스 같은 바디제품은 재활용이 용이한 재질로 변경해 분리배출 원칙에 따라 재활용 체계에서 수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마트에 설치된 플라스틱 회수함. 화장품브랜드숍 외에도 대형유통마트, H&B스토어 등이 참여해 화장품 용기를 수거해야 회수율을 높일 수 있다.
 이마트에 설치된 플라스틱 회수함. 화장품브랜드숍 외에도 대형유통마트, H&B스토어 등이 참여해 화장품 용기를 수거해야 회수율을 높일 수 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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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업계는 자원순환을 위한 '리필 재사용'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개인의 실천을 넘어서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화장품 업계는 대용량 단위의 리필제품의 개발과 보급해야 한다. 용기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세척, 건조, 살균하기가 쉽고, 내용물 리필이 편리한 용기를 개발하고 보급해야 한다. 또한 재사용 품목을 다양화해야한다. 
 
아모레 리필스테이션에서 사용되는 리필용기. 입구가 커서 세척이 용이하다.
 아모레 리필스테이션에서 사용되는 리필용기. 입구가 커서 세척이 용이하다.
ⓒ 아모레퍼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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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서 시민들은 더 이상 개인의 실천에 머무르지 않는다. 산업과 행정에 변화를 요구하고, 행동한다. 통조림 뚜껑을 만들지 않게 한 것도, 음료 빨대를 없앤 것도 시민들이 만든 변화다. 재활용 어려움 표시 적용도 그러하다. 환경인식이 높아진 시민들이 많아질수록 긍적적인 변화들은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 '화장품 어택 시민행동'은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 문제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행동하는 시민과 시민단체의 연대단체입니다. 

<함께 하는 단체> 녹색미래,녹색연합,인천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알맹상점, 네이버카페 제로웨이스트홈,매거진쓸
<화장품 용기 수거 상점(전국 108곳)> 알맹상점,소중한모든것,숲을공방,핸드메이드라이프,천연제작소,핸드메이드라이프,송포어스,오늘가게,에르마나스_이너피스,늘미곡,가치상점,송정마을카페이공(이로운공간),레드문래,타예르셀바,Dear.eco (제로웨이스트샵),솝리필스테이션,모두의부엌,비건카페 달냥,유민얼랏,홀썸,동그라미리필러리,지구별가게 노형점/ 지구별가게 서호점,책봄,내일상회,덕분애 제로웨이스트샵,소로소로 게스트하우스 (카페 공간),더커먼,도꼬마리,낯설여관 204호,페이퍼넛츠,허그어웨일,더쓸모협동조합,길위의청년학교,책방시점,더쓸모협동조합,심플소요,대안생활 공기,달팽이가게,미바드래프트,지구수호대 청라본점,노플라스틱카페,나나랩,든든돌봄센터,매일이 다르다,한살림진해매장활동실,방배살롱,코뿔소책방,지구상점,해밀당,청주 제로웨이스트 <마당>,상계9동주민자치회with노원지기,이지구,베르+엄마의신비한책방,밀양시종합사회복지관,더 피커,카페 트랜스 (cafe TRANS-),지구에티켓,까페여름,반달서림,새천년 건강한 약국, 잘 익은 언어들,리더스종합약국,송천미소약국,담쟁이,책방토닥토닥,서점카프카,풀동네 커피랩,라므아르,느릿느린커피,책방심다,플랜티카,바늘소녀 공작소, Wasteupso: The Zero Waste Shop,블루보트 게스트하우스 전주점,인더로우,코끼리가는길,카페오푸스,전주퍼스트짐,뉴욕요가필라테스/조이필라테스,조이필라테스평화점,(주)마켓발견,다빈나,순환지구,쑥 (SSUK),바소랩,다즈네일,온타임 공방,마산YMCA,은영상점,무해공간,생명살림터 올리(충주YWCA),지구맑음,옷가게 마스터피스,피자스쿨대구지산점,가사리생태교육관,1.5℃(일점오도씨),All바른상점,책방열음,광안세탁소,YSP LAB & 카페,행복중심생협 방학매장,참교육학부모회 동북부지회,성북마더센터 맘콩카페,선택지,수원시기후변화체험교육관 두드림,자주적관람,KT 가빈정 대림시장점,협동조합 아리송 담아가게.


태그:#화장품어택, #화장품 재활용, #탈플라스틱, #화장품 역회수, #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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