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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제46조, 같은 법 제65조, 인사청문회법 제2조를 종합하면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공직은 57개다. 이들 중 국회의 임명 동의가 필요한 곳은 23개이며, 청문회만 진행되는 곳은 34개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부터 문재인 정권 이전까지 인사청문회는 도덕성과 능력의 검증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 특히 현 정권 들어 인사청문회의 허점을 이용하는 행태가 급증하고 있다.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공직자를 임명해 버린다. 인사청문회법 제6조 3~4항, 즉 인사청문회만 진행되는 34개의 자리에서 그러했다. 4.15총선에서 민주당 계열이 3/5 의석을 차지한 이후부터는 단독으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해 버린다. 법치의 퇴보라 칭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4.15 총선 이전 문재인 대통령의 장관급 인사는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불발 →대통령의 임명 강행이 되풀이되었다. 총 24명의 공직자가 이런 형식으로 임명되었다. 인사청문회법을 보면 국회는 임명동의안등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그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6조 2항). 그렇지 못하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재송부를 요청하고(3항), 국회가 그 기간 내에 제출하지 않으면 공직자를 임명할 수 있다(4항).

여기서 10일은 야당에 숙고의, 대통령과 여당에 설득의 기간이다. 협치라는 민주주의의 운영원리를 지키라는 의미다. 그래도 안 되면, 인사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대통령의 공직자 임명을 허락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준 시간은 평균 4.8일에 불과했고, 이 기간 후 임명까지는 평균 1.8일이었다.

4.15 총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장관급 인사는 여당의 단독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대통령 임명이다. 민주당이 300석 중 180석을 차지하였고 상임위원장을 독식했기 때문에 20일 이내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황희 문체부 장관 등 5명이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임명되었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협의 관련 전체회의에서 이달곤 간사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 퇴장 후 강행처리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협의 관련 전체회의에서 이달곤 간사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 퇴장 후 강행처리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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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전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면, 강한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인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는 국내외적 상황을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4.15 총선 이후부터는 "개혁성이 강할수록 인사청문회가 어렵다"라고 하는 등 야당을 비난하는 행태로 바뀌었다.

4.15 총선 이전 인사에 대해 강기정 전 정무수석은 다음과 같이 변론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재송부 기간은 딱 1일이었다." 평균 4.8일 주었으니 양호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3회 불발되었는데, 이 중 2회는 10일을 보장하는 등 여야 합의를 끌어내려 노력했다.

4.15 총선 이후 인사 스타일은 사례가 없어 비교 자체를 할 수 없다. 여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차지하고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수적 우위를 점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은 다수결이며, 충분조건은 소수에 대한 존중이다. 국회의 의석에서 견제와 균형이 있어야 소수에 대한 존중이 성립한다. 4.15 총선 결과는 소수에 대한 존중을 불가능하게 했으며, 민주당이 권력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는 국회가 공직 후보자의 업무 적합성, 도덕성, 국가관 등을 검증해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인사권을 신중하게 행사하도록 하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그러나 대통령 대부분은 인사청문회법의 입법 정신을 무시하고, 법 조문만 충족시키려 한다. 노무현 정부 3명, 이명박 정부 17명, 문재인 정부 29명이 청와대와 여당의 독단으로 임명된 장관이다.

대통령이 인사청문회를 요식행위로 간주하는 문제점이 불거진 이상 관련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우선 청와대의 인사 검증에서 거짓말을 한 공직 후보자는 지명을 철회하도록 내부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다음으로 모든 공직 후보자는 해당 상임위원회의 검증을 거친 후 국회 본회의의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 검증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대통령의 독단 인사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다.

태그:#인사청문회, #인사청문회법, #인사청문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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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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