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미국이 3년 만에 유엔 인권이사회 복귀를 선언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인권이사회에 다시 참여하겠다"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을 다시 민주주의, 인권, 평등을 강조하는 외교 정책으로 돌려놓았다"라고 밝혔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018년 6월 인권이사회가 미국의 최우방국인 이스라엘에 편견과 반감을 갖고 있는 데다가 중국, 러시아, 쿠바 등 인권 침해가 심각한 국가들도 참여한다는 이유를 들어 탈퇴한 바 있다.
당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자 미국대사는 "인권이사회는 인권 침해와 정치적 편견의 소굴"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도 "미국은 여전히 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에 대한 불균형적 관점을 포함해 의제, 회원 자격 등에 개혁이 필요한 결함 있는 기구로 인식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의 탈퇴는 의미 있는 변화를 장려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권위주의적 의제를 가진 나라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해 온 미국 리더십의 공백을 초래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인권이사회의 결함을 해결하고, 그 권한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외교적 리더십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라며 "미국이 동맹 및 우방과 함께 인권이사회와 건설적으로 협력하면 긍정적인 변화에 도달할 것으로 굳게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인권이사회 복귀를 선언했지만, 곧바로 회원 자격을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 당분간 투표권이 없는 '옵저버' 자격으로 참여하다가, 연말에 치러질 회원국들의 투표에서 지지를 얻어야 한다.
2006년 유엔 인권위원회를 격상시켜 설립한 인권이사회는 2011년 리비아가 반정부 시위에 나선 비무장 시민들을 학살했다는 이유로 제명된 바 았지만, 자진 탈퇴한 것은 미국이 처음이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인권이사회를 비롯해 유네스코, 세계보건기구(WHO), 파리기후협약 국제기구 및 국제협약에서 잇따라 탈퇴했다.
그러나 다자주의로의 복귀를 공언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WHO 탈퇴 절차를 중단하고 파리기후협약 복귀를 지시한 데 이어 인권이사회에도 복귀하는 등 외교 정책을 과감히 전환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인권이사회는 표현, 결사, 집회의 자유와 여성, 아동, 성소수자 등의 기본권을 포함해 전 세계의 기본적 자유를 증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