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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에는 답이 없다고 한다.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에 사는 비율이 89%를 넘어섰고 아파트 거주 가구가 전체의 51.1%나 되는데, 아파트의 절대 다수는 벽식 구조로 되어 있어서 연결된 벽면으로 흐르는 소리를 막을 길이 없다.

아파트 바닥 두께 기준을 높여 층간소음을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커져 1999년에는 120mm, 2013년 210mm로 강화했지만 구조적 특성이 변한 것은 아니라 여전히 층간소음으로 인한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산업화, 도시화로 밀려드는 도시민을 한정된 도시 공간에 담기 위한 공동주택 선호 현상은 지극히 타당한 정책이었다. 남북이 갈려 작아진 국토에서 수도권에만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어 아파트 공화국은 당연한 귀결이었고, 층간소음의 문제도 피할 수 없었다.

층간소음의 핵심은 바닥충격음이다. 가구를 움직이면서 나는 소리나 가벼운 물건을 떨어뜨릴 때 나는 경량 충격음은 일시적인 소음이라서 해결이 쉽다. 그러나 아이들의 뜀이나 발걸음 등 층간소음을 발생시키는 원인 중 70.6%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량 충격음은 무겁고 지속적이라서 바닥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원인이 되는 행동을 규제해야 하는 것은 성인에게도 어려운 주문인데 아이들에게 가능할까? 아이가 뛰지 않을 때까지 기다려 주는 방법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아이들이 실내에서 마음껏 뛰어 놀게 하자는 취지로 아동화 브랜드에서 슬리퍼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하지만 중량 충격음 자체를 줄여 주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중량 충격음은 바닥과 천장을 이루고 있는 콘크리트 슬래브가 얼마나 튼튼하고 두껍고 넓은지, 그리고 슬래브가 어떻게 고정되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정부는 내년부터 콘크리트 바닥 두께를 240mm로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표준 바닥 두께를 높이기 전에 지어진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관련 민원이 많이 생긴 것을 보면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그러나 바닥 두께를 강화해서 완전한 해결책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아파트는 여러 집이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벽으로 천장을 받치는 벽식 구조여서 천장에서 벽을 타고 전달되는 소음이 바로 아래 집은 말할 것도 없고 대각선 집이나 한두 집 건너까지 전해지기 때문이다.

벽식 구조와는 달리 주상복합 건물에 적용된 기둥식 구조는 소음과 진동을 줄여 층간소음을 예방할 수 있다. 천장에 수평으로 설치한 보와 기둥으로 천장을 받쳐서 아래층으로 전달되는 진동과 충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둥식 구조는 전용 85㎡ 기준으로 벽식 구조보다 한 가구당 500만 원 정도의 공사비가 더 들어가고 공사 기간도 길어져서 용적률을 높여 주는 인센티브가 있어도 건설사 입장에서 선뜻 적용하기 쉽지 않다. 층간소음에 예민한 소비자를 위해서 고급 아파트 위주로 기둥식 아파트가 적용되고 있는데 고통 받는 서민들에게 다가가기는 아직 멀다.

건설업계는 경제성을 유지하면서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차단하는 여러 방법을 연구 적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건설업계 최초로 층간소음연구소가 지난해 말 세워졌고, 고성능 골조나 특화된 바닥구조, 소음 예측 기술 등으로 층간소음을 예방하거나 저감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올해부터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건설사도 있다.

완충재 사용과 콘크리트 사이에 완충재와 몰탈층을 3중으로 쌓아 충격과 소음을 흡수하도록 거실과 주방, 침실에 적용한 경우도 있다. 층간소음 기준보다 40mm나 두꺼운 250mm로 바닥 두께를 설계하고, 기둥식을 적용한 혼합 무량판 구조로 층간소음을 줄이려는 시도도 있다.

공공의 노력도 강화되고 있는데 경상남도의 층간소음 제로 서비스가 좋은 예다. '층간소음 제로 꾸러미'를 보급하는데 '층간소음 저감 슬리퍼'와 '층간소음 방지용 부착 패드', '환경분쟁조정제도 종합 안내서'를 배포하여 상호 자율로 층간 소음 예방관리와 갈등 해결을 돕는 조치이다. 주민 상호간의 노력과 협력이 있어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큰 정책이다. 커뮤니티를 활성화해서 주민 상호간의 갈등 해결을 모색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원하지 않는 소리, 고통이 되거나 도움이 안 되는 소리인 소음의 영향은 심리적으로는 휴식과 수면 방해, 대화 방해, 피로감 상승, 생리적으로 소화불량, 혈압 상승, 감정적 차원에서는 짜증과 불쾌감, 공격적 태도와 살인 충동까지 겪게 만드는데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당한 상황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면 해결된다고 무작정 상대방을 존중하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주택 시장의 최대 수요층인 3040세대의 변화가 주목된다. 주거 환경과 트랜드에 민감하고 투자보다 실거주 성향이 강한 학령기 자녀를 둔 3040세대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아이들과 반려동물들이 층간소음 걱정 없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주거지를 많이 찾고 있다.

개인 마당이나 정원, 테라스와 다락방 등 다양한 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단독 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2019년 12만 3762건이던 매매거래가 지난해에는 15만 5783건으로 증가했다.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장점이 결합된 타운 하우스에 대한 관심도 크다.

널찍한 테라스와 보안, 유지보수, 커뮤니티 시설이 결합한 블록형 단독 하우스는, 특히 전체 층을 한 세대가 사용할 수 있도록 수직형 설계를 적용한 경우 주목받고 있다. 층간소음 걱정 없이 넓은 테라스를 홈오피스로 활용할 수 있어서 서울에 직장을 둔 3040세대의 인기를 끌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아이를 위한 특화설계가 적용된 아파트에 대해서 관심이 높다. 전체 세대에 60mm 바닥 차음재를 적용하고 바닥 구조체를 강화하면서 아이가 뛰놀 수 있는 실내놀이터 시설을 갖춘 한 아파트 브랜드는 작년 10월 순천에서 분양할 때 1순위 청약 경쟁률 평균 53.3대 1을 기록했다.

65.7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광진구 아파트도 자녀를 키우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는 단지 설계와 커뮤니티 시설 조성이 분양률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있다. 단지 내 어린이집 개설이나 통학버스 승하차대기 공간인 맘스 스테이션, 학생들을 위한 에듀 센터와 맘스 라운지와 창의성 발달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실내놀이터 시설 등이 부각되는 이유이다.

쾌적한 공간에서 공해 없는 생활을 누리는 환경권은 헌법에서 보장된 기본권이다. 소음 없는 평온한 삶의 보호는 기본 권리이지만 층간 소음의 경우 진원지 식별과 조사 방법이 어렵고, 현행법상 처벌하는 규정도 특별히 없다. 행정질서 위반으로 인한 법칙금은 액수가 너무 작아 쌓인 감정 해소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과 인과관계 증명도 어렵고, 피해를 확정하고 산정하는 법적 절차도 미비하다. 이제는 층간소음의 문제를 거주민 개인의 문제로 놔두어서는 안 된다. 시공이나 제도상 문제로 확대 분석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는데 긍정적인 방향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거 공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머무는 시간도 늘고, 재택근무와 원격 교육으로 인해 요구하는 기능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거주공간의 변화는 층간소음의 문제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주택 시장의 최대 수요자가 된 3040세대는 한국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불공정, 불평등, 비민주주의에 분노하고, 환경과 사회적 문제에 예민하며 자기 색깔이 강하다. 공동주택 중심의 틀에서 벗어나 건설사들이 다양한 형태의 주택과 상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주거 환경의 변화를 이끄는 혁신 세대가 되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태그:#층간소음, #3040세대, #거주환경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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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니아대학교 교육학 석사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경영학박사 한양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박사과정 수료 선원건설(주) 연구개발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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