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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수업, 송호 고등학교 학생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을 하다가 고등학교 3학년 등교 수업이 시행된 지난 5월 20일 경기도 안산 송호고등학교의 한 교실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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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 관심은 온통 수능에 쏠려 있다. 하루 확진자가 300명이 넘어가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수도권 기준 2단계로 올라가면서, 수능 시험을 바라보는 시선들에서 아슬아슬함이 느껴지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은 대입에 쏠려 있지만, 이 시기가 되면 중3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어느 고등학교를 보내나 고민이 한창이다. 개인적으로 자녀가 중3이라서 같은 고민에 휩싸여 있다. 애초에 특목고를 보낼 생각은 없었기에 다른 학부모들보다는 상대적으로 고민이 덜한 편이긴 했지만, 일반계 고등학교를 가더라도 과거와 달리 선택지가 제시되기 때문에 고민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고입에 대한 관심

비평준화 지역의 경우에 고등학교를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완전한 선택지가 주어지고, 평준화 지역에서도 희망 고등학교 순위를 적어서 그걸 바탕으로 추첨을 하기 때문에 고민의 여지가 생기게 된다. 과거 학교 지원 없이 오직 컴퓨터 추첨에 의해서만 하던 시절과는 많이 다르다. 이른바 과거에 존재하던 완전한 '뺑뺑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뺑뺑이라 해도 교육청에서는 꽤 긴장하면서 일처리를 한다. 과거에 고등학교 배정을 잘못하는 바람에 교육청 고위 인사의 자리가 날아간 적도 있다. 민감한 학부모들의 단골 민원 사항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고민이 덜했던 것은 특목고는 특수한 목적이 있는 아이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일찌감치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과학고는 과학에 특별한 재주가 있는 아이가 가는 곳이고, 외고는 외국어에 관심이 많으면 보낼 터인데, 그냥 내 아이는 평범해 보였다. 평범한 아이가 일반고에 가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인가 싶어서 덤덤하게 중학교 시절을 보내게 하였다. 이런 말을 주위에 하면 여기저기서 세상 물정 모르는 아빠 취급을 많이 받긴 하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보면, 일반고는 '특정 분야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일반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고등학교'라고 나와 있다. 고등학교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가 아닌 특정 분야에 특화된 교육을 받아야 할 학생이 얼마나 되나 싶은 생각이 일반고 교사로서 많이 든다. 그리고 평범한 것은 어떻게 보면 신이 주신 축복이란 생각도 든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도 고등학교 교사이니 이리 저리 상담을 청해오는 경우도 많다. 아주 오랜만에 학창시절 동문들로부터 연락이 오면 열에 여덟아홉은 대부분 자녀 진학과 관련해서이다. 학교에서 애들 가르치고 있다니까 무슨 뾰족한 정보가 있을 거란 선입견을 갖지만,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진 못한다.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교육계 종사자이니 일반적인 이야기는 해줄 수 있는데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디테일이다. 그 동네에 있는, 가고자 하는 학교가 어떤가가 가장 중요한데, 그런 정보는 그 동네에 사는 사람이나 알지 바로 옆 동네로만 넘어가도 알 도리가 없다.

그리고 사람들이 가장 크게 하는 오해. 고등학교에 근무하면 고입에 밝을 것이란 것. 아주 큰 오해다. 대학입시는 교수보다 고등학교 교사가 더 잘 알 수밖에 없고, 고입은 중학교 교사에게 물어봐야 한다. 필자도 누가 대입 제도를 물어보면 눈감고도 어떤 게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고입 제도를 물어보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강남 8학군에 있는 고등학교가 학업 수준이 높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그것도 그 학군 내에서 갈라지는 편차를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 편차라는 건 학업 변수 외에도 교육에 작용하는 여러 변수들을 의미한다.

고려해야 할 변수들

아주 중요한 변수가 하나 있는데 그건 학생 자신이다. 전투에서도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아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아는 것이다. 어느 고등학교가 무조건 좋다더라가 아니고, 나와 맞는 학교가 따로 있을 수 있다. 학생 파악이 선행되지 않는 진학 지도라는 것은 그런 면에서 무의미할 수 있다.

8학군으로 이사 가서 자녀 교육에 성공했다는 체험담도 선별해서 들을 필요가 있다. 성공한(?) 사람의 목소리는 들려오지만 실패자는 침묵한다. 정보의 왜곡이 1차적으로 발생한다. 사교육 기관의 이야기도 맹신해선 안 된다. 영리 추구 기관이란 걸 감안해야 한다. 아무리 교육이라 해도 이해관계 분석을 떠난 상담이란 존재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고등학교의 성격을 가르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위치 변수인 건 맞다. 그렇다고 집값이나 이런 변수만으로 일원화해서 위치 변수를 생각하라는 게 아니다. 초임 발령부터 함께 하여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고 아이도 같은 해에 가진 선생님이 한 분 계신다. 함께 고3 담당도 오래 해서 입시제도 등 여러 관련 정보를 습득한 정도도 비슷하다.

그런데 아이의 장래를 고려한 주거 선택에서 큰 편차를 보였다. 농어촌 전형으로 아이들이 자기 실력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대학교에 가는 것을 본 선생님은 자녀와 함께 농어촌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 옆에서 보건대 대학입시 결과가 꽤 성공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에 반해 나는 도시 지역으로 이사를 왔다. 주거의 위치를 정하는데 특별히 자녀의 입시를 고려한 건 아닌데, 고려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선택이라고 본다면 학교 선택에서 학생의 적성 못지않게 부모의 교육관도 중요하게 작용한단 사실을 알 수 있다.

도시와 농어촌의 차이는 생활환경의 차이만큼 변수를 불러온다. 평생을 함께할 수도 있는 친구의 성향이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이고, 대입 제도에서 오는 유불리의 차이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이 모든 걸 감안하면 선택 자체가 녹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경기도 지역의 경우에는 많은 사립학교들이 위치 변수에서 불리한 곳에 있었던 경우가 많았다. 공립학교는 도시의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하고 사립학교는 비교적 외곽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수도권 신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전세가 역전되는 경우도 꽤 많이 목격된다. 과거 같았으면 한적한 외곽지역이었는데, 택지개발이 되면서 본 도심보다 오히려 더 세련된 지역으로 탈바꿈하였다. 불리하던 위치 변수가 상황이 변화하여 명문고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18일 서울 용산고등학교 3학년 교실 창문에 '합격 기원' 문구가 새겨진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시험일처럼 분단별로 일렬로 줄지어 배치된 3학년 교실의 책걸상은 개학 뒤에도 수업 중 학생간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학교 측의 조치다.
 서울 용산고등학교 3학년 교실 창문에 "합격 기원" 문구가 새겨진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2020.3.18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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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 늘 강조하는 것이 바로 '불안감' 변수이다. 교육은 현재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이고, 그래서 인간의 원초적 불안인 '불확실성'이란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사람들이 점쟁이를 찾거나 통계 수치에서 어떤 확실성을 추구하는 건, 과학성을 제외하고 본다면 어떤 불안 기제가 그런 자료를 찾는 동인이 되기 때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민감한 학창 시절은 조그만 변수 하나에도 결과 값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어느 학교 선생님들 분위기가 어떻다더라 등 구체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여러 변수가 굉장히 많다.

요즘은 일반고등학교도 중학교로 입시설명회를 나간다. 매년 고입 철이 돌아오면 고등학교는 홍보 자료를 만드느라 바빠진다. 대학교만 교수들이 나가서 홍보하는 것이 아니고 교사들도 홍보를 해야 한다.

언젠가는 이런 일도 있었다. 학교 홍보팀이 되어 중학교에 홍보를 나갔다. '우리 학교'는 어떤 교육과정이 있고, 어떤 장점이 있다고 한참 홍보를 했는데, 문제는 그러고 나는 다른 학교로 옮기게 되었다는 것. 그것도 바로 걸어서 10여 분 거리에 있는 학교로 갔다. 다음 해에 내게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학교의 교육 풍토라는 것이 한 사람의 교사로 바뀌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어떤 학생들이 입학하느냐에 따른 변수가 크다는 걸 감안하면 큰 문제는 아닐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정기적인 인사로 고등학교 간 교육의 질을 고르게 하는 공립고등학교 특성이 있음도 충분해 염두에 둬야 한다. 낮지 않은 비율로 교사들이 매년 바뀌고 있는 건 무시할 수 없는 학교 변수이다.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잘 모르는 제도가 하나 있는데, 이른바 '초빙교사' 제도이다. 학교장이 본인이 생각하기에 우수 교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학교로 초빙하여 올 수가 있다. 학교장의 경영 능력 중 하나가 우수한 교원 확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런 걸 뒷받침하는 제도이다. 초빙 기간이 일반적으로 4년이니 프로야구 FA제도와 비슷하다. 초빙 기간에는 우선하여 그 학교에 전입할 수 있지만, 대신 기간 내에는 다른 학교로 떠날 수 없다는 제약이 있다. 그러나 초빙교사라고 해서 반드시 우수 교사라는 보장은 없다.

언제나 불확실성을 전제하고 이야기를 하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듣지 못해 아쉬워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교육과 미래는 원래 불확실한 세계라는 개인적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 올해 벌어진 코로나19사태만 해도 누가 예상이나 했겠나 말이다. 역사에서 가정은 없기 때문에 실험해 볼 수가 없기에 망정이지, 코로나는 올해 입시에서 엄청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주변의 평판을 들어보면 대략적인 학교의 분위기는 알 수 있다. 조그만 변수 하나에 흔들리는 학교 정보를 탐색하는 것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기보다는 아이와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권해본다. 친구 등 주변 상황에 흔들리는 정도, 내신 관리를 어느 정도 해낼 수 있는지, 학교 공부는 어떤 분위기가 어울릴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늘 강조하는 말이지만 인생과 교육에 정답은 없다. 학교 선택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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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고등어 사전(메디치미디어)>, <나의 권리를 말한다(뜨인돌)>, <세상을 보는 경제(인포더북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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