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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쇼핑 택배 박스가 도착했다. 상자 안에서 물건을 꺼낸 아저씨는 상자를 베란다 창밖으로 던진다.

슝슝 툭툭.

아파트 창 밖에 버려진 택배 상자가 산을 이룬다. 빌딩 높이만큼 쌓인다. 쌓여 있는 빈 상자들이 "배고파"를 외치면서 건물과 자동차, 나무 등을 보이는 대로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결국 세상은 상자들만 남은 황폐한 곳으로 변한다.

배가 부르니 심심해진 상자들이 옛 기억을 떠올린다. 자신들이 담았던 물건들을 떠올리며 기억놀이를 하던 상자들. 소나기가 내려서 온통 젖었다.

젖은 상자가 달 밝은 밤에 꿈을 꾼다. 자신이 나무였던 꿈. 우유 상자, 피자 상자, 저마다의 상자들이 나무를 꿈꾸며 잠이 든다. 그러다 직접 나무를 만들기로 한다.
 
 '상자세상' 윤여림(지은이),이명하(그림)
 "상자세상" 윤여림(지은이),이명하(그림)
ⓒ 천개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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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상자 그림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상자 세상> 그림책은 상자들이 세상을 먹어 치운다는 발상으로 그려진 재미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상자들이 기억놀이를 하는 장면이 기발하다.

공이 오면 자동으로 잡는 글러브, 입김을 불면 익는 라면, 요일마다 다른 음료가 나오는 텀블러, 비를 눈으로 바꿔 주는 우산, 알아서 불꺼주는 소화기 등 상자들이 실어 날랐거나 담고 있었거나 먹어 치운 것들을 하나씩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쓰레기 문제, 환경오염이라는 무겁고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냈다.

재활용 쓰레기장에 상자를 버리러 갔다 만들어진 이야기

코로나 이후 택배 주문이 많아지면서 쓰레기 배출량이 늘고 종이상자가 모자라 상자 가격이 올라갈 정도였다. 윤여림 작가는 재활용 쓰레기장에 상자를 버리러 갔다 산더미처럼 쌓인 상자를 보고 이야기를 상상했다고 한다. 여기에 이명하 작가의 재미난 그림이 그림책의 재미를 더했다.

코로나 이후 우리 집도 택배 주문이 늘었다. 코로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써야하는데 결국 이것도 일회용 쓰레기로 환경오염 원인이 된다. 코로나를 예방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 코로나와 같은 환경 파괴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하는 일이 되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뫼비우스 띠 같은 악순환이다.

"엄마, 코로나를 없앨 순 없지만 줄일 순 있지 않아?"
"줄일 수 있다면 없앨 수 있겠지."
"그럼 어떻게 해? 이렇게 계속 마스크 쓰고 살기 싫어."


며칠 전 아이가 한 말이다. 마스크 쓰고 다니는 게 불편한 아이의 불평에 어른으로서 책임을 느끼며 마음이 무거웠다.

평소에도 아이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왜 생겼는지, 어떻게 하면 없어지는지'를 종종 묻곤 했다. 그때마다 바이러스는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며 환경을 파괴하다 보니 야생동물들이 살 곳이 없어지고 그러다 생기게 된 일이라고 이야기 해줬다.

그러면 아이는 "지금이라도 환경파괴를 멈추면 되잖아"라고 말한다. 그래, 엄마도 그러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걸 멈출 수 있는 마법의 지팡이라도 갖고 싶다.

아이에게 다시 이야기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지금 당장 없앨 수도 없고 환경파괴를 멈출 수는 없지만 우리가 줄일 수는 있다고. 택배 이용을 줄이고, 자동차대신 자전거를 타고,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양치컵을 사용하는 게 모두 그런 일 중 하나라 이야기 해주었다.

우리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 양을 체크해 매주 월요일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날에 표시하기로 했다. 이런 방법으로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하다 보면 환경파괴 속도도 줄어들 거라고 아이와 이야기 나눴다.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며 아이는 좋아한다. 

그린뉴딜 아닌 탈성장이 필요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 개인이 해야 할 실천은 각자의 몫이지만 사회 구조적 관점에서 필요한 일도 있다. 

코로나로 인해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정부는 이에 대해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및 이상 기후와 같은 환경 문제를 인식한 그린뉴딜 정책은 이름에만 문제의 중요성을 반영했다. 그린뉴딜 정책 예산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전기 자동차 및 친환경 자동차 산업이다. 친환경자동차라는 이름만 있을 뿐 여전히 대량생산을 통해 성장하겠다는 의지는 다른 경제 성장 정책과 다르지 않다.

지구의 자원은 한정적이다. 한정적인 자원을 70억 인구가 사용하고 버린 뒤 자연이 다시 순환해서 재생산하는 과정을 거쳐야 우리는 한정적인 자원을 오래도록 사용하면서 지구별에 머물 수 있다.

그런데 농업사회와 달리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재생하고 순환하는 속도보다 파괴하고 생산하는 속도가 월등히 앞섰다. 21세기 들어 사스, 메르스, 코로나까지 우리가 겪는 바이러스와 이상기후들은 무지막지한 성장의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로나 19 바이러스 위기를 그린 뉴딜이란 성장 논리로 극복하려 한다. 

성장이 아닌 탈성장 관점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성장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성장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상자를 버리지 않아야 상자가 산을 이루는 상자세상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상자 대신 친환경적인 다른 물질을 개발해 버리려 하지 말고 버리지 않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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