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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나자 바로 출동하는 넷제로 지킴이 김순옥 조장, 이경숙, 하보경, 이종덕, 김명희, 이숙미(좌측부터)
▲ 6개월간 발이 되어준 봉고차량 앞에서 인터뷰가 끝나자 바로 출동하는 넷제로 지킴이 김순옥 조장, 이경숙, 하보경, 이종덕, 김명희, 이숙미(좌측부터)
ⓒ 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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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자리를 주니까 생활에 활력이 돼요. 좋은 동료들도 만나고 환경도 지키니까 좋아요." (이숙미)

"사실 우리네 사는 게 다 똑같잖아요. 우리가 딸 같고 며느리 같아서인지 태양광 이야기 하다가 코로나로 어려운 사정이며 개인사까지 말하시면... 그 이야기 들어드리고 공감해 드리고 그랬어요." (이숙미)


"저는 원래 다른 구로 이사 갈 마음이었는데, 우연찮게 넷제로 지킴이 하면서 우리구가 앞으로 더 살기 좋아지겠다는 판단에 다른 구로 이사를 안 가기로 했어요." (김명희)

만나자마자 6개월간의 좌충우돌 활동과 빛나는 성과, 그리고 태양광에 대한 주민들의 살아있는 현장 목소리들을 쏟아내기 시작한 6명의 대덕 넷제로 지킴이(신탄진권역)분들. 그들의 첫 인상은 그야말로 '에너제틱(Energetic)하다'였다.

넷제로(net-zero)란, 외부의 전력공급을 최소화하고 재생에너지 등 자체 에너지를 생산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대덕구가 올해 대전시 일자리 사업으로 추진해 선발한 50~60대 경력단절 여성들인 넷제로 지킴이 6명(김순옥 조장, 이종덕, 이경숙, 이숙미, 하보경, 김명희)을 지난 7일 신탄진동 주민센터 2층에서 만났다. 넷제로 지킴이는 태양광을 매개로 마을을 돌며 주민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오해를 풀어드리며, 재생에너지 홍보와 환경교육까지 담당한다. 팀명은 '광수니'다.

"미칠 광(狂), 빛 광(光)을 써서 '환경에 미친다' '지구 지키기에 미친 사람들' '빛이 난다 태양광' 이런 의미로 우리끼리 '광수니'라고 팀명을 만들었어요. 6개월 활동하다 보니 이제는 어디 가면 지붕만 쳐다보고, 햇빛이 잘 들어오는지 보고, 태양광 이야기부터 꺼내고 싶어져요! 정말 이름처럼 된 것 같아요. 하하하."(이종덕)   

반 년 동안 오로지 태양광 생각뿐
 
재생에너지 설치 및 지원 사업 관련 주민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재생에너지 설치 및 지원 사업 관련 주민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 김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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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월간 넷제로 지킴이로서 주로 진행해온 활동이 뭔가요?

"한국에너지공단의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 홍보와 신청 접수를 주로 했고요. 코로나19가 2.5단계가 되면서 재택근무 할 때는 작년 융복합지원사업을 신청해 올해 태양광을 설치한 가정들에 전화를 돌려 만족도 조사를 했어요. 현재는 공동주택 미니태양광 홍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김순옥)
          
- 들어보니 성과가 어머어마 하던데요?

"에너지관리공단 공모사업인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에 따라 대덕구 신탄진권역에 태양광(주택용과 상업용)과 태양열 설치를 홍보하고 신청 접수 상담을 했어요. 그동안 재생에너지(태양광과 태양열)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주택, 상가, 공장 등) 277곳에서 신청 접수 받았어요. 대덕구와 컨소시움을 구성한 대전시, 태양광전문설비업체인 신성이엔에스에서도 저희 성과에 놀라워했어요." (김명희)

"봉고차 한 대를 타고 다니며 6명이 3인1조로 활동을 했는데, 우리 팀워크가 진짜 좋았어요. 여기 와서 처음 본 사이였어요. 안 가본 곳 중 태양광 설치할 만한 데가 보이면 '저기 가보면 어때' 하며 6명이 똘똘 뭉쳐가면서 활동했어요. 정말 긍정 마인드라고 해야 할까요." (김순옥)
          
대덕 넷제로 지킴이들은 한국에너지공단 융복합지원사업에 맞춰 신탄진권역에서 태양광 주택 158개소(3kW), 상가건물 86개소(5kW 이상), 태양열 주택 33개소(6㎡) 등 총 277개소(설치비용 총 33억 원)을 접수 받았다고 한다. 이들이 약 6개월 간 발로 뛰어 다니며 주민들을 만나고, 상담하고, 신청 접수를 받은 덕에 2021년에도 신탄진권역에는 재생에너지 시설이 많은 곳에 설치될 예정이다.

- 어떻게 홍보를 하고 접수를 받으신 거예요?

"우리가 전단지를 4만 장 넘게 붙인 것 같아요. 한 박스가 거의 4천 매였던 것 같은데 10박스 이상 썼어요. 신탄진 전역을 다니면서 스티커 작업을 하고 1차, 2차, 3차에 걸쳐 전단 홍보했어요. 그거 보고 문의전화 오면 상담하고... 코로나19로 방문하기 힘들었지만 길 가다가 전단 붙이는 거 보고 관심 있어 하시는 분들을 만나 상담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주택만 가지고는 안 될 것 같았어요. 이 지역에 공장이 많으니 거기도 가보면 좋겠다고 대덕구랑 태양광업체에 제안했고, 그게 받아들여져서 이후로는 공장도 찾아다니면서 융복합지원사업을 홍보했어요. 기계 소리 때문에 말이 안 들렸어요. 공장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그래도 꿋꿋하게 했어요. 그래서 이런 성과가 나온 것 같아요." (김순옥)
  
넷제로 대덕지킴이들이 마을을 돌며 재생에너지 홍보 전단을 붙이는 모습
 넷제로 대덕지킴이들이 마을을 돌며 재생에너지 홍보 전단을 붙이는 모습
ⓒ 김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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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하면서 무엇을 느꼈나요? 그리고 주민들은 태양광에 대해 인식이나 호응이 어떻던가요?

"우선 우리가 이 활동하면서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됐어요. 지구온난화, 기후위기, 이산화탄소, 온실가스 그리고 재생에너지, 태양광, 태양열... 들어보긴 했지만 자세히 몰랐던 것들이었거든요. 하나하나 배우는 게 신기하고 보람도 있었어요. 모르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배운 거 알려주고 알아가는 과정이 뿌듯했어요. 내년에 다시 하게 된다면 올해 경험으로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경숙)

"태양광 설치 후 AS가 5년인데,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주민들이 많이 하세요. 태양광 설치하신 분들 만족도 조사 해보면 90% 이상이 금액적인 부분에 대해서 만족하고, 오히려 이런 거 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어요."(김명희)

"어떤 분은 '자기 동생이 유성에 사는데 거기도 되는지' 물어보는 거예요. 거기는 안 하고 있다고 하니까 굉장히 아쉬워하셨어요. 어떤 분들은 그래서 대덕구로 이사가야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지원 많이 해준다고 하면 왜 우리 동네는 없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면 해당 구에다가 이야기해보라고 하죠." (이종덕)

"넷제로 뜻도 몰랐지만... 이젠 환경 지킴이 됐어요"

- 다른 단기일자리가 많았는데 넷제로 지킴이를 신청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솔직히 잘 모르고 낸 거예요. 하하하하. 넷제로가 무슨 뜻이야? 이러면서 그냥 냈어요." (이경숙)

"저는 공고란에서 넷제로 활동이 무엇인지 확인은 해봤죠. 에너지 관련 홍보 활동이라고 하니, 내가 홍보활동을 통해 기후변화나 에너지에 대해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신청하게 됐어요. 나도 배우고 이 좋은 걸 주민들에게 공유하면서 가치를 전달할 수 있겠다, 이게 나의 발전이겠다 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이숙미)
   
- 일도 하고 환경도 지키는 뿌듯함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는 뜻이네요. 넷제로 지킴이와 같은 일자리가 많아질 필요가 있을까요?

"많이도 중요한데, 지속적인 것도 필요해요. 우리가 아니더라도, 이 일자리는 계속 이어져야 해요. 6개월 동안 다녀봤지만 모르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태양광에 대한 오해도 많고요. 태양광이 전기를 만드는 것도 모르고 패널을 봐도 그게 태양광인지도 모르는 분들도 있고요. 아직도 모르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넷제로 지킴이 활동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은 이번에 저희 통해서 이야기 한번 들었으니 다음에 만나서 한번 더 설득할 수 있잖아요. 이제는 더 잘할 것 같은데, 끝나버려서 아쉬워요." (이숙미)

"6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우리가 넷제로 지킴이 1기로서, 이 활동이 더 활성화되면 큰 자부심을 갖게 될 것 같아요." (이경숙)

"코로나 소강상태일 때 박정현 구청장과 대덕구청 지하 청년벙커에서 간담회를 한 적이 있어요. 박정현 구청장이 우리에게 좋은 일을 하고 있다,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줬는데, 그때 굉장히 자긍심을 느꼈어요. 오히려 구에서 이런 일자리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이 일을 계기로 환경에 대해서도 배워가고 있어요. 사실 저는 다른 구로 이사 가려고 했어요. 근데 올해 우연찮게 이 활동을 하게 되면서 대덕구가 앞으로 더 살기 좋아지겠구나, 살만한 곳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 대덕구에서 계속 살기로 했어요." (김명희)
 
넷제로 대덕지킴이 분들이 6개월 동안 활동 경험을 설명하고 있다(좌측부터 김순옥 조장, 이종덕, 이경숙 지킴이)
 넷제로 대덕지킴이 분들이 6개월 동안 활동 경험을 설명하고 있다(좌측부터 김순옥 조장, 이종덕, 이경숙 지킴이)
ⓒ 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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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간 재생에너지 홍보와 보급이라는 중책을 맡아 즐겁게 해낸 넷제로 지킴이 분들의 활동은 이번 달 말로 종료된다. 그렇지만 이분들 머릿속에는 이제 어떻게 하면 재생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더 홍보하고 보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었다.

자부담은 재생에너지 설치비의 10% 밖에 안 되지만 코로나19로 어려운 주민들은 비용을 분할납부로 내면 좋겠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공장 같은 곳은 재생에너지를 설치할 수 있는 양을 늘리면 좋겠다, 미니태양광 설치 보급에 대해서는 아파트 내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실의 벽이 높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 아파트 건축할 때부터 미니태양광을 에어컨 옵션처럼 넣을 수 있게 하면 좋겠다 등...

정부에서 말한 그린뉴딜의 지역형 일자리 모델이 과연 넷제로 지킴이 활동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덕구 신탄진 곳곳에 설치될 태양광을 보게 되면 앞으로 대덕 넷제로 지킴이 용사들이 떠오를 것 같다.

태그:#기후위기, #넷제로대덕지킴이, #재생에너지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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