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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9월의 가을은 먼저 바람으로부터 온다. 한여름의 무더위도 어느 순간 서늘해지면서 바람을 타고 사람들 마음과 몸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은 바람결을 느끼며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안다.
  
노랗게 익어가는 벼이삭 위로 청명한 가을 하늘
 노랗게 익어가는 벼이삭 위로 청명한 가을 하늘
ⓒ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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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가을은 하늘로부터 온다. 청록빛 하늘에 떠 있는 하얀 솜털 구름들.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청량하다. 그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을이 우리 곁에 머물고 있음을 안다.

가을이다. 가을은 노랗게 익어가는 들녘에서부터 온다. 봄에 심었던 나락들이 농부의 땀방울 먹고, 거친 태풍을 이겨내고 나락 알갱이들이 통실통실 여물며 익어가는 들녘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을 풍성하게 한다. 아마 농사짓는 이들의 수고로움이 더해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
 
꽃무릇 공원
 꽃무릇 공원
ⓒ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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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
 꽃무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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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9월의 가을은 들길, 산길에서부터 온다. 전남 함평 용천사 가는 길에 만난 꽃무릇을 보면서 가을이 달려오고 있음을 느낀다. 전주에서 한 시간 반을 달려가는 길에 만난 건 길 양옆으로 빨간 색동옷 입고 마중 나온 꼬마 숙녀 같은 꽃무릇이다.

길가에 코스모스가 핀 것은 많이 봤지만 이곳은 용천사 꽃무릇 공원 가기 몇 킬로미터 전부터 꽃무릇이 길안내를 한다. 심지어 논두렁에도 밭두렁에도 꽃무릇이다. 분명 논두렁 밭두렁에 일부러 심어 놓진 않을 터. 갑자기 논밭 주인은 잡초 작업할 때 저 예쁜 꽃을 벨까 베지 않을까 하는 심심한 상상마저 하게 한다.
  
제방길 양 옆으로 핀 꽃. 지난 토요일 19일, 완전한 개화는 되지 않았다
 제방길 양 옆으로 핀 꽃. 지난 토요일 19일, 완전한 개화는 되지 않았다
ⓒ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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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차들이 죽 늘어서 있다. 적당한 곳을 찾아 주차를 하곤 잠시 걸으면 커다란 돌에 쓰인 글씨가 눈에 확 띈다. 꽃무릇 공원. 그 앞엔 방죽 같은 작은 호수가 있다. 제방 양쪽에도 붉은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추객(秋客)들을 맞이한다. 제방에 핀 꽃들의 그림자들이 물속에도 환히 피었다.
 
물속에도 붉은 꽃들이 채색되어 있다
 물속에도 붉은 꽃들이 채색되어 있다
ⓒ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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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무렵이면 이곳에서 꽃무릇 잔치 축제를 연다 하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었다. 그래도 제법 사람들이 꽃구경 하러 왔다. 기나긴 코로나로 지친 심신들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연인들끼리, 가족들끼리 저마다 가을의 앞자락을 맛보기 위해 느릿느릿 걸으며 정취를 온몸으로 느낀다. 꽃구경 하는데 그리 넓지 않아 한 시간이면 족히 구경하며 넉넉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산비탈에 피어 있는 모습들
 산비탈에 피어 있는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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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잔치
 꽃들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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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 용천사는 영광 불갑사, 고창 선운사와 함께 꽃무릇으로 유명한 전라도의 3대 사찰 중의 하나다. 용천사와 불갑사는 지근거리에 있어 동시에 돌아볼 수 있어 하루 만에 꽃무릇 구경을 실컷 할 수 있다.
  
용천사 절로 오르는 계단 옆으로도 꽃무릇이다
 용천사 절로 오르는 계단 옆으로도 꽃무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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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길을 걸으며 추억을 담을 수 있는 길
 흙길을 걸으며 추억을 담을 수 있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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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절까지 오르는 길, 제방을 따라 오른쪽으로 향하면 작은 생태호수 모습과 함께 산허리에 화르르 피어있는 꽃을 볼 수 있고, 길을 따라 쭈욱 올라가면 작은 담장 옆으로 환하게 피어 붉은 나비처럼 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 꽃을 감상할 수 있다.

꼬마 담길 따라 왼쪽 산허리에도 오른쪽 평지에도 물속에도 붉게 채색되어 있다. 작은 생태 호수를 가운데 두고 주변이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 듯, 붉은 물감을 확 뿌려놓고 푸른 꽃대를 세워놓은 듯하다.
 
호수 전경
 호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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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용천사 꽃무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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