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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유명을 달리한 이후 여러 의견과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재민 정의당 서울 영등포구 위원장의 글을 싣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편집자말]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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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뒤 지난 일주일동안 대한민국은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대한민국 수도 3선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도 믿기 어려웠지만, 인권·시민운동의 대표적 인물이자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던 그가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을 혼란과 괴로움에 빠트렸다.

그 혼란과 괴로움은 똑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인권변호사로, 시민운동가로, 혁신행정을 펼치는 정치가로 그가 걸어왔던 길에 인연을 맺었던 수많은 사람은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애석한 마음으로 슬퍼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누구보다 믿고 있었던 그마저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사건에 연루됐다는 배신감과 그가 선택한 방식으로 인해 한순간에 '공소권 없음'으로 고립되고 수많은 사람에게 2차 피해를 입은 피해자를 보면서 변하지 않는 대한민국 현실에 분노하고 괴로워했다.

장례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다. 50만 명 넘는 이들이 '5일장·서울시장(葬)'을 반대했지만, 민주당과 서울시는 끝내 장례식을 크게 치렀다. 피해자는 기자회견 당시 공개한 편지에서 '50만 명이 넘는 국민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을 보면서 다시 한번 숨이 막혔다'고 했다. 장례식장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에게 기자가 성추행 의혹 관련한 당 차원 대응을 묻자 이 대표가 '예의가 아니'라며 '후레자식'이라고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의 죽음은 애도하지만 고립된 피해자 편에 연대하겠다며 조문에 가지 않겠다고 한 류호정·장혜영 등 정의당 국회의원들에겐 비난이 쏟아졌다.

혼란스러웠던 그의 장례식은 끝났다. 이제는 남은 사람들의 시간이다. 중요한 것은 '서울시장 위계에 의한 성추행' 의혹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끊임없이 발생하는 '권력형 성범죄'를 끊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국가기관의 신속·엄정한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 서울시가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이를 조사하겠다고 했지만, 서울시 자신이 조사대상이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남은 사람들이 할 다섯 가지 일

남은 이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강제 수사권을 지닌 경찰이 나서야 한다. 피해자 고소를 처음 접수하고 사건 실체를 수사하고 있었던 경찰은 '공소권 없음' 뒤에 숨지 말고, 지금까지 조사된 데 기반해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서울시장과 비서진들이 있었던 서울시청 6층과 관련해 즉시 증거보전 및 자료를 확보하고 수사를 이어가야 한다.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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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어떤 경로를 통해 피의사실이 피고소인에게 보고됐는지 밝혀야 한다. 피해자가 국가기관을 믿고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이것이 모종의 경로를 통해 서울시장에 전달된 게 아니냐는 의혹은, 피해자에게 앞으로 '의지할 곳이 없다'는 절망감을 안길 수 있다. 또 피고소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계기가 됐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경찰은 청와대에 보고했고, 경찰과 청와대 모두 서울시에 피의사실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누가 어떤 경로로 피의사실을 서울시장에 보고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셋째, 행정안전부·국가인권위원회·여성가족부 등 책임 있는 국가기관들이 서울시에 대한 직권조사를 통해 사건 진상을 밝혀야 한다. 피해자 주장이 사실이라면, 전국 공공기관 중 가장 훌륭한 성평등 정책·시스템을 지녔다고 알려진 서울시에서 어떻게 4년 동안 위력에 의한 성추행이 지속될 수 있었는지, 또 다른 인권침해나 피해는 없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국가기관의 책임 있는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넷째, 무차별적인 2차 가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 현재 온·오프라인에서 성추행 피해자 배후를 의심하고, 피해자를 '꽃뱀'으로 매도하며 피해자와 주변 신상을 캐는 등 2차 가해가 심각한 양태로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현직 검사가 '나도 성추행 했다'며 피해자를 조롱하는 듯한 글을 올리고, 아나운서 등 유명 인사들이 '왜 이제야 고발 했냐'는 등 피해자를 모욕하는 상황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경찰은 심각한 2차 피해에 노출된 피해자 신변을 보호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 수사를 통해 더는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정치권이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고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는 데에는 정당의 책임이 매우 크다. 이런 상황에서 이해찬 대표가 지난 15일 한 '당 차원 진상조사는 어렵다, 서울시가 밝혀주길 바란다'는 발언은 무책임하다. 각 정당은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필수교육으로 강화하고, 선출직 공무원 공천시스템에 교육 이수 의무화와 무관용 징계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국회는 국정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 의혹을 철저하게 밝혀야 할 것이며, 성폭력·성희롱 2차 피해 방지법을 제정해 피해자를 지원할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 여성들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분노하고 있다. 세계 최대 성 착취물 공유사이트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 결정에 이어, 비서 성폭행 사건으로 수감 중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모친상에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보낸 조화 논란 그리고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피소사건까지.

이 분노를 이해하고 해결하지 못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하루빨리 명확한 진상규명과 피해 보호책·재발방지책을 내야 할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언론사에 송고했으며 필자의 개인블로그(https://blog.naver.com/hcry99)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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