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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11년 여름방학에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에서 실무수습을 했다. 수습 첫날부터, 삼성 백혈병 1심 승소 판결에 대해 항소를 하지 말라며 점거 농성을 한 기억이 난다. 영등포에 있던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실을 유가족과 산재피해당사자들이 점거를 했는데, 비 오는 날에 강제로 끌려 나왔다.

또 매그나칩 반도체에서 일했던 건장한 30대 남성 엔지니어가 백혈병에 걸리고, 골수이식 후 거부반응으로 처참하게 사망해간 모습도 기억이 난다. 다발성 경화증에 걸려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필자 또래의 삼성반도체 노동자를 인터뷰했던 기억도 있다.

매일 김용균이 있다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 사망한 고 김용균씨의 1주기인 10일 오후 충남 태안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안전모와 장갑에 석탄가루가 묻어 있다.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 사망한 고 김용균씨의 1주기인 2019년 12월 10일 오후 충남 태안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안전모와 장갑에 석탄가루가 묻어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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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것은, 사무실 벽에 붙어 있던 산재 사망자 숫자였다. 이 칼럼을 준비하며 통계를 다시 보니, 질병을 제외한 2010년 산재사고 사망자는 1307명으로, 1일 3.58명이다. 2019년에는 855명이다. 많이 줄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전히 하루에 2.34명이다. '매일 김용균이 있다'는 기사 제목은 과장이 아니고 매일 2.34명의 김용균이 있다. 사고사 대부분이 추락, 끼임과 같은 재래식 사고임을 생각하면 막을 수 있는 '인재'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왜 반복되는 걸까. 누군가는 안전의식이 부족하고 익숙한 대로 하려는 노동자의 탓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회사가 아무리 시켜도 노동자가 해오던 대로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또 누군가는 산업안전보건청을 만들거나, 근로감독관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고, 안전보건공단에 재해조사에 관한 실질적인 권한을 줘서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수사와 별도의 조사권이 있어야 협조가 수월하고, 안전보건분야의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조사를 할 수 있어야 원인 규명이 더 쉽고 그래야 재발방지대책이 나온다는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대안으로 지방 정부에게 근로감독 권한을 나눠주고, 민간위탁을 함으로써 더 많은 감시가 가능케 하자고도 주장한다.

위의 주장들은 모두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고, 반드시 도입되어야 할 제도도 있다. 그럼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형벌의 '위하효과'이다. 이 법은 곧바로 개인 사업주와 회사의 대표이사나 공법인의 기관장에게 무거운 형사책임을 지운다. 이 법은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의무는, 대표자가 누구에게도 떠넘길 수 없는, 바로 본인이 져야 할 의무임을 확인한다. 사실 대다수의 행정 법규가 수범자를 개인 사업주나 법인의 대표이사에게 지우므로, 그렇게 이상한 법도 아니다.

기업에 무거운 책임을 묻고, 또 대표이사를 콕 짚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건 현장을 보면, 수십 개의 안전고리 중 단 하나라도 작동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 안전고리 중 어느 하나도 작동하지 않았으므로 중대재해가 발생했으니, 회사와 기관을 똑바로 운영하지 못함으로 인한 책임을 지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세월호를 예로 들자면 애초에 일본에서 노후 로로선을 들여오지 않았더라면, 증·개축으로 안전성이 위협받지 않았더라면, 과적을 감시했더라면, 고박을 제대로 했더라면, 평형수가 채워져 있는지 감시함으로써 복원력이 있었더라면, 안개에도 불구하고 출항을 허가하지 않아서 과속이 없었더라면, 세월호 선원들이 평소에 구조훈련이 제대로 되어서 '가만히 있으라'라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진도 VTS에서 세월호의 이상 징후를 제때 감지했더라면, 해경이 책임지고 구조지시를 했더라면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어서 참사에 이르렀다. 그런데 세월호참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산재사고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법은 안전보건관리에 있어서 총체적 부실을 초래한 기업의 경영자와 기업 자체를 처벌하기 위한 법이다. 그리고 평소에 부실 운영을 감시하지 못했던 관계 공무원들도 처벌하기 위한 법이다. 법 제정 운동부터 실제 입법 과정, 입법 이후의 기소와 처벌에 이르는 과정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운동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쓴이는 김용균재단 감사이자 민변 노동위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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