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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미국 소방청사 디자인 어워드 금상을 수상한 미국 콜로라도주 소재의 로어링 포크 소방서 모습.
 2019년 미국 소방청사 디자인 어워드 금상을 수상한 미국 콜로라도주 소재의 로어링 포크 소방서 모습.
ⓒ 2019 Firehouse station design awards(S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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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서는 지역사회 안전의 핵심축이다. 그래서 소방서를 건축할 때 가장 고민하는 점 중 하나가 바로 출동의 신속성과 용이성 그리고 효율성이다.

미국방화협회(NFPA) 기준 1710번(2020년도 판)을 보면 소방서는 부지선정 단계에서부터 지역사회에 대한 리스크 평가(Community Risk Assessment)에 기초해 결정돼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이러한 평가를 기반으로, 출동에 소요되는 골든타임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사각지대는 없는지, 산업단지·발전소·공항·교도소·항만 등 우선순위가 높은 지역에 화재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결국 소방력과 장비는 지역사회 현재와 미래의 안전 수요에 맞게 적절하게 분산 배치돼 있어야 비로소 소방의 임무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영토를 가진 한국 소방서의 경우에는 부지를 선정하는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선택지를 갖지 못하고 여러 차선책 중에서 최선을 골라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일 때가 적지 않다.

지역사회 리스크 평가와는 별개로 "소방서가 들어오면 집값이 내려간다"라든가 혹은 "소방차 소리가 시끄러워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등 소위 '님비(Not In My Backyard) 현상'까지 더해지면 건축하기 전부터 지역사회와 불편한 갈등이 시작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송이라도 걸리지 않고 무사히 소방서를 건립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리적·전략적 요인을 고려한 소방서 부지 선정이 끝나면 소방서 청사의 설계단계에서도 고려해야 할 부분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소방대원 보금자리인 소방서, 직업병 겪는 대원들 복지 신경 써야

소방서는 소방대원이 일하고 먹고, 훈련하고 휴식을 취하는 보금자리다. 지난 몇 년간 미국에서는 소방대원의 건강과 복지를 우선으로 고려한 소방서를 짓는데 정성을 쏟고 있는데, 이는 소방대원의 특수한 임무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직업병에 대한 예방책이자 대응책으로 보인다.

실제 화재나 화학 사고에서 발생하는 벤젠이나 포름알데히드 등과 같은 유해물질은 소방관들의 암이나 백혈병 등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 심각한 사고 현장을 목격한 뒤 찾아오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빈번한 출동으로 인한 불규칙한 식사나 수면장애도 소방관이라면 겪는 직업병 중 하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이는 심각한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심하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다. 소방대원  자살 문제는 미국에서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데 매년 200여 명 정도가 자살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순직 소방대원의 두 배에 이르는 숫자다.

소방대원들은 화재뿐 아니라 암·백혈병·PTSD·수면장애·우울증·자살 등 또 다른 재난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래서 소방서 설계단계에서부터 이런 문제들을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그 무게중심이 맞추어져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계 포인트를 살펴보면 먼저 소방서를 오염구역과 비오염 구역으로 공간을 나누는 것부터 시작한다. 
 
 미국 오하이오주 콘코드 타운십 소방청사 내부 배치도. 빨간 색으로 표시된 구역이 위험물질에 노출된 소방차나 소방장비가 비치된 오염구역이며, 노란색으로 표시된 구역이 샤워실이나 세척실로 구성된 제독구역, 녹색으로 표시된 구역이 소방대원들이 사무를 보거나 휴식을 취하는 안전구역이다.
 미국 오하이오주 콘코드 타운십 소방청사 내부 배치도. 빨간 색으로 표시된 구역이 위험물질에 노출된 소방차나 소방장비가 비치된 오염구역이며, 노란색으로 표시된 구역이 샤워실이나 세척실로 구성된 제독구역, 녹색으로 표시된 구역이 소방대원들이 사무를 보거나 휴식을 취하는 안전구역이다.
ⓒ Concord Township F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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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간구획을 통해서 소방서 내 교차오염으로 인한 질병을 막는다는 취지다. 최근에는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차가 소방서 차고에 들어오기 전 오염물질 세척이 가능한 드라이브 스루 공간을 만드는가 하면, 오염된 차량과 장비 세척을 위해 아예 소방서 옆에 별도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는 소방서도 늘어가는 추세다.
 
 미국 콜로라도 주의 로어링 포크 소방서 차고. 소방차에서 배출되는 경유가스 흡입장치가 설치돼 있는 모습.
 미국 콜로라도 주의 로어링 포크 소방서 차고. 소방차에서 배출되는 경유가스 흡입장치가 설치돼 있는 모습.
ⓒ 2019 Firehouse station design awards(S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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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대원의 쾌적한 수면을 위한 설계도 눈에 띈다. 출동이 발생했을 때 숙소나 대기실에 서서히 환해지는 조명과 처음에는 작은 소리로 나오다가 점차 커지는 출동 벨을 설치해 소방대원들이 깜짝 놀라는 것을 막아준다. 시스템 설계를 통해서 출동에 해당되는 대원들의 방에만 조명과 벨이 작동되도록 할 수도 있다.

"모든 뉴스는 식탁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친교가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소방서 내부의 공간을 구성할 때에도 친교와 팀워크를 다질 수 있도록 공적인 공간과, 가족과의 대화·독서·명상 등 사적인 공간과의 밸런스를 고려해 소방대원들의 회복 탄력성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일부 국가에선 소방서 벽면에 자연 친화적인 벽화를 그려 넣기도 하고, 아예 소방서 내부에 실제 나무를 심기도 한다. 숙소에 큰 창문을 넣고 가급적 자연광이 듬뿍 들어오게 해 소방대원들의 심리적 안정과 회복을 돕는 것이다.
 
 미국 콜로라도주 로어링 포크 소방서 휴식공간.
 미국 콜로라도주 로어링 포크 소방서 휴식공간.
ⓒ 2019 Firehouse station design awards(S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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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콜로라도주에 위치한 로어링 포크 소방서 내부의 소방대원 침실.
 미국 콜로라도주에 위치한 로어링 포크 소방서 내부의 소방대원 침실.
ⓒ 2019 Firehouse station design awards(S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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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서는 단순히 출동을 위해 대기하는 공간이 아니다. 소방대원이 안심하고 휴식을 취하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돼야 하고,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삶과 자부심이 공존하는 그런 공간이 돼야 한다.

단지 외형적으로만 보기 좋은 소방서가 아니라, 소방관의 임무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건축가의 전문적이고 세심한 공간배치와 나누기가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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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소방검열관. 중앙소방학교, 서울소방학교 등 외래교수. 소방칼럼니스트: 경향신문 <이건의 소방이야기>, 세이프타임즈 <이건의 이슈분석>, 오마이뉴스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서: <주한미군 취업가이드>,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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