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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개를 좋아한다고 좋은 반려인, 좋은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애정은 필요조건일뿐,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

최근 KBS <개는 훌륭하다> 프로그램에 보더콜리의 훈육을 의뢰했던 가족이 많은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나 보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사람을, 혹은 개를 제대로 키운다는 게 뭘까 생각해 본다. 둘 사이에는 묘하게 교집합이 있다.

부모들 중에는 어린 자녀가 문제 행동을 하면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보려고 하기보다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가치를 자녀에게 주입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윽박지르거나 폭력을 쓰기도 한다. '이 아이는 어떤 기질과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 '어떻게 교육해야 이 아이가 사회 생활을 잘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효과적인 교육이 가능하다.

개도 비슷하다. 어쩌면 사전 학습이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개는 종에 따라 모양과 크기와 기질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과 함께 살 수 있도록 길들이고, 편의에 따라 품종을 개량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양몰이를 하던 보더콜리는 작은 아파트에서 실내 생활만 하며 키우기 어려운 종이다. 그런 개를 시추처럼 키우면 사고뭉치가 된다. 물고, 뜯고, 짖고... 개가 불만을 표현하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 경우에는 사람 가족들이 변하지 않는 한, 아무리 유능한 훈련사가 와도 문제 해결이 어렵다. 훈련사는 '현재의 환경에서 보더콜리 두 마리는 절대 안 된다, 한 마리만 데리고 훈련해도 결코 쉽지 않다. 한 마리는 좋은 곳으로 입양 보내고, 나머지 한 마리는 운동량을 늘리고, 정해진 훈련을 지속적으로 시키며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족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훈련사의 조언을 수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두 마리가 시간이 지나면 싸우지 않을 거라며 앞으로 더 큰 싸움으로 번질 것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개를 사랑한다고 눈물 흘렸다. 눈물로 보더콜리의 문제 행동을 고칠 수는 없다.

어느 유아 교육학자가 한 말이 떠올랐다. "아이가 이상해요? 문제 행동을 해요? 부부가 서로 바라보세요. 당신 아니면 내가 원인 제공자라고 생각하며 문제에 접근하면 훨씬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부모가 변해야 자녀가 변합니다". 똑같은 이야기를 개 키우는 사람에게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말할 것도 없고, 동물도 '제대로' 키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알면 알수록 힘들고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개를 키우려면 그 습성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 산책시켜 줄 시간, 아프면 치료해 줄 돈, 세심하게 심신을 살펴주는 정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가족과 이웃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건강하고 행복한 개로 함께 살 수 있다.

버나드 쇼가 그랬다던가. '부모는 하나의 중요한 직업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이들을 위해 이 직업의 적성검사를 한 적이 없다'. 냉소적인 유머지만 다행스러운건 그래도 대부분의 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의 자녀 교육을 보완할 만한 기관과 시설들이 사회에 있다. 

그에 반해 개나 고양이는 쉽게 사서 키우고, 학대하고, 버린다. 이는 동물에게도 그들을 키우는 사람들과 이웃에게도 해악을 미친다. 반려동물을 키우기에 앞서 기본 교육을 의무화하고, 환경 요건을 고려한 허가제로 가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 모두를 위해 사회적인 해결책을 논의해 봐야 할 때다.

태그:#개는 훌륭하다, #개는 훌륭하다, #반려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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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꿈꾸는 사회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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