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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선생의 기자회견 이후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와 관련된 많은 의혹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최근 정의연 관련 의혹 보도 중에는 그 자체로 부실한 사례들이 몇몇 드러났는데요. 일부 기사의 경우 정의연의 반론을 보장했는데 그 반론이 오히려 의문을 키우거나 정의연이 뻔뻔하고 애매한 태도를 보인 것처럼 묘사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언론들은 취재 과정에서 반론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반론을 듣기 위한 취재를 할 때는 보도하고자 하는 의혹이 어떤 내용인지 정확하게, 구체적으로 알려주며 그에 대한 반박이나 해명을 구해야 하겠죠. 의혹의 핵심과 동떨어진 질문, 피상적이거나 엉뚱한 질문으로 얻은 '반론'을 기사에 쓰면 그 반론의 신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사가 정당한 반론을 듣고자 하는 의지가 애초에 없었거나, 엉뚱한 답변으로 해명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려 한 것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최근 정의연 관련 보도에서 이러한 점이 가장 두드러진 사례가 있습니다. 5월 22일, 동아일보의 정의연 기부금 영수증 관련 단독 보도입니다.

동아일보는 5월 22일자 기사 <단독/영수증도 없이 학생 성금-저금통 받은 정의연>(김태언·박종민 기자)에서 정의기억연대가 '기부 영수증'을 제대로 발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정의연과 정대협이 "어린이 등이 낸 성금을 받고도 영수증 발급을 하지 않은 사례들이 확인"됐고, "중고교생들이 몇 년 동안 전한 기부금도 부실하게 공시"했다는 겁니다.

동아일보가 제시한 사례는 두 가지로 모두 청소년들의 기부 사례입니다. "충북에 있는 A초교는 지난해 수요집회 때 50여만 원을 현금으로 기부"했는데, 학교 관계자는 "기부 영수증을 발급받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또한 "충남 B고교도 2018년 학생들이 모은 저금통을 전달했지만 영수증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동아일보가 보도에 "학생들이 모은 저금통"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해당 사례들은 정의연의 '희망 저금통' 사업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실제 정의연은 '희망 저금통'을 만들어서 수요집회에서 배포하고, 저금통을 원하는 신청자들에게 택배로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시민들은 이 저금통에 동전 등을 모아서 정의연에 기부한 것이죠.

모든 희망 저금통에는 각각의 고유번호가 매겨져 있고, 정의연 측은 고유번호와 가져가시는 분의 이름이나 단체명, 전화번호 등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기부금이 담긴 저금통이 회수될 때에는 당연히 해당 고유번호와 함께 기부자 및 금액이 정의연의 회계에 기록되었다고 합니다.

영수증 혼동

먼저 이 보도에서 눈에 띄는 문제점은 동아일보가 '영수증'의 명칭을 애매하게 썼다는 겁니다.

"영수증도 없이 학생 성금-저금통 받은 정의연"이라는 기사 제목, "어린이 등이 낸 성금을 받고도 영수증 발급을 하지 않은 사례들이 확인됐다"는 본문 문장, "기부단체의 영수증 발급은 당연한 의무이자 도리"라는 "한국공인회계사 관계자" 지적에서는 "영수증"이라 쓰는가 하면 "기부 영수증을 발급받지 못했다"는 "학교 관계자" 증언, "기부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단체는 처음 들어봤다"는 "한 기부단체 관계자" 비판에서는 "기부 영수증"이란 용어가 나옵니다.

이같은 용어의 혼재는 결정적인 혼동을 유발합니다. 동아일보가 말하고자 하는 대상은 단순히 돈(기부금)을 주고 받았음을 입증하는 '영수증'일까요? 아니면 통상적으로 기부자가 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 국세청 제출용으로 요청하는 '기부금 영수증'을 뜻할까요? 이 둘은 엄연히 다른 것인데 동아일보 기자는 의도적인 것인지, 정말 몰라서인지 이를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모호한 상태로 정의연을 '영수증도 안 주는 단체', 즉 뭔가 비리가 있거나 기본 도리도 지키지 않는 단체로 묘사한 것이죠.

우선 정의연은 지정기부금단체이므로 세액공제가 되는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할 수 있고 기부자 요청시 반드시 발급해야 합니다. 단, 모든 기부자가 기부금 영수증을 원하는 것은 아니며 기부와 동시에 또는 기부 직후 기부금 영수증을 받기를 원하는 경우도 매우 드뭅니다. 대부분의 기부자들은 세금 정산 시기에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1년치 기부금에 대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받기 때문입니다. 이 기부금 영수증을 받으려면 기부자가 자신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를 기부단체에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정의연은 '실명 기부금 영수증' 발급 사례뿐 아니라, 익명 처리된 기부금도 모두 국세청에 신고를 했으며, 실명의 '기부금 영수증'을 원치 않는 경우 '후원증서'를 발급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실명 기부금 영수증'을 요구하지 않는 기부자의 기부액도 국세청에 익명 기부로 신고를 했고, 국세청이 규정하는 양식의 '실명 기부금 영수증'은 요구하지 않지만, 다른 증빙 자료가 필요한 기부자에게는 일종의 '입금증', 즉 '영수증'과 같은 '기부 증명서'를 발급했다는 겁니다.

동아일보는 정의연이 '기부 영수증', 또는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기부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단체는 처음 들어봤다"는 익명의 "기부단체 관계자" 지적을 더했습니다. 또한 "기부단체의 영수증 발급은 당연한 의무이자 도리",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의 비판도 전했습니다.

이런 지적은 모두 통상 세액공제를 받고자 할 때 받는 '기부금 영수증'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는 동시에, 정의연이 뭔가 회계 비리나 불법을 저질렀다는 식의 인상을 줍니다. 그러나 이 보도의 비판이 성립되려면 기부를 한 사람은 있는데, 해당 금액이 정의연 회계 내역에는 없어야 합니다. 기부액을 계좌로 송금 받아서 후원 계좌에 입금내용이 있거나, 현금(저금통)으로 현장에서 받았지만 정의연 회계에 기부액으로 충실히 기록되어있다면 그것은 회계비리나 착복이 아닙니다.

다만 정의연이 '희망 저금통'이나 저금통을 모은 현금을 기부 받을 때 '후원증서'나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드릴 수 있다는 점을 충실히 안내하지 않았다면, 이는 기부자에 대한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동아일보는 A초등학교와 B고교의 관계자에게 기부금을 어떻게 전달했는지, 다시 말해서 현금 현장전달인지, 계좌이체인지 정확하게 물었어야 합니다. 또한 기부금 영수증을 요구했는지, 그랬다면 개인정보를 제공했는지도 물어봤어야 합니다. 이런 기본 취재가 된 이후에 정의연에 전화해서 이들의 기부금이 정상적으로 회계 처리했는지, 후원증서를 발급하지 않은 것인지, 기부금 영수증을 요청했는데 발급하지 않은 것인지 등을 확인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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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수준

동아일보는 정의연에 전화해서 이런 구체적 취재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어지는 기사인 <단독/학생들이 배지 팔아 낸 5100만원…정의연-정대협, 부실회계 처리>(5/22, 박종민·김소영·김태성 기자)에서 동아일보가 반론으로 넣은 문장은 "정의연 관계자는 '영수증은 요청하면 발급해준다. 누락된 경우엔 다시 안내한다. 일부러 누락하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입니다. 이 답변으로 보아 동아일보는 그저 "기부금 영수증 발급 절차"를 물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답변만 들으면 정의연은 참 뻔뻔한 소리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수증을 요청하지 않으면 안 주고 그냥 착복하겠다는 것으로 들리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다릅니다. 현재 개인 기부자들은 세금 정산 과정에서 해당 정보를 바로 반영해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국세청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지정기부금 단체들이 연초에 국세청에 기부금을 납부한 개인의 자료를 제출하면 개인이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 등을 이용하면서 기부금영수증을 바로 출력할 수 있게 되는 시스템이죠.

다만 이런 절차가 불편하거나, 오프라인으로 영수증을 받기를 원하는 개인 기부자가 요청하면 팩스나 이메일, 또는 종이로 발급하여 우편으로 보냅니다. "영수증은 요청하면 발급해준다. 누락된 경우엔 다시 안내한다. 일부러 누락하는 건 아니다"라는 정의연의 답변은 바로 이런 과정을 설명한 것입니다. 실제 정의연 홈페이지에는 기부금영수증 발급 안내문이 있습니다.
 
 △정의연의 기부금 영수증 발행 안내문
 △정의연의 기부금 영수증 발행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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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동아일보의 <단독/영수증도 없이 학생 성금-저금통 받은 정의연>(5/22, 김태언·박종민 기자)는 정확한 것이 거의 없는 부실한 보도이면서, 정의연이 학생들의 성금을 횡령한 것 같은 인상만 남겨주는 보도였습니다.

기-승-전-회계부정

한편 <단독/학생들이 배지 팔아 낸 5100만원…정의연-정대협, 부실회계 처리>(5/22, 박종민·김소영·김태성 기자)에서는 질문도 이상합니다.

이 보도는 학생들의 기부 내역을 근거로 정의연이 '부실회계 처리'를 했다고 제목에 단언했습니다. 그러나 그 근거로 삼은 '기업·단체 기부금 처리' 관련 내용은 충분히 취재와 조사를 거친 것인지 의문이 드는 수준입니다.

동아일보는 학생들이 배지를 팔아 기부한 5100만 원이 공시 항목 중 '기업·단체 기부금' 항목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다며 "부실회계 처리"라고 보도했습니다. 학교 동아리 학생들이 2013년 5월부터 2016년까지 아홉 번에 걸쳐 '노란 나비' 배지를 팔아 기부한 4000여 만 원과 다른 학교 학생들이 2017년 11월 기부한 1100만 원이 있는데 '기업·단체 기부금'은 '0원'이라는 이유입니다.

동아일보는 학생들이 배지를 팔아 기부한 기부금을 왜 '기업·단체 기부금'으로 분류해야 하는지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기부금들은 공시 누락했을 가능성이 높으나 '개인 기부금' 항목으로 집계했을 수 있다"고 추정을 슬쩍 집어넣었습니다.

그러나 '기업·단체 기부금이 0원으로 공시되어 있으니 부실 회계 처리이긴 한데 개인 기부금으로 처리했을 수도 있다'는 동아일보 주장은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없다는 것인지조차 헷갈리게 합니다. 정당한 보도라면 '개인 기부금으로 처리했을 수도 있다'며 대충 얼버무리기 전에, 해당 기부금이 정말 개인 기부금으로 집계가 되었는지 확인하는 게 올바른 순서입니다.

동아일보는 그 대신 정의연 측에 "개인 기부금과 기업·단체 기부금의 구분 기준"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정의연은 "공시 전문가에게 물어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동아일보는 이런 답변을 그대로 전하면서 정의연은 "어떻게 처리했는지 모른다는 뜻"이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했습니다. 이렇게 애매한 질문을 한 다음, 그 답변을 근거로 정의연은 부실한 소리를 한다, 잘 모르는 답변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입니다.

동아일보가 제대로 된 기사를 쓰고자 했다면, 정의연에 "개인 기부금과 기업·단체 기부금의 구분 기준"을 묻기 전에, 정의연의 말대로 먼저 여러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것이 순리입니다. 상식적으로 따져보면, 동아일보가 지적한 기부금은 개인 기부금으로 처리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생들이 기부를 위해 법인까지 구성해서 배지를 팔았을 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동아일보는 이런 가능성을 언급하고도 결론에서는 그 가능성을 배제한 채, "부실회계 처리"라고 규정했습니다. 언론 스스로 설정한 프레임이 사실관계 파악이라는 기본 과정보다 앞선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5/8~5/22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경제, 한국경제(*지면보도에 한함)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언련 홈페이지(ccdm.or.kr), 미디어오늘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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