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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교육계에 코딩 바람이 거세게 분 적이 있다. 진로 상담 때 학부모님들의 빈번한 질문 중 하나가 컴퓨터나 코딩 교육을 시켜야 할지 말지이다. 현장 교육자들 또한 변화할 세상에 대비해 어떤 교육을 달리해야 할지 혼란을 느낀다. 

이러한 고민을 안고 있는 학부모와 교사들이 반겨할 만한 책이 있다. '네오 위즈',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은 저자의 경험과 통찰을 담은 책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이소영 저, 더메이커, 2020)이다.
 
15년간 마이크로소프트에 몸담은 저자가 밝힌 현재와 미래. 변화하는 세상의 교육은 새 패러다임을 필요로 한다.
▲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소영 저, 더메이커, 2020> 15년간 마이크로소프트에 몸담은 저자가 밝힌 현재와 미래. 변화하는 세상의 교육은 새 패러다임을 필요로 한다.
ⓒ 정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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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 엘리트를 반기지 않는 기업들     

15년간 마이크로소프트에 몸담은 저자는 현재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고학력 엘리트사원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와 그 이유를 밝힌다. 기업들은 리서치와 같은 단순 영역에서는 고학력 엘리트들이 앞서지만 그 외 배우는 속도나 능력의 차이에서는 학벌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급변하는 상황에 빠르게 대처해야 하는 IT 분야의 경우는 매뉴얼에 성실하며 훈련된 직원보다는 스스로 목표를 정하여 책임지는 사람이 더욱 적합하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 지능 등 급격하게 세상을 바꾸기 시작하면서 기술과 법, 정책과 윤리,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들과 공동체의 문화까지 함께 사고하지 않고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새로운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이라 그 누구도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모두 알고 있지는 못해요. - 69p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저자는 수많은 소위 지잡대, 고졸 출신 직원을 만나며 몸소 이러한 변화를 체험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는 인터뷰를 중심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그때 대학명과 전공은 특수 영역이 아니면 거의 의미가 없으므로 굳이 따지지 않는다.          
 
인터뷰를 할 때,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 굳이 따지지 않는다. 어차피 대학명과 전공은 특수한 영역이 아니면 거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본인이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왔고 어떤 경력을 쌓아왔으며 지금 뽑고자 하는 포지션에 어떻게 맞는지만 철저히 검증한다.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 일해 본 사람들을 통해 평판 조회를 하고 인성이나 팀워크 능력을 확인한다. - 35p               

앞으로 대세 산업은 무엇일까? 저자는 에어비앤비와 위워크의 예를 들며 변화하는 기업 생태계를 보여 준다. 에어비앤비는 세계 최고의 공유 숙박 서비스이며, 위워크는 공유 오피스 서비스의 중심에 있다. 

이들 기업은 호스트와 입점 고객을 회사와 분리하지 않는다. 호스트와 고객들이 소통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지원하며 새로운 마케팅 효과를 거둔다. 기업은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다. 다가올 시대의 산업은 이렇게 사람 대 사람의 네트워크가 지닌 잠재력과 연결된다.     
 
다시 말해, 한 번 구매하면 관계가 끊어지던 고객과의 관계를 신뢰와 로열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관계로 바꾸면서 놀라운 마케팅 효과를 거둔 것이다. - 96p     

이는 공유 서비스 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중고거래 앱에서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는 '당근 마켓'이 중고 거래 시장의 거탑 '중고나라'를 어떻게 능가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면 앞으로 어떤 기업이 살아남고 또 어떤 기업 생태계가 주류가 될지 짐작할 수 있다.     
 
2015년 설립된 국내 중고거래 시장 후발주자인 당근마켓이 어떻게 중고거래 앱 경쟁에서 선전했을까. 2003년 네이버 카페에서 국내 중고거래 시장을 연  중고나라가 있음에도 당근마켓이 두각을 보일 수 있는 데는 철저한 지역 기반 직거래와 소소한 가격의 물건 거래, 커뮤니티라는 데 차별점이 있다. 출처 : 여성신문(2020. 5. 14)        
  
소프트 스킬 시대, 새 교육     
  
'자동화' 시스템은 이제 AI와 로봇 시대로 향하고 있다. 이들이 대체할 노동의 범위는 방대할 것이다. 다음의 예를 보며 앞으로 도래할 노동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보자.
 
유튜브에서 아마존의 물류 창고를 찾아보라.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 깔끔하고 거대한 물류 창고에서 24시간 쉬지도 않고 신속하게 정확히 일하는 로봇 '키바(KIVA)'를 만날 수 있다. 입출고, 재고, 포장, 품질 관리에 이르기까지 키바가 못하는 일이 거의 없다. 아마존은 물류창고에서 일하던 직원 대다수를 키바로 대체했다. - 124p     

비단 물류 관리의 일 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코딩 교육' 열풍이 일어났던 것을 언급하며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이유는 '코딩' 또한 AI가 대체할 영역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단순 컴퓨팅 기술이야말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기술 중 가장 앞자리에 놓인다. 국내 대표 IT 기업의 인공지능 연구소에서 일하는 지인이 요즘 열심히 자신의 팀에서 일할 직원을 찾고 있다. 웹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줄 아는 사람을 찾고 있는데,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웹 디자인 AI를 가르치기 위해서란다. 그런데 이 AI가 모든 것을 배우고 나면 그 직원은 어떻게 될까? 결과는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다.' - 144p     

종합하여, 저자가 주장하는 앞으로의 일어날 변화는 다음과 같다.     
 
더 이상 학벌이 취업, 성공 등 밥벌이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산업은 빠르게 변하고 예측 불가하며 커뮤니티가 중시된다.
로봇과 AI가 다수의 직업군을 차지하게 된다.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여기서 '교육'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대학 입시를 목표로 하는 교육은 쓸모없다. 학벌 만능 시대는 끝나고 있고 이보다는 빠른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 커뮤니티 능력이 중시되기 때문이다.

고차원적 판단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의 인간만이 가진 고유성이 AI와 인간을 차별되게 만들 것인데 따라서 이제는 지식이 아닌 '인간성'이 학벌보다 더 큰 스펙이 된다. 즉 소프트 스킬(인품이 좋은 사람의 스킬, 노벨경제학 수상자 제임스 헤커만이 주장한 앞으로 인재의 모습)의 함양이 핵심이다.

'배우는 내용' 아니라 '배우는 기술' 자체가 중요하다. 지식의 습득은 더이상 큰 의미가 없다. 끊임없이 배우고, 적응하지 않으면 지금의 지식은 금방 쓸모없는 지식이 된다.  '질문하는 힘'과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지금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면, 아이에게 컴퓨터가 금세 따라잡을 지식을 익히게 하거나, 단순 반복적인 계산 능력을 키우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지 말았으면 한다. - 147p                    

현재 우리 아이들 중 50퍼센트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생산 활동에 참여하지 못할 거라는 저자의 경고는 AI와 로봇이 일자리의 50퍼센트를 차지하게 된다는 전망과 맞닿는다. 

지난 10년간 스마트폰 등의 IT기술이 바꾼 세상의 변화 속도는 놀라웠다. 앞으로 세상은 이보다 몇 배 빠르게 급변할 것이다. 과거를 답습하는 교육을 반성하여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다.

새 시대, 새 리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공감과 나눔의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하는 리더 즉 '커뮤니티 리더'로 자랄 수 있게 하는 교육이 그 해법이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정재임(지혜샘) 시민기자의 브런치 https://brunch.co.kr/@springspring100 에도 실립니다.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 세계 최고 기업들이 주목하는 커뮤니티 리더십이 온다

이소영 (지은이), 더메이커(2019)


태그:#미래사회, #인재, #교육, #커뮤니티리더, #홀로성장하는시대는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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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선생님이 되고 싶은 초등교사 지혜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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