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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월요일 아침 출근길이었다.

집을 나서 발걸음을 서두르는데 보도 한켠에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쓰러져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무엇에 세게 부딪히기라도 했는지 한쪽 눈은 감겨져 있었고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다리나 몸통은 멀쩡해 보였다. 차에 깔린 건 아닌 것 같았다. 멈춰 서서 가만히 고양이를 내려다 보니 이 작은 녀석도 몸을 떨며 나를 올려다 보는 것이 아닌가.

잠깐 사이,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일단 얘를 살려야 해.'
'동물병원에 들러 출근하려면 회사에 지각할 거야. 월요일 아침부터 늦었다고 사장님한테 혼날 텐데.'
'상태로 봐선 병원에 맡겨도 죽을지도 몰라. 병원비가 수십만 원 나올지도 모르는데 ...'

냐옹, 냐옹하며 나를 쳐다보는 이 작은 생명이 살려고 애쓰는 소리가 그 와중에 귓전을 때렸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병원에 맡겨야겠다, 그러려면 집에 돌아가 자가용을 끌고 나오자.' 가던길을 멈추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몇 발짝 떼고 뒤를 돌아보니 다른 사람들도 고양이를 쳐다본다. 흉물이라도 맞닥뜨린 듯 고양이를 피해 멀리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퍼뜩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저 애를 구해야 해. 내가 외면하면 죽을지도 몰라. 한시가 급할 거야.'

아내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주차장에서 아내 차를 꺼내고 하는 게 시간이 더 걸리겠다 싶었다. 검색을 해보니 걸어서 10분 거리에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는 동물병원이 있었다.

마침 고양이가 쓰러진 곳 옆에 버려진 종이상자가 있었다. 상자를 펼치고 조심스레 고양이를 잡아 그 안에 넣어 들고서 병원을 향했다. 갑자기 몸이 들려 내가 걸음을 뗄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리니 녀석이 어리둥절한 모양이다. 냐옹, 냐옹 소리를 더 크게 내며 상자를 벗어나려 발버둥을 쳤다. 여린 발톱을 세워 내 가슴께 옷섶을 붙잡고 내 품으로 안긴다. 

"꼬마야, 아프지? 이제 괜찮아. 아저씨가 너 살려줄게. 조금만 참거라." 다독이듯 작은 소리로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이 작고 어린 아기고양이를 왜...

검색 결과대로 꽤 규모가 있어 보이는 동물병원에 도착했다. 야간 당직의사가 상주하고 있어서 지체없이 아이를 맡길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피가 흐르는 부위를 찾아 지혈부터 하고 엑스레이를 찍은 후 고양이의 상태를 설명해 주었다. 외관으로 봐선 차에 치인 것으로 짐작했는데 그럴경우 으레 나타나야 하는 골절이 전혀 없단다. 하지만 폐출혈이 있고 머리에 피가 난것으로 미루어볼 때 강한 충격을 당한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폐출혈이 더 심해질 수도 있고 뇌진탕으로 인한 다른 이상도 나타날 수 있어 하루 이틀 지켜봐야 했다. 

치료비가 얼만지도 미리 얘기해줬다. 상태가 위중하니 아이는 즉시 입원을 해야 했고, 기본적인 처치와 검사비, 입원비까지 30만 원이 넘게 나왔다. 기왕에 마음먹고 데려온 일이라 입원치료에 동의하고 대금을 결제하고서 병원을 나왔다.

예상대로 회사에는 30분 늦었다. 불호령을 맞을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사정을 설명하니 의외로 사장님이 별 말 없이 '좋은 일 하고 왔네' 하신다. 

머리 크기가 어린아이 주먹만한, 몸무게가 600g밖에 안되는 작고 예쁜 고양이었다. 잠깐 봤어도 마음이 쓰여 퇴근하자마자 병원을 찾았다. 아침에 만난 당직의사의 우려대로 예후는 좋지 않았다. 폐출혈과 함께 가슴 부위에 복수가 차올랐단다. 아침에 만났을 땐 숨은 잘 쉬었는데 이젠 호흡이 가빠진게 눈에 확 띄었다. 다리 하나에는 포도당 수액이 공급되는 주사바늘이 꽂혀 있고 커다란 사과궤짝만한 유리 상자에 들어가 누워서 산소 공급을 받고 있었다. 퇴원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

입원 둘째 날 저녁. 이 병원의 고양이 전담 의사선생님이 아이의 상태와 이후 치료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다.

"아이 상태로 봐서는 교통사고를 당한 것 같진 않네요. 골절도 눈에 띄는 외상도 없거든요. 높은 데서 떨어져야 이렇게 심한 충격을 당할 텐데, 아무리 어린 고양이라도 본능적으로 위험을 피할 줄 알기 때문에 실수로 떨어졌을 리는 없어요."

"그렇다면, 사람이 발로 차거나 뭐 그런 공격을 했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마도요. 예후는 어제보다 더 나빠졌어요. 복수 찬 부위가 두 배로 커져서 아이가 호흡을 굉장히 힘들어 해요. 좀 큰 고양이라면 수술을 해서 복수를 빼줄 수 있는데 너무 어린 고양이라 수술 자체가 불가능해요. 몸이 아프니 잘 먹지도 않아요. 저희가 애는 쓰고 있는데 스스로 회복해서 복수가 줄어들고 제 힘으로 먹지 않으면 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조심스럽게 내 표정을 살피며) 길고양이라고 들었어요. 선생님은 여기까지만으로도 저 아이한테 충분히 해주신 거예요. 병원비 부담이 적지 않으 텐데 살아나긴 어려워보이니까 안락사를 선택하셔도 돼요. 아니면 아이를 돌볼 여력이 되시면 퇴원을 해서 데리고 가셔도 돼요."

"퇴원을 해서 돌보면 살아날 수 있나요?"

"아뇨, 그런 뜻이 아니라 가족들이 임종을 지키면서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내시라는 의미로요."

"병원에 맡길 때 돈 들 각오를 했습니다.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게 남아있다면 최대한 더 노력해주세요." 


아니었길 바랐지만 사람에 의해 공격당했을 것 같다는 얘기를 곱씹으면서 가슴이 몹시 아팠다. 인간이 힘이 세고 수가 많다는 것 빼고 고양이와 다른게 뭐가 있을까. 인간의 생명이 소중한 것과 꼭같이 고양이 한 마리 한 마리도 소중한 목숨이다. 내 동료 인간에 의해 죽을 뻔했던 꼬마 녀석에게 너를 해하는 인간 말고 너를 살리는 인간도 있다고 답하고 싶었다. 이 아이에게 미안했다. 일단 살아야 한다. 일단 살자.

결국, 떠나보내고야 말았다

고양이 입원 나흘째. 퇴근하고서 병원을 찾아 다시 담당 의사선생님과 면담을 했다. 아기 고양이의 호흡 능력이 80%가 망가져 있고 머잖아 완전히 숨을 못쉬는 상태가 될 거라고 했다. 뇌진탕이 원인이었는지 고통스런 경련도 세번이나 일으켰단다. 더이상의 입원치료가 무의미한 상태까지 온 것이다.

결국 면담 끝에 안락사 동의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절차를 밟는 동안 면회시간이 주어졌다. 작은 면회실에서 기다리는 내게 간호사가 고양이를 유리입원실에서 꺼내어 품에 안겨주었다. 작별인사를 하라는 뜻이었다. 눈을 맞추려고 애썼지만 이 녀석은 내 어깨 너머로 자꾸 힘없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의 귓가에 작은소리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

"꼬마야. 미안해. 너를 살려주지 못해서. 이제 그만 힘들어하고 편안한 곳으로 가거라. 나중에 다시 만날 거야. 미안해."

면회를 마치고 의사선생님과도 인사를 나눴다. 아이에게 미안하고 열심히 보살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다가 눈물이 났다. 그 선생님의 눈시울도 붉었다. 

사흘간 입원비에 안락사 비용, 장례비용까지 합해서 70여만 원이 나왔다. 첫날 병원비에 더한 합이 100여만 원. 긴급재난지원금을 고스란히 썼다. 운이 좋았다.
 
 나랑 나흘간 인연을 맺은 꼬마 길고양이. 죽기 이틀 전 간호사가 찍은 이 사진이 현재 내 카톡 프로필사진이다.
 나랑 나흘간 인연을 맺은 꼬마 길고양이. 죽기 이틀 전 간호사가 찍은 이 사진이 현재 내 카톡 프로필사진이다.
ⓒ 김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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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해있는 동안 병원에서는 하루 두번씩 고양이 사진을 찍어 내게 카톡 메시지로 보내주었다. 그 중 가장 예쁘게 나온 사진을 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바꾸어 올렸다. 이유를 묻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고양이 영정사진'이라 답했다. 아이를 내 기억속에 담아두는 게 너무 일찍 생을 마감한 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인것 같아서다. 

그날 밤 지인들을 만나 술을 마셨다. 아기가 퇴원하면 임시보호를 해주겠다고 약속해 나를 안심시켰던, 캣맘 J도 함께. J가 고양이 안부부터 묻는 통에 나흘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사려깊은 친구들이 내 마음을 깊이 헤아려주어 마음이 풀어졌지만 술이 취하니 꼬마녀석 생각이 나서 또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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