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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숨값 50만원 어쩌면 200만원, 내가 죽은 그 자리에 얼마짜리 목숨이 들어올까"
*지민주 글·곡 '니가 조심하지 그랬냐고 얘기하지 마세요' 가사 (지민주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재 이 곡을 작업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29일 한익스프레스 서이천물류창고 신축현장에서 발생한 산재사고로 무려 38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였다. 38개의 소우주가 무참히 사라진 것이다.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일하러 나갔다가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게 되었는데, 모두 하루하루 일을 하는 건설노동자였고, 카자흐스탄과 중국출신 이주노동자도 세 명이 있었다.

이 참사는 12년 전인 2008년 1월에 발생한 이천 코리아2000 냉동창고 신축현장 참사의 판박이였다. 당시 40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였는데, 사업주는 불과 2,000만원의 벌금을 받고 빠져 나가고, 대신 현장소장과 방화관리자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었다고 한다. 이어서 그해 12월에 또 GS리테일 물류창고에서 8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참사가 같은 지역에서 연이어 발생했다.

당시 정부당국과 모든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재발해서는 안된다"고 되풀이하여 다짐했지만, 바로 그 지역 이천에서 12년 만에 똑같은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기가 막힐 일이다. 더욱 기가 막히는 일은 사고 발생 3주가 다 되도록 사고원인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고 책임자처벌도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K방역의 성과를 타고 한껏 국제적 위상이 올라갔던 상황에서 이게 웬일인가?

아직도 처벌되지 않은 원청사 

그때도 그랬다. 1년 6개월 전인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님이 처참한 죽음을 당했다. 당시 수많은 국민들이 마음을 모아 추모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김용균님의 죽음을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개정 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구조적 타살상황을 만들었던 서부발전 원청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책임자인 서부발전 사장이나 협력회사 사장은 빼 놓고, 대신 태안화력 소장이나 협력회사 소장 등 10여명만 기소하였는데,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조사 중이라고 한다.

더 한심한 일은, 당시 당청간 합의되었던 '발전비정규직 공공기관 정규직화 방안'이 아직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는" 상황에서 또 제대로 책임자처벌이 안되는 사이 지난 4월 10일에는 서천화력 건설현장에서 변압기가 폭발하면서 또 한사람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또 다른 김용균들,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노동자, 이주노동자들이 전국의 작업현장에서 계속 죽어나가고 있다. 처참한 죽음의 행렬이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촛불항쟁의 성과를 디딤돌로 하여 출범한 문재인대통령이 산재사망률을 절반이하로 줄이겠다고 공약했지만, 여전히 한국의 산재사망율은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산재왕국" 한국의 산재사망율은 영국의 12배, EU국가 평균의 5배, OECD 평균의 3배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일하러 나갔다가 목숨을 빼앗기는 사람들이 정부 공식 통계로만 한해 2000여명이 되고 있다. 2018년부터 달라진 산재통계 방법 대신 이전의 통계방식대로라면 한해 2,300-2400여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고 있는 셈인데, 이 산재사망자는 30여년 전부터 줄어들지 않고 있는 숫자이다.

32년 전인 1988년 7월, 중학교 졸업반이었던 15세 소년 고 문송면군이 온도계와 압력계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다가 수은중독으로 사망했다. 그 소식을 듣고 당시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이 "우리도 직업병 피해자"라며 직업병 인정투쟁에 나섰다. 확인된 직업병 피해자 숫자만도 930여명, 사망자 숫자가 230여명에 달하는 원진직업병 참사와 문송면 수은중독 사망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산재직업병, 이대로 그냥 두면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정부도 산재예방종합대책을 수립하면서 산재예방에 나선다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산재직업병 참사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문송면원진직업병 이후 30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또 촛불정부 출범 이후 3년이 지나는 이 시점에도, 그리고 K방역의 성공을 자랑하는 이 시점에도, 처참한 "산재왕국" 상황은 여전히 변함없이 "요모양 요꼴"이 되어 있는 것이다. 너무나도 참담한 일이다. 그리고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

악순환의 고리, 돈의 철칙

산재직업병 참사가 계속되는 구조적 원인은, "안전조치 제대로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벌금이나 보상금 물어주는 게 더 적게 들어간다"는 돈의 철칙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뒤집는 방법이 바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서 출발할 수 있다. 영국에서 2007년 "기업살인법"을 제정하고 난 뒤로 산재사망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는 사례도 있다.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실효성 있게 강화하는 한편, 중대재해(사망재해나 2명 이상의 중상자 발생의 경우)가 발생하는 경우에 현재의 손해배상액보다 대폭 상향된(10배 이상 수준) 배상액을 물어야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제도개선이 기본적 대책이 될 것이다. "중대재해 발생하면 엄한 형사처벌을 받고 또 사업이 망하는 수가 있다" 이렇게 되어야 비로소 사업주들이 실효성 있는 산재예방조치를 취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어야 비로소 산재가 실효성 있게 예방될 수 있을 것이다.

법제도개선과 함께 실제 노동현장에서 산재예방조치가 제대로 실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와 관련하여 실효성 있는 산재예방을 위해 노동경찰(근로감독관)이 증원되기 전이라도, "안전지킴이"를 유해위험사업장에 상주파견하겠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정책방침은 주목할만한 시도라고 본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현실에서 실행이 안되면 무용지물이 되기 마련이다. 안전지킴이와 노동조합 출신의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노동안전보건단체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공단의 현장패트롤, 안전감독관들이 모두 함께 협업을 통해, 한편으로는 유해위험 작업을 안전하게 바꾸는 방안에 대해 컨설팅하면서 지원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실효성 있는 감독을 실시한다면, 산재왕국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한익스프레스 화재로 인한 참사를 보면서, 아니 그 이전에 김용균의 죽음을 보면서, 모두 다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또 이번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실로 슬프고도 암담한 상황반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구호만 외치는 수준, 앞으로는 절대로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말로만 다짐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이런 참담한 현실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산재직업병 참사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획기적 변화를 만들어 나가자.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일,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박석운(김용균재단 이사,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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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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