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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었다.

"엄마, 오늘 빨리 투표하고 우리 공원 산책 가요."
"그러자."

딸이 결혼하고 우리 집에서 투표하는 건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에서 사는 딸이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우리 집에 전입신고를 하고 같이 살게 되면서 함께 투표하게 된 것이다. 멀리만 있던 딸과 같이 투표하다니 참 생경하다.

우리는 집 가까이 있는 투표소으로 갔다. 다들 사전투표를 했는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우리를 포함해 투표소에 온 모두 마스크를 썼다.

투표장 입구에서부터 위생을 철저히 챙긴다. 손 소독도 하고 열도 재고 앞뒤 사람과 거리를 두고 투표장에 들어가서 비닐장갑을 받고 투표를 했다. 한번 쓰고 버리는 장갑이 쓰레기통에 수북이 쌓여 있다. 그 점도 색다르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풍경이다. 딸은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을 데리고 들어가 투표하는 과정을 설명해 주며 선거교육을 했다. 호기심이 많은 나이라서 그런지 말을 잘 듣는다.

투표소를 나오면서 손자에게 물어보았다.

"선거에 대해 무얼 배웠니?"
"비밀이라는 거요."

선거를 할 때는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고, 딸은 말했나 보다. 초등학교 3학년 손자 말이다.

세월이 흘러 투표할 나이가 되면 오늘을 기억할까... 이 나이가 되어 처음 경험하게 된 투표일의 색다른 풍경이다.

요사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0명 이하로 줄어들었다. 반가운 일이다. 혹여 감염이 확산될까 싶어 방역당국에서 각별히 신경을 쓰는 듯했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온 마음을 다 하는 모습이 믿음을 준다. 지금 세계 여러 나라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어떻게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선거를 치르고 신종 감염병을 이겨내는지. 우리는 각자가 긍지를 가지고 지켜야 할 수칙을 잘 지켜내고 있다. 우리는 잘 해낼 것이다.

달라진 봄 산책 풍경
 
 '드라이브 스루' 중인 벚꽃길
 "드라이브 스루" 중인 벚꽃길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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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집 밖에만 나서면 흐드러지게 핀 벚꽃 천지다. 내가 사는 군산은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이 많이 살았던 곳이어서인지 벚꽃이 유난히 많다. 집에서 차로 10분만 가면 원 없이 벚꽃을 즐길 수 있다. 벚꽃이 피면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오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관광 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상하리만치 요즘 벚꽃을 보고 느끼는 마음이 예전답지 않다. 화려함도 기쁨도 아닌 허허롭고 슬픈 느낌이다. 사람들 표정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만 해도 벚꽃이 피면 가는 곳마다 축제였고, 웃음소리, 음악소리가 떠들썩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만나서 맛있는 걸 나누어 먹고 꽃놀이를 즐겼다. 지금은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길을 가다가도 사람을 만나면 빨리 피해 가는 분위기다.
      
산책하는 사람이 드문드문 보인다. 벚꽃이 꽃비가 되어 떨어진다. 아이들은 잡으려 뛴다.

코로나19로 봄 산책 풍경도 달라졌다. 산책길 만나는 사람도 혼자이거나 가족끼리 단출하게 다닌다. 아는 사람을 만나도 형식적인 눈인사로 미소만 나눌 뿐 마음껏 정을 나누지 못한다.

공원이나 유원지 등 꽃이 많이 피는 곳은 주차장을 모두 폐쇄해 놓았다. 사람이 많이 모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었지만 마음은 우울하다. 나만이 느끼는 감정일까, 꽃은 피었건만 마음은 쓸쓸하다. 차로만 구경하는 '드라이브스루'라는 말을 처음 듣게 되었다. 차들이 많이 나와 천천히 꽃길을 드라이브한다.

세계는 지금 이 봄에 코로나19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의 숫자를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많다. 사람은 저마다 인생이 있다. 살아왔던 삶을 한순간에 지우듯 가장 가까운 가족과도 제대로 이별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신종 감염병에 맥없이 무너져 슬프게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사는 것은 무엇인가.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며 많은 생각이 스쳐간다.

계절은 어김없이 철따라 각가지 꽃을 피워내며 봄의 향연을 보여준다. 어떻게 철을 알고 피워내는지, 길가 야생화도 곱고 예쁘다. 자연은 참으로 신기하다. 신기한 자연을 같이 보고 느끼는 가족이 곁에 있음이 감사하다. 생각지도 않은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으로 항상 마음으로만 그리던 딸의 가족이 곁에 머물고 있다. 덕분에 외롭지 않은 일상은 반가운 일이다.

남편과 딸, 손자와 함께 공원 길을 천천히 걸으면 오늘의 추억을 만든다. 오늘은 선거날이고 휴일이다. 다른 날보다는 사람들이 제법 나왔다. 답답했던 마음을 꽃으로 위로하듯 벤치에 앉아 꽃을 보며 말없이 앉아있다. 꽃비가 흩날린다. 마음이 처연하다. 이 봄이 가고 새로운 기쁜 날이 올 것이란 희망을 가져본다.

추억의 힘으로 살아간다
 
  손자가 엄마에게 준 떨어진 동백꽃 브로치
  손자가 엄마에게 준 떨어진 동백꽃 브로치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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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산책길, 손자가 주어다 준 동백꽃, 시들지 않도록 물에 담가 놓았다.

손자는 동백나무 밑을 뛰어가다가 떨어진 빨간 동백꽃을 하나 주어와서는 "엄마, 꽃 브로치 하세요" 하고 내민다. 꽃이 참 예쁘다.

아직은 천진한 손자의 따뜻한 마음에 미소를 짓게 된다.

오늘 지나가는 모든 일상이 추억이 된다. 힘듦도 견뎌내게 된다.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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