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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취임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2019년 7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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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권이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됩니다."

2019년 7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했다. 취임사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인용했다. 당시만 해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과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 같은 대목이 관심을 끌었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윤 총장이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 관련 수사에 잰걸음을 내왔기 때문이다. 취임 이후 8개월, 다시 보는 윤 총장의 취임사는 무척이나 의미심장했다.

"특히, 문명 발전의 원동력인 개인의 사적 영역은 최대한 보호되어야 함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나아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법 집행 권한을 객관적, 합리적 근거를 갖추지 못한 고소고발사건에 기계적으로 행사하여서는 안 됩니다. 형사사법제도를 악용하는 시도에 선량한 국민이 위축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지난 9일 MBC <스트레이트>의 '윤석열 장모 최씨 의혹' 보도 이후, 윤석열 총장과 검찰의 대응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관련 기사 : <MBC가 제기한 '윤석열 장모' 의혹들... 윤 총장은 왜?>, <윤석열 총장의 '법과 원칙', 장모에게도 통할까?>). '350억 은행잔고증명서 위조사건'의 공소시효가 2020년 4월 1일로 다가오면서, 부랴부랴 의정부지검이 수사에 나섰다.

이어 경찰마저 사건에 뛰어들면서 침묵했던 언론들까지 이 사건을 '팔로잉' 중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윤 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며 대검이나 사법검찰개혁위원회 등 국가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언론에 피해를 호소했던 사건 관계자들 역시 일부 언론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총장의 취임사가 의미심장한 것은 그래서다. 검찰권으로부터 "개인의 사적 영역은 최대한 보호돼야 한다"던 그 "개인"이 행여 장모 최씨나 부인 김건희씨는 아니었는지 의아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미심장한 취임사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과 조국 민정수석 '화기애애'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과 조국 민정수석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리는 임명장 수여식 전 차담회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 수석은 조만간 단행될 개각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2019년 7월 25일 오전 당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과 조국 민정수석이 청와대에서 열리는 임명장 수여식 전 차담회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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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가족 여러분(...), 헌법 제1조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형사 법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이고 가장 강력한 공권력입니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므로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됩니다. 검찰에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은 법집행 권한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을 실천할 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윤 총장 취임사 중)

하지만,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한다"던 그 검찰권을, 윤 총장은 제일 먼저 '조국 일가족' 수사에서 가혹하게 휘둘렀다. 

현 상황에 '자업자득'이란 평가가, 공교롭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장모 최씨 관련 의혹에 '사위 윤석열'이 연루된 것 아니냐는 <오마이뉴스> 보도가 나왔던 것이 무려 2012년 6월이다(관련 기사: <'노정연 수사 담당' 대검 중수1과장, 내부감찰 받아>). 이렇듯 최씨의 검찰 출석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어제(20일) 오전, 조 전 장관의 뇌물수수 사건 등에 대한 첫 공판 준비기일이 열렸다.

여러모로 검찰의 최씨 수사와 '동양대 표창장' 수사가 비교될 만한 상황이다. 유사점이 뚜렷하다. 첫째, 최씨도, 정경심 동양대 교수 모두 '사문서 위조'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무려 350억에 달하는 은행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을 받고 있는 반면 정경심 교수는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같은 '사문서 위조'지만, 사이즈는 상당히 다르다. 그리고 한 쪽은 이미 구속된 상태다.

둘째, 공소시효 문제. 지난해 9월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 정 교수를 '소환조사 없이' 기소했다. 오는 1일인 최씨의 공소시효는 불과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 피고발인 조사를 마친 의정부지검이 최씨를 소환조사 할지, 최씨가 소환에 불응한다면 그대로 기소 여부를 결정할지도 주목된다.

셋째, 법무부 장관에 이은 검찰총장의 가족 수사다. '조국 사태' 당시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주장하던 이들은 '법무부장관(후보자)과 그 가족들이 누구보다 법을 준수해야 하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마찬가지로 윤석열 총장과 그 가족에게도 같은 잣대, 같은 '법과 원칙'을 적용해야하는 것은 '상식'일 터다.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라는 시기적 차이만 있을 뿐이다. 최씨 수사를 이대로 접는다면, '검찰총장 윤석열'이란 '현관예우' 때문이라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취임사에서 "(검찰권이) 사익이나 특정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던 윤 총장이 그간 반복해서 강조해왔던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지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차이와 공통점
 
 MBC <스트레이트> '장모님과 검사 사위' 2편의 한 장면.
 MBC <스트레이트> "장모님과 검사 사위" 2편의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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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현재 수사 진행 상황만 놓고 보면 '윤석열 검찰'의 '법과 원칙'이 무용지물이 된 것 아닌가하는 의심을 지을 수 없다.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가 열렸던 지난해 9월과는 여러 상황이 너무나 뚜렷이 차이 나기 때문이다.

먼저 화력의 차이. 검찰이 '조국 일가족' 수사에 투입했던 그 많은 수사 인력은 다 어디로 갔나. 동양대를 비롯해 수십 차례 압수수색을 벌이고, 김경록 PB를 비롯해 수많은 참고인들을 소환조사하던 그 검찰권은 왜 감감무소식인가. 시민들로부터 왜 검찰이 '윤 총장 자택을 압수수색하지 않느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둘째, 피해자라 주장하는 고소고발인의 존재. '조국 일가족' 수사 당시, 검찰은 고소고발에 의한 수사라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 중 실제로 피해를 입은 이들은 없었다. 모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나 보수단체 회원들의 고소고발이었다.

보수야당과 보수 시민단체의 고발장은 윤 총장이 '인지수사'를 진두지휘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에 대한 발뺌의 근거이기도 했다. 한편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건의 강력한 참고인이었던 최성해 총장은 최근 말을 바꾸기까지 했다(관련 기사 : <정경심 재판' 앞둔 최성해 "내가 결재 안 한 표창장 있긴 있어">).

하지만 최씨 사건은 정대택씨 등 피해를 주장하는 진정인들도, 고발인들도 분명하다.

셋째, 언론과 정치권의 상이한 반응. 20일 고일석 전 <중앙일보> 기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과 '윤 총장 장모 최씨' 의혹이 최초 불거진 10일간 주요 14개 방송언론의 보도량이 무려 18배가량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스트레이트>의 후속 보도 이후, 의정부지검과 대검이 입장을 밝히면서 보도량이 늘고 있다. 하지만 다수 언론의 침묵이나 외면은 두고두고 기억할 만하다. '법무부장관 조국'과 '검찰총장 윤석열'의 직접적인 차이가 무엇인지, 침묵의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보수야당 역시 철저히 침묵 중이다. 정치적 공세는 물론 고발을 주도하며 '조국 사태'에 사활을 걸었던 보수야당이라면, 현 정권이 임명한 현직 검찰총장 비위 사실에도 똑같이 반응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겠는가.

진퇴양난
 
‘사법농단’ 의혹에 입 연 윤석열  윤석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일어난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잇따른 영장 기각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보유하고 있는 자료들에 접근하지 않고서는 수사가 대단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2018년 10월 19일 오전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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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이) 2018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저는 제 장모 사건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해당 검찰청에 물어보셔야지 이건 좀 너무하신 게 아니냐'고 당당히 말씀하셨잖아. 표창장 하나로 부들부들 거리며 법무부 장관자격이 없다고 하신 분인데, 장모를 봐줬다는 의혹에 지금 얼마나 언짢을까 걱정된다니까. 그니까 의정부 지검 검사들 열심히 수사해야 한다고 봐(중략).

이번 가짜 은행 잔고 증명서 건은 최○○이 2013년 도합 350억 원의 잔고증명서를 제시해서 자금을 모아 성남시 도촌동 땅을 사들였다는 건데, 그 사건 피해자들이 정대택(씨), 백 모 법무사가 어떻게 되는지를 보고는 무서워서 소송도 못하고 벌벌 떤다고 하잖아. 우리 의정부지검 검사들 열심히 해서 장모를 비호한다는 윤 총장 누명을 벗겨드려야 한다고 봐. 공소시효가 목전에 도래한 지금까지 뭐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18일 검찰출신 이연주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적은 '결혼의 사회학'이란 글 중 일부다. 이 변호사는 해당 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씨 의혹 중 하나인 '정대택 사건'의 당사자 정대택씨의 주장을 빌려, 윤 총장과 부인 김건희씨가 최씨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건 아닌지 의문을 던지며 의정부지검의 분발을 촉구했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10월 사건을 이첩 받은 이후 의정부지검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19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초 의정부지검 인권감독실 검찰 수사관은 수사를 해달라는 진정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사건을 종결하는 게 어떻겠냐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고 한다.

통화 녹취 속 이 수사관은 "저희가 수사도 못하는데 갖고 있을 수 없다"는 취지의 이유를 들어 아예 수사 종결을 기정사실화기도 했다. 지난 17일 "(공소시효까지) 수사력만 집중하면 (2주는) 사건 실체를 밝히는 데 충분한 시간"이라던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정황이 아닐 수 없다. 

한편, 21일 <중앙일보>는 주말판 <중앙선데이>의 <윤석열 장모 잔고 증명서 받은 안씨, 같은 사건으로 징역형>이란 기사에서 이 모든 의혹과 논란이 진정인의 일방적인 주장이요, 최씨도 피해자라는 취지의 최씨 측 변호사 주장을 기사화했다. 이러한 최씨 측의 정반대 주장이 진실임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검찰의 철저한 수사는 필수다.  

검찰이 과연 최씨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지, 아니면 '현관예우'에 그칠지, 또 공소시효 하루 전에라도 '소환조사' 없이라도 기소를 할지, ''진퇴양난'에 빠진 윤 총장과 검찰의 선택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태그:#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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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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